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목신의 오후 전주곡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 Claudio Abbado
덥고 나른한 여름날,
숲 그늘에서 잠깐 졸고 있던 반인반수의 목신은 꿈에서 깨어난다.
그는 고요히 풀피리를 불며 꿈꾸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리고 상념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경계를 맴돈다.
그는 지금 불고 있는 풀피리를 자른 물가에서
멱을 감던 물의 요정을 떠 올린다.
그는 이 몽상의 환영에 사랑의 정열을 느껴 이것을 붙잡으려 한다.
요정의 환영은 사라지나 그의 정열은 더욱 깊은 공상의 세계를 달려
마침내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포옹한다.
이 모독과 관능의 몽롱한 유열.
곧 환영은 사라지고
모래 위에 누운 목신은 풀덤불 속에서 다시 졸기 시작한다.
망막한 권태가 그의 마음을 엄습한다.
목신의 오후의 대강의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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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드뷔시의 나이 서른 때의 작품으로
당시 아직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그는 이곡으로 부동의 명성을 얻었다.
소곡하나로 이 만큼 선풍을 일으킨 예는 대단히 드문 경우이다.
반드시 프랑스 오케스트라로 듣는 것이 좋다.
드뷔시는 인상파의 시조이자 대표선수인데 이 인상파라는 이름은
원래 미술의 한 유파에서 차용한 것이다.
인상파 화가 인 모네나 마네 등은
대상물 그 자체-요컨대 윤곽이나 그 형상-에 대해 충실하기보다는
대상물로부터 받은 인상에 대해 충실하고자 했다.
완성된 그림은 당연히 윤곽이 뚜렷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희미한 느낌의 것이 된다.
드뷔시의 음악이 바로 그러한 회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인상파 혹은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음악에도 유용하게 되었다.
연주시간이 7~8분가량의 소곡이지만
실로 음악사상 위치하고 있는 이 곡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바흐부터 시작하여 헨델, 모짜르트,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의 큰 흐름이
바그너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을 때
그 흐름을 바꿔 새로운 음악세계를 창조 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현대음악이라는 용어는 드뷔시에서 시작하며,
그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존재이지만 그 가치는 엄청난 것이다
이 곡은 말라르메의 상징시를 음악화 한 것이지만
관념의 음악화였던 리스트의 교향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시정이나 회화적 영상 혹은 분위기라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 것으로
결코 말라르메의 충실한 언어전달 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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