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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바지 주머니가 모두 합치면 8개나 달린 힙합 바지를 하나 샀다 허리라기보다 골반에 걸친다는 표현이 맞는 통이 넓은 바지인데 힙합의 발생지인 미국의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인 배기스타일이 아니라 동양인에게 맞는 드럼스타일에다 세미힙합의 패션요소를 결합한 정체불명의 바지..
우리는 그렇게 살자 비가 내린다. 참 지겹게도 비가 내린다. 우리의 장마철 비는 그래도 쏟아지는 시원스러움이 있어 후덥지근하게 가라앉은 마음을 후련하게 씻어 내리는 통쾌함이라도 있지만, 귀찮고 잔소리 많은 할망구 같은 이 곳의 비는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짜증스러움만 있을 뿐..
늙는 다는 것은 드디어 팔이 고장 나려나 보다 오른쪽 팔 관절 안쪽이 이상스럽게 아프다. 아파야 할 이유가 없이 아파서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라 팔을 사용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꺼림칙한 아픔이 어느 부위인지 가늠할 수 없도록 팔 전체를 울리다가 막상 팔을 쓸 때는 통증을 느낄 ..
새벽을 열다 어두운 지하실 또는 동굴 속인가보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퀴퀴한 냄새와 칙칙한 어둠이 그물처럼 날 가두고 그 바닥 회색빛 카펫트 위로 난 시체처럼 내동댕이 쳐져 있다 파충류의 끈적거리는 촉수가 미끌거리는 느낌으로 내 온몸을 동여매고 있다 옆으로 돌아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