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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 논형 (論衡)
    중국의 고전 /사상과 처세 2019. 3. 29. 11:54

    230. 논형 (論衡) / 저작자 왕충(王充)

     

    AD 9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나라 시대의 자연관과 사회관, 인간론, 지식론에 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비판서이다. ‘논형이라는 책 제목은 저자 자신이 이 책에서 논형이란 논()을 저울에 단다”, “말의 경중을 따져 그 진위를 저울에 달아본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한나라 때 유행하던 여러 가지 논의들을 유물론적인 태도로 검토, 비판한다는 뜻이다.

     

    왕충은 AD 27년에 태어나 영원(永元) 연간(89~104)에 병사한 후한 시대의 사상가이다. 하급 사() 출신으로 평생 지방 관리로 살았다. 그 무렵은 하늘의 의지에서 왕권이 비롯한다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 지배하던 시대였는데, 왕충은 이것을 비판해 하늘은 의지를 갖지 않고 저절로 그러할(自然) 따름이라고 했다. , 하늘의 인격성을 부정한 것이다. 본문에 발췌된 내용에서도 그의 소박한 유물론적 태도가 전해질 것이다. 3885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왕충은 자신이 사유한 결과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하늘에는 의지가 있는가?

     

    하늘과 땅의 기가 합하면 만물은 저절로 생겨난다. 이것은 부부가 기를 합하면 저절로 자식이 생기는 것과 같다. 이렇게 발생한 만물 가운데 혈액을 가진 종류는 배고픔과 추위를 느낀다. 인간은 오곡이 배를 불린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먹으며, 비단과 마가 옷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입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하늘이 오곡을 만들어 인간을 먹이고, 비단과 마를 만들어 입게 했다고 말한다. 이 논법에 따르면, 하늘이 인간을 위해서 스스로 농부가 되고, 누에 따는 여자가 되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것은 자연 현상에 어긋나니 이 설에는 따를 수 없다. 이 논의를 도가의 입장에서 말해 보기로 하자.

     

    하늘은 만물 사이에 기를 움직이게 한다. 그 결과 오곡은 배고픔을, 비단과 마는 추위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인간은 오곡을 먹고, 비단과 마를 입는다. 다시 말해 하늘은 의식적으로 오곡과 비단, 마를 만들어 인간에게 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재난을 일으키는 것이 인간을 나무라기 위함이 아닌 것과 같다. 저절로 생긴 물질을 인간은 먹고 입으며, 저절로 변하는 기를 인간은 두려워한다. 이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자연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만일 하늘에서 비롯하는 좋은 일들이 의도적인 것이라면 자연은 어디에 있고, 무위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늘이 자연이라 함은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하늘에는 입도 눈도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생각컨대, 뭔가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은 입과 눈 같은 것들이다. 입은 식욕과 관련되고, 눈은 시각을 관장한다. 욕망이 안에 있고, 그 작용이 바깥으로 드러난다. 입과 눈이 갈구하고, 그것을 얻으면 만족한다. 이것은 욕망의 작용이다. 입과 눈의 욕망이 없고 갈구하는 것이 없다면, 거기에서는 어떤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늘에 입과 눈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땅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땅의 본체는 흙이고, 흙에는 입과 눈이 없다. 하늘과 땅은 부부이므로, 땅의 몸에 입과 눈이 없으니 하늘에도 입과 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하늘에 몸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땅과 같아야 한다. 또한 만일 하늘이 기라고 한다면, 기는 연기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연기 같은 것에 입과 눈이 붙어 있을 리 없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운동은 유위(有爲)이다. 욕망이 있으므로 움직인다. 움직인다면 그것이 바로 유위가 아닌가? 그런데 하늘의 운동은 인간의 운동과 비슷하니, 어떻게 무위(無爲)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대답은 이렇다. 하늘의 운동이란 기를 작용시키는 것이다. 몸이 움직이면 기가 일어나고, 물질이 생긴다. 그것은 인간이 기를 움직이는 것과 같으니, 즉 몸이 움직이면 기도 일어나고, 자식도 생기는 것이다. 무릇 인간이 기를 작용시키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자식을 생산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가 작용하면 저절로 자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듯 하늘이 움직이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물질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 아니다. 물질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저절로 그러하다(自然)’의 뜻이다. 기를 작용시키는 것은 물질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물질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이 무위의 뜻이다. 자연편(自然篇)

     

    천둥 번개는 하늘의 노여움인가?

     

    천둥 번개는 활발한 양기에 음기가 부딪쳐서 일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알 수 있는가? 정월에 양기가 움직이면 천둥 번개가 발생한다. 5월에는 양기가 활발해지므로 5월의 천둥 번개는 특히 드세다. 가을과 겨울에는 양기가 움츠러들기에 천둥 번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여름은 양기가 우세하기 때문에 거기에 음기가 따라간다. 이렇게 하여 음양이 다투고 엉키다가, 산지벌판으로 격렬하게 흩날린다. 흩날리면 독으로 변해 사람이 맞으면 죽고, 나무에 떨어지면 부러지고, 집에 떨어지면 부서진다. 사람이 나무 아래나 집 안에 있다가도 어쩌다가 벼락을 맞으면 죽는다. 이것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가령 한 되의 물을 대장간 아궁이에 넣어 보라. 그러면 수증기가 피어오르면서 벼락 같은 소리가 들릴 것이다. 곁에 있다가는 화상을 입고 만다. 천지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으니, 양기는 불이고, 비구름은 물이다. 불과 물이 부딪치면 굉장한 속도가 일어나고 그것이 사람 몸에 맞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된다.

     

    주물사는 쇠를 녹이고 그 쇳물을 부어 넣을 주형을 뜬다. 주형이 말랐을 때는 쇳물이 제자리를 잡지만, 습기가 차면 넘쳐흘러 사방으로 튄다. 그것이 몸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다. 양기의 열은 녹은 쇳물보다도 격렬하고, 음기의 격렬함은 습기 찬 진흙을 넘어선다. 격렬한 기가 사람 몸에 닿으면 화상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아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천둥 번개가 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덧붙여 다음과 같은 다른 증거도 들 수 있다. 벼락을 맞고 죽은 사람의 사체를 조사해 보면, 머리에 맞은 경우에는 머리카락이 타 버렸고, 몸에 맞은 경우에는 피부가 타서 냄새가 난다. 이것이 첫 번째 증거이다. 연금술사는 돌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불에 넣었다가 우물에 던져 넣는다. 돌은 차가운 우물 속에서 하는 소리를 내면서 천둥 벼락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두 번째 증거이다. 추운 곳에 오래 나가 있으면 그 한기가 배 속으로 스며든다. 배 속은 따뜻하므로 따뜻함과 차가움이 서로 다투면서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것이 세 번째 증거이다. 천둥 벼락이 발생할 때는 번개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불과 비슷할 정도로 밝다. 이것이 네 번째 증거이다. 천둥 벼락이 떨어지면 사람의 집이나 지상의 초목을 불태울 수 있다. 이것이 다섯 번째 증거이다.

     

    지금까지 천둥 벼락이 불이라는 5가지 증거를 살펴보았는데, 그것이 하늘의 분노라는 증거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천둥 벼락이 하늘의 분노라는 말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뇌허편(雷虛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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