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를 부리면 천성이 비뚤어지고
참된 도를 깨달을 수 없다
자공이 길을 가다가 한 노인이 밭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노인은 밭에 물을 주기 위해 물동이를 들고
깊은 우물로 내려가서 물을 길어다 밭에 뿌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공은 노인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딱해서 말했다.
“어르신, 용두레라는 물 퍼 올리는 농기구가 있습니다.
그걸 쓰면 이런 밭쯤은 하루에 백이랑도 물을 쉽게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시고 계십니까?”
그러자 노인이 자 공에게 물었다.
“그 용두레가 어떻게 생겼소?”
“나무 한쪽을 파서 물을 담고, 다른 한쪽 끝은 무겁게 만들어서
우물에 넣어 물을 푸면 물을 넘치게 풀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농기구입니다.”
그러자 밭음 매던 노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 말도 옳긴 하네. 하지만 사람이란
기구가 있으면 반드시 꾀를 부리게 되어 있네.
꾀를 부리자면 어떻게 편할까 요령을 쥐어짜느라 잔머리를 굴릴 것이네.
그렇게 잔머리를 굴리다 보면 머릿속이 온통 잔꾀로만 가득 차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순수한 마음을 잃게 되고,
순수한 마음을 잃으면 타고난 천성이 비뚤어지고,
천성이 비뚤어지면 도를 깨달을 수가 없게 되지 않겠는가?
내가 용두레를 몰라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쓰면 내가 도를 깨달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이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는가?
그러니 여보게, 내 일을 방해나 하지 말고 어서 가 보게.”
무슨 일이든 쉽게 하려고 하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