Antiope and Ampion, Zethus
Jupiter and Antiope-Hendrick Goltzius
안티오페 Antiope
라브다코스( 라이오스의 아버지이자 오이디푸스의 조부)는
어렸을 때 테베의 왕위를 물려받았으나 나이가 어렸으므로
외조부인 닉테우스의 섭정을 받아야만 했다.
안티오페는 이 닉테우스의 딸이었는데
그녀는 누가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인이었다.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알아보았으니 그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티로스(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괴물)로 변신을 하여 그녀를 유혹했다.
안티오페는 사티로스로 변신한 제우스의 장난이 재미있어서
그와 어울리다가 점차 그의 유혹에 빠져들어 결국 그와 정을 통하고 말았다.
처음 느껴보는 황홀함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돌았으나.
그 환희에 찬 날이 지나고 나자 그만한 대가가 그녀에게 찾아왔으니
그 한 번의 행위로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처음 몇 개월은 그녀는 그런대로 임신한 사실을 감추고 살았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다.
아버지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을 안 그녀는 아버지를 피하여
이웃나라 시키온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 시키온은 에포페우스 왕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녀를 만나게 된 왕은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를 자신의 성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듣게 된 왕은 그녀를 지켜주기로 맹세했고
당장 갈 곳도 없고, 아버지의 진노가 두려웠던 그녀는 왕과 결혼하기로 했다.
처녀인 자기 딸이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그녀의 아버지 닉테우스는 그녀의 소식을 접하자 시키온까지
그녀를 처벌하기 위해 달려왔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에포페우스 왕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성 밖에 도착하여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시키온의 왕 에포페우스는
어서 나의 딸 안티오페를 나에게 돌려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와 내 딸은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안티오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결혼까지 한 에포페우스는
그녀를 돌려보낼 수 없었으므로 결국 두 사람의 결투가 벌어졌고,
닉테우스는 큰 부상을 입은 채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부상이 워낙 깊었던 그는 결국 죽음을 앞두고 동생 리코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우, 리코스야.
안티오페는 이제 내 딸이 아니다. 네가 이 형의 원수를 갚아다오.
나를 이 꼴로 만든 에포페우스를 기필코 죽여 없애라.
그리고 안티오페를 꼭 잡아다가 벌을 내려라.”
간신히 유언을 남긴 그는 그만 죽고 말았다.
형의 장례를 치루고 나서 리코스는 군사를 이끌고 시키온으로 달려갔다.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친 테베의 군사는 시키온 성을 일시에 함락하고
왕 에포페우스를 죽여 닉테우스의 원수를 갚았다.
그리고는 안티오페를 잡아 형의 유언대로 벌을 주기 위해 테베로 돌아왔다.
테베로 돌아가는 중에 안티오페가 암피온과 제토스 쌍둥이 형제를 분만하였지만
리코스는 무정하게도 이들을 산에 버려 버리고 테베로 돌아와
안티오페를 자기 아내인 디르케의 노예로 삼아버렸다
안티오페는 힘겨운 노예생활을 하면서도
산에 버려진 아이들 생각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괴롭히는 즐거움으로 삼았던 디르케는 시간이 조금지나자
그것도 흥미가 없어져 그녀를 지하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한편 산에 버려진 안티오페의 쌍둥이는 다행히도 어느 양치기에게 발견되었다.
양치기는 이들을 데려다가 아들처럼 정성을 다해 키웠다.
암피온은 자라면서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제토스는 무술에 뛰어났으며, 목축에도 재주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어려움 속에서 살아남은 탓인지 우애가 아주 돈독했다.
암피온은 제우스의 씨를 받은 탓인지 늠름하고 멋진 젊은이로 성장했다.
그를 보는 처녀들이 모두 한눈에 반할 정도로 멋진 사나이가 되었다
리디아의 왕 탄탈로스의 딸 니오베도 우연히 그를 한 번 본 후
사랑에 빠져버렸고, 암피온 또한 우아한 아름다움과 교양을 갖춘
그녀를 좋아하여 이들은 얼마간의 열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아내로부터 리디아식의 음악을 배웠는데,
원래 비파에 달려있던 4현에다 3현을 추가하여 칠현금을 연주하는 법을 익혔다.
