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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매복을 두었다가, 적이 그걸 알고 험한 지세에 의지하고자 정형 골짜기로 되 숨어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큰일 아니겠소?” 진여가 그렇게 말해 광무군 이좌거가 더는 다른 소리를 낼 수 없게 했다. 새벽녘에 한군이 골짜기를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수..
“조나라는 대군을 이끌고서도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저들은 싸우기에 이로운 곳을 골라 굳고 높은 누벽까지 쌓아 올렸다. 그렇다면 저들의 바라는 바는 뻔하다. 우리 본진을 끌어 내어 저희 대군으로 정면에서 승패를 가리려 함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조나라 군..
한(漢) 3년의 첫 달이 되는 겨울 10월의 해는 짧았다. 한나라 군사들이 조나라로 밀고 들기 전 마지막 야영을 하고 있는 정형(井형) 어귀는 오래잖아 저물고 밤이 깊어갔다. 장졸들이 넉넉히 쉬었다 싶은 삼경 무렵이 되자 한신은 날래고 똑똑한 기마대 2천을 골라 깨우게 했다. “모두 되도..
“내가 들으니 병법에서 아군이 적군의 열 배가 되면 포위하고, 두 배가 되면 공격하라 하였소. 지금 한신이 수만 군사를 일컬으며 오고 있지만 실제로 싸울만한 군사는 몇 천 명에 지나지 않소. 게다가 천리 먼 곳에 와서 우리를 치는 것이니 이미 장졸 모두 몹시 지쳐있을 것이오. 그런데..
위(魏)와 대(代)를 평정한 한신이 장이와 더불어 군사를 이끌고 조나라로 내려온다는 소문은 조왕(趙王) 헐(歇)과 성안군(成安君) 진여(陳餘)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에 그들은 대나라에서 조나라로 들어오는 길목이 되는 정형(井형)길 조나라 쪽 어귀에 군사를 모아놓고 기다렸다. 조나라의..
“수하(隋何)는 무얼 하고 있습니까?” 한신이 다시 한왕의 사자에게 물었다. 한신이 그렇게 묻는 까닭을 짐작한 사자가 형양에서 보고 들은 대로 일러주었다. “잔뜩 채비만 갖추고 있을 뿐, 아직 구강으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
“좋다. 여기서 하루를 쉬며 흩어진 군사를 모은 뒤 조나라로 돌아간다. 한군의 추격이 있다 해도 이렇게 멀리까지 따라왔다면 그리 큰 군사는 못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연여 읍성(邑城) 쪽으로 말을 몰았다. 그런데 몇 마장 가기도 전에 마치 조금 전 하열이 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성(Y城) 안에 있는 조(趙)나라 군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나, 하열이 그들과 합쳐 성을 의지하고 맞서 오면 우리 1만 군사로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하열이 오성에 들어가기 전에 잡아야지요. 하열은 반드시 오성 동쪽으로 오게 될 것인데, 마침 그곳에는 군사를 숨길 만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