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자는 내게 임금의 덕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옛날 전설적인 제왕으로 알려진 혁서씨가 국가를 다스릴 때
국민들은 집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잘 먹고 즐기며 배를 두드리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성인이라는 작자들이 나타나 예의라는 것을 만들어 내어
사람들이 그 예의에 맞추어 살려고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게 된 것이다.
최고의 이상적인 통치자로 손꼽히는 요순의 왕들은
그저 자기 몸을 공손히 하고 왕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시대에 살았던 한 노인이 부른 격양가의 가사 중에는
그 시대의 상황을 알려주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자며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먹는데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게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을 때 똑똑한 성인들이 나타나
어짊과 의리라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불가능한 세상을
동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모두가 이득을 보려고 조급해지고,
서로 다투면서 세상에 싸움이 그칠 날이 없게 되었다.
그러니 그것은 또한
성인들이 저질러 놓은 큰 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통치자는 공손하게 자리만 지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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