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를 얻으면 비난을 받고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
어느 날 장자가 산 속에서 가지가 크고 잎이 무성한 큰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한 나무꾼을 만났다. 장자는 나무꾼에게 이렇게 좋은 나무를 지금까지
왜 베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은
“이 나무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장자는 “쓸모가 없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군.”하고 말했다.
곧이어 장자는 산에서 내려와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장자가 찾아오자 너무 기뻐서 하인에게
집에 있는 기러기를 잡아서 요리를 해오도록 시켰다.
그러자 하인이 주인에게 물었다.
“잘 우는 놈과 안 우는 놈, 두 마리가 있는데 어떤 놈을 잡아 올릴까요?”
주인은 울지 않는 기러기를 잡으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 제자들이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 산에서 본 나무는 쓸모가 없었기에 베이지 않았고,
이 집의 기러기는 울지 않았기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장자가 제자에게 말했다.
“나는 쓸모가 있기도 하고 쓸모가 없기도 한 바로 그 중간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은 얼핏 들으면 중용을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참된 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화를 면할 길은 없다.
대체로 도덕을 내세우며 사는 사람들은 명예 따위도 무시하려 들지만
그렇다고 남의 비방을 듣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어느 때는 용이 되었다가 또 어느 때는 뱀이 된다.
그렇게 경우에 따라 기회를 잘 포착해서 자신의 모습을 계속 바꾼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것 한 가지에만 집착하거나 내세우는 일이 없다.
올라가야 할 때는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때는 잘도 내려간다.
그렇게 무슨 일에나 잘 적응하고 사는 데 화를 당할 이유가 있겠느냐?
그것이야말로 신농 황제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명예를 얻으면 한편으로는 비난을 받아야 하고,
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 하고, 명성이 높아지면 미움도 많아지는 법이고,
돈이 많으면 시샘을 받아야 하고, 일을 성사시키면 깨지기도 하고,
어질면 음고를 받으며, 어리석으면 속임수를 당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쓸모가 있다고 해서 화를 당하지 않을 수가 있으며,
쓸모가 없다고 해서 화를 면할 수가 있겠느냐?
결국 어느 쪽이든 재앙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잘 기억해 두어라.
무슨 일에나 시비를 초월하여 대자연의 대도를 갖는 자만이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을.”
대자연의 법칙에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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