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AND LEANDER
Hero-Leandros-Louis Marie Baader
헤로와 레안드로스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는 헬레스폰토스(현재의 다다넬즈) 해협의
아시아 쪽에 있는 도시인 아비도스에는
레안드로스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고, 그 반대편 유럽 쪽에 있는
세스토스라는 도시에는 아프로디테의 여사제인
헤로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프로디테의 제전 때 처음으로 만났는데.
헤로를 본 레안드로스는 그녀에게 매료되어 사랑에 빠졌고,
헤로 또한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이 매혹적인 여사제에게 푹 빠진 레안드로스는
밤마다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헤엄쳐 건너서 애인을 만났다.
그럴 때면 그녀는 그를 위해 탑에다 횃불을 밝혀 길을 인도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밤마다 아름다운 밀회를 즐기고는
날이 밝기 전에 해협을 건너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가곤 했다.
남몰래 하는 사랑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도 했지만
그들은 전혀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늘 즐거워 했고,
매일 매일이 서로를 기다리는 설레이고 들뜬 마음으로 인해,
다른 일은 전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폭풍우가 거세게 일어 바다가 거칠어졌다.
하지만 연인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레안드로스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해협을 건넜다.
헤로 또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탑 위에서 횃불을 밝히고
어두운 바다를 주시하며 설레임과 초조함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한 바람이 불고 날씨는 겨울이라 매서운 추위도 함께 동반하여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밤이었다
그녀는 탑위에 서서 그의 모습이 보이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서 켜져 있던 횃불을 꺼버렸다.
먼 바다에서 불빛을 등대삼아 헤엄쳐 오던 레안드로스는
캄캄한 바다에서 그만 길을 잃고는 헤매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추위와 강풍이 몰아치는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헤로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바닷가로 달려 내려갔다.
물결에 실려 온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 가다가
그가 사랑하는 레안드로스임을 알아채고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그의 시체를 부등켜안고 몸부림 쳤다.
하지만 밤새도록 바다와 싸우다 숨진 그는 다시 살아날 수 없었다.
연인을 잃은 슬픔에 울부짖던 헤로는 절망한 나머지
그녀도 뒤따라 바다에 몸을 던졌다.
헤로와 레안드로스-윌리엄 위티
아비도스의 신부
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이후로
예술가들에게서 매우 낭만적인 주제로 사랑받았다.
많은 화가들이 그들을 화폭에 담았으며, 많은 시인들 또한 그들을 칭송하였다.
특히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이 이야기를 기념하여
레안드로스가 건넜던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직접 헤엄쳐 건넘으로써
그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바이런은 장시 『아비도스의 신부』에서
이 둘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바람이 헬레의 바다(헬레스폰토스) 위를 세차게 불고 있다.
저 무서운 폭풍이 밤바다를 휘몰아치던 그 때처럼.
그 때, 에로스는 구하러 나와서도 깜빡 잊고 구하지 못했다.
저 용감한 미남자,
세스토스 처녀의 유일한 희망을.
오, 그 때 오직 한 하늘가에 탑 위의 횃불만이 반짝였다.
그리고 불어오는 강풍과 흩날리는 포말과
울부짖는 바닷새들이 돌아오라고 일렀지만,
머리 위의 구름, 눈 아래의 바다가 신호를 보내고 소리를 질러
가지 말라고 일렀지만,
그에게는 공포를 예고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저 사랑의 빛,
멀리서 빛나는 단 하나의 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오직 헤로가 부르는 노래,
「그대 거친 파도여, 사랑하는 이들을 너무 오래 갈라놓지 말아다오.」
이 노래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 그러나 사랑은 늘 새로워서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어 이 또한 진실임을 증명하게 하라.
『레안드로스 그림에 부침』-키츠
엄숙한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늘 눈을 내리깔고,
그 싱싱한 눈빛을 눈꺼풀 안에 감추고 있는
아리따운 처녀들이여!
그대들 아름다운 손으로 합장하라.
그 손을 참마음으로 모으지 않고는
이 모습 볼 수가 없을 것이니.
이것은 그대들 눈부신 아름다움의 희생자가
제 젊은 영혼의 밤으로 빠져 들어가던 모습,
황량한 바다 속으로
황망중에 가라앉던 모습이다.
이야말로 젊은 레안드로스가
허우적거리며 죽어가던 모습이다.
그래도 숨넘어가는 입술을 내밀고
헤로의 뺨을 찾았고,
헤로의 미소에는 미소로 답하고 있다.
오, 무서운 꿈!
보라,
그 몸이 죽음처럼
무겁게 파도 사이로 가라앉는다.
어깨와 팔이 일순 번쩍인다.
그러다 사라지고 만다.
그의 숨결은 포말이 되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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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와 레안드로스, 이 두 젊은 연인에 대한 애틋한 기억은
지금도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수영으로 건너고자
도전을 감행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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