한편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안티오페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감옥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여 근처에 있는 산으로 도망쳤다.
그녀는 산 속을 정신없이 헤매며 도망치다가 지쳐서 쓰러지고 말았는데
마침 이 곳을 지나가던 양치기가 발견하여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업고 갔다.
한참 후 의식을 되찾은 그녀가 일어나서 다시 도망을 치려하자
양치기는 그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는 당신을 해칠 사람이 아니오.
숲에 쓰러져 있기에 데려왔을 뿐이니 안심하고 기운 차리시오.”
안티오페는 눈 앞에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자신의 쌍둥이 아들인지 알 리가 없었고 또한 암피온과 제토스도
안티오페가 자신들을 낳은 어머니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양치기가 다시 안티오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복장으로 보아 노예가 틀림없는데 왜 도망을 친 것이오?”
안티오페는 혹여 다시 디르케에게 잡혀갈까봐 두려워,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 양치기가 재촉하자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예, 저는 억울하게 잡혀서 디르케의 노예가 되긴 했지만
원래는 노예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이요?
만일 우리가 디르케의 노예를 보호해 주었다가는
우리 모두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 솔직히 말해 보시요!”
안티오페는 자신의 정체를 다 말하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
자신의 이름이 안티오페라는 것만을 밝혔다.
그러자 양치기는 “안티오페라!” 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제토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토스!야
혹여 노예를 숨겨주었다가는 우리가 경을 칠 수도 있으니
네가 맡아서 잘 지키도록 하여라.”
황소로부터 어머니를 구하는 암피온과 제토스
암피온과 제토스
이즈음 키터이론 산에서는 디르케가 주도하는
디오니소스 신을 위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산에 있던 안티오페 일행이 디르케의 눈에 띄게 되었다
단번에 디르케는 안티오페를 알아보고는 제토스에게 명령했다.
“네가 이 년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냐.
이 년은 나의 노예 안티오페라는 년이다.
썩 이리로 데려오너라!”
그러자 암피온과 제토스는 디르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왕비 마마!
우리는 단지 숲에서 발견하여 데리고 있었을 뿐이옵니다.”
“그러면 됐다. 저년을 데려다가 저기 황소의 뿔에 묶어 두어라!”
제토스는 안티오페를 끌어다가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의 뿔에 묶어 놓았다.
그녀는 제토스를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제토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양치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안티오페” 어디선가 들은 듯 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모습으로 당황하며
황급히 암피온과 제토스를 불렀다.
“얘들아, 이제야 생각났구나.
실은 나는 너희들을 숲에서 얻어서 키웠을 뿐이란다.
그런데 너희들을 낳은 친 어머니는 바로 저 여인, 안티오페야.
내가 진작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좋으냐.”
암피온과 제토스는 사태가 심각해 진 것을 깨닫고
어찌됐든 어머니를 우선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감하게 달려나가
어머니를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의 뿔에서 풀어 놓았다.
그러자 이 모습을 지켜본 디르케 일행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무예가 출중했던 제토스는 이들 무리들을 물리치고는
디르케를 붙잡아서 대신 황소의 뿔에 붙잡아 맸다.
디르케는 사태가 이상하게 발전하자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협박하였지만
제토스와 암피온은 이미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디르케가 당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된 디르케는 디오니소스를 행해 구원을 요청했다
디오니소스는 그녀가 자신을 열심히 섬기는 신자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황소를 진정시켜 디르케를 구해주었다.
한편 어머니를 구해서 돌아온 이들은 그녀로부터
그간에 일어났던 일들과 그녀의 혹독했던 노예생활에 대해 들었다.
암피온과 제토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테베를 공격하기로 마음먹고
서둘러서 군대를 모아 테베로 진격해 들어갔다.
이무렵 테베는 라이오스가 왕이었다.
라이오스의 아버지 라브다코스는 리코스의 보살핌을 받고 성장하여
왕권을 차지했었지만, 왕권을 차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테네왕 판디온과 싸우다 죽고 말았다.
그에게는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있었으니 그가 라이오스 였다.
