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위에 군림하지도 말고 국민에게 지배 받지도 말라.
초나라의 현인 의료가 노나라 왕을 만났을 때 왕의 얼굴에는 큰 근심이 서려 있었다.
의료가 왕에게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묻자 왕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대의 왕들로부터 도를 배우고 선군들로부터 업을 닦았소.
신을 공경하고, 현명한 사람들을 존경했으며, 적의가 있는 사람이라도
친교를 나누면서 행동을 신중히 하여 잠시라도 흐트러짐이 없이
국정을 베풀었건만, 이 나라에는 온갖 어려움과 재난이 그치지 않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소.”
그러자 의료가 말했다.
“여우와 표범이 낮에는 숲이나 굴속에 엎드리고 있다가 밤에만 나가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은 적을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비록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도 인적을 피해서 한적한 강이나 호숫가에서 먹이를 찾아 헤맵니다.
그렇게 조심하고 경계하면서도 사람의 덫이나 함정에 걸리는 운명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털과 가죽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폐하가 가진 가죽은 무엇이겠습니까?
폐하에게는 노나라가 바로 표범의 가죽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폐하는 우선 노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욕심부터 버리시고
속마음을 깨끗이 닦아내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상적인 국가로 일컫는 건덕이라는 나라의 백성들은 어리석지만
소박하여 욕심 없이 삽니다. 그들은 농사를 지을 줄만 알지 쌓아 둘 줄을 모르며,
남을 퍼주기만 했지 갚으라는 말을 몰랐으며, 의로움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며
예의라는 것이 어디에 써먹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대자연의 법도를 따라 삶을 즐기고 죽으면 편하게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노나라를 마음속에서 지우시고 속세의 일들도 잊으십시오.
왕의 지위를 믿고 위세를 부리려고 한다거나, 사치스러운 대궐을 위한 비용도
줄이셔야 합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참된 권력을 쥐게 됩니다.
요 나라 왕처럼 군림하려고 하지도 말고,
지배당하지도 않는 강한 군주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시면 근심이 사라질 것입니다.”
권력을 잡으려면 권력을 잊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