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아름다울수록 빨리 꺾이고 나무는 곧을수록 빨리 베인다.
한 목수가 제 나라로 가다가 곡원에서 큰 가죽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는 수천 마리의 소를 그늘에 가릴 수 있고, 둘레가 백 아름이나 되며,
높이는 산을 우러러볼 정도였고, 가지 하나로도 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러자 목수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달려가 물었다.
“저희가 도끼를 잡고 선생님을 따른 이후로
이렇게 크고 좋은 재목을 본 적이 없는데
왜 저 나무를 베지 않고 모른 채 지나치십니까?”
그러자 스승 목수가 이렇게 말했다.
“저 나무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빨리 썩을 것이며,
그릇을 만들면 쉽게 깨질 것이고, 문을 만들면 진물이 흐를 것이며,
기둥을 만들면 좀이 빨리 먹을 것이다.
그러니 그 나무야말로 재목이 될 수 없고,
재목이 될 수 없었으니 수명이 긴 것이다.”
선생의 말에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은 재목이었더라면 나무가 저렇게 클 때까지
목수들이 베어다 쓰지 않았을 리가 있겠는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이기 때문에 베지 않고 지나친 것이다.
스승 목수가 집에 돌아와 잠을 잘 때 그 가죽나무가
꿈에 나타나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를 어찌 세상의 뭇 나무들과 비교하려 드느냐?
아기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유자나무는 열매가 익으면 사람들이 금세 따가고,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잘린다.
그것은 그 나무들이 사람들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당하는 고통스러운 운명이다.
그래서 그 나무들은 생명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일찍 죽게 된다.
어느 나무나 다 그렇다.
하나 나는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나무가 되기를 오랫동안 바랐다.
그래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겨우 내가 원하던 목적을 이루었기에
이렇게 큰 나무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 좀 더 유용하게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었던들 이렇게 클 수가 있었겠는가?
꽃은 아름다울수록 빨리 꺾이고,
나무는 곧을수록 빨리 베인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세상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남보다 뛰어나려고
욕심과 허세를 부리다가 제 명을 못 누리고 세상을 일찍 등진다.
세속에서 쓸모없음이야말로 초월자가 살아가는 처세의 지혜이다.
너나 나나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한 가지 사물에 불과할진대,
왜 너는 나만 쓸모없는 존재라고 비방하고 있는가?
게다가 죽어가는 네놈보다 더 오래 살아 있게 될 나의 진가를
어찌 안다고 함부로 입을 놀리고 있단 말이냐?”
힘과 재능을 욕심껏 발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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