할 수 없이 다시 리코스의 섭정이 계속되었지만
이제 라이오스도 성인이 되어 왕권을 차지할 나이가 되었다.
이때에 암피온과 제토스의 군대가 들이닥친 것이다.
미처 방비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리코스의 군대는 맥없이 지고 말았고
암피온과 제토스는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리코스를 잡아 사형에 처하고, 라이오스에게서 테베의 왕권을 빼앗았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라이오스는 재빨리 피사의 펠롭스 왕궁으로 피하여,
그곳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암피온과 제토스는 테베를 차지하자 득의만만했다.
두 형제는 사이좋게 테베의 왕이 되어 성을 굳건히 하기로 했다.
이들 형제는 성을 강하게 쌓기로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성벽을 쌓으려고 모아놓은 돌들 앞에 선 암피온이 비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움직임이 없던 돌들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한참 후에 굳건한 성벽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은 무예가 뛰어났지만 사실 암피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는 걸로 여겼던 제토스는 그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피온은 성이 완성되자 7개의 문을 내었다.
그의 비파의 현이 7개였기 때문이었다.
성이 완성되자 이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피온의 아내 니오베가 레토를 모욕하는 말을 했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레토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두 명의 자식밖에는 없잖아.
나는 자식이 열 네 명이나 된단 말이야.”
이 말을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긴 레토의 지시로
아폴론은 즉시 니오베의 아들들을 모두 죽여 버렸고,
아르테미스는 니오베의 딸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절망과 공포감에 빠진 니오베는 리디아로 돌아갔지만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신들의 벌을 받아
그녀는 돌기둥이 되었고 남편 암피온은 그 자리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쌍둥이 형제인 암피온이 죽자 무기력하게 지내던 제토스는
공교롭게도 그의 하나밖에 없던 아들마저도 아내 테베의 실수로 죽고나자
형제와 조카들에 이어 아들까지 잃은 슬픔에
시름시름 앓다가 이내 죽고 말았다.
아들들이 죽고 나자 안티오페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그날부터 광인이 되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제우스와 정을 통한 이후로 그녀에게는 지독하게도 되는 일이 없었다.
처녀가 임신했다는 것이 이토록 운명을 꼬이게 만들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디르케의 손에서 놓임을 받기는 했지만 그녀는 분명 디오케의 신
디오니소스의 저주로 광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는 미친 여자가 되어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키포스라는 나라에까지 이르렀다.
키포스는 시시포스의 후손인 포코스가 세운 나라였다.
포코스는 안티오페를 보자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포코스는 그녀를 보호하며 그녀의 병을 지극 정성을 대해 고쳐 주고
안티오페에게 정중하게 청혼을 했다.
그의 정성과 친절에 반한 안티오페는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사생아를 낳고, 우여곡절을 겪었던 안티오페의 말년은 그런대로 행복했다.
이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며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으니,
파노페우스, 크리소스, 나우보로스이다.
행복하게 살다가 조용히 죽음을 맞은 이들 부부는
함께 디트레이아 지방에 묻혔다.
그 후 사생아들이었던 제토스와 암피온의 무덤에 있는 흙을
이들 부부의 무덤에 뿌리면 풍년이 보장되었다고 한다.
과거를 묻지 않고 따뜻하게 사랑해주었던 포코스의 사랑은
민중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사티로스 / Satyr

안티오페에게 접근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사티로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괴물인데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머리에 작은 뿔이 났으며,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으로서 디오니소스 숭배를 상징하는
지팡이나 술잔을 든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고대 이집트의 신 베스가 원형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로마신화에 나오는 파우누스와 동일시된다.
장난이 심하고 주색(酒色)을 밝히는 무리들로서
포세이돈의 사랑을 받은 아미모네와
온몸에 수많은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와
관련된 신화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존재로 묘사된다.
파키스탄의 고대 유적인 탁실라에서 출토된
사티로스의 두상이 카라치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두상은 눈이 튀어나왔고 코는 낮으며,
머리카락은 여러 갈래로 헝클어지고
수염도 제멋대로 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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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호색한’을 뜻하는 Satyric은
사티로스에서 파생된 낱말이다.
이들의 저급하고 익살스러운 성격을 본따서
사티로스극이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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