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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서경 (書經)중국의 고전 /사상과 처세 2019. 1. 1. 19:47
201. 서경 (書經)
BC 60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성왕(聖王) · 명군(名君) · 현신(賢臣)이 남긴 어록이자 선언집이다. 오경(五經)에 속하며, 중국 정치의 규범이 되는 책이다. 옛날에는 『서(書)』 또는 『상서(尙書)』라 했다. ‘글로 쓴 것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핵심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서경』은 원래 그냥 ‘서’라 불렸다. 뒷날 ‘서’는 일반적인 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데, 원래 쓴다는 행위는 궁정의 사관이 왕의 말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대 사관의 기록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정치의 규범이자 경전으로 인식되었고, 그 내용도 확대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공자가 고대의 기록 3,240편 가운데서 102편을 선별해 편찬한 것이라 하는데, 그 틀은 아마도 춘추전국시대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100편의 제목이 적힌 목록이 남아 있으며, 본문이 현존하는 것은 전설상의 성왕 요 · 순부터,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목공(穆公)에 이르는 58편뿐이다.
그중 진(秦)나라의 박사였던 복생(伏生)이 전한 32편은 그 무렵 통용되는 문자로 적었다 하여 『금문상서(今文尙書)』라 하고, 공자의 자손이 살던 집의 벽에서 나왔다는 25편은 『고문상서(古文尙書)』라고 한다. 이 둘은 엄격히 구별되지 않은 채 경서로 존중되어 왔으나 시대가 흐름에 따라 『고문상서』의 내용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청나라 초기 염약거(閻若璩)의 『고문상서소증(古文尙書疏証)』에 이르러서는 후세의 위작이라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밝혀져, 오늘날에는 이 25편을 『위고문상서(僞古文尙書)』라고 한다.
천명에 따르고 덕이 있는 자를 존중하며 덕으로 백성을 편안히 한다는 유가의 정치 이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옛날부터 ‘정치의 근본’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 「우하서(虞夏書)」 - 요순을 중심으로 하나라의 사적을 기록
요(堯) · 순(舜) · 우(禹)의 치세를 중심으로 하(夏)나라 중기까지의 주요한 사적을 기록했다. 「요전(堯典)」, 「순전(舜典)」에서 제위 선양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본다.
요임금은 말했다.
“사악(四岳, 제후의 우두머리)아, 내 이 자리에 오른 지 벌써 70년, 그동안 너는 내 명령에 따라 천하를 잘 다스려 주었다. 이제부터 나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오르도록 하라.”
“아닙니다. 이렇게 부덕한 몸으로는 제위를 욕되게 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저 재야에 숨은 현자를 추천하라.”
사람들은 순을 천거했다.
“순은 맹인의 자식으로, 아버지는 고집이 세고 불순한 사람이며, 어머니는 간사하고, 동생 상(象)은 교만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동생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잘 이끌어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요임금은 자신의 두 딸을 순에게 주고, 백관의 통솔과 귀빈 접대, 신들에게 올리는 제사를 관장하게 했더니 백관이 그를 잘 따르고, 귀한 손님이 그에게 감복하고, 비와 바람이 때를 잘 맞추어 오곡이 풍성해졌다.
요임금은 순을 불러 말했다.
“순아, 내가 너의 말과 행동을 지켜본 지 어언 3년이 되었다. 이제부터 나를 대신해 제위에 오르도록 하라.”
순은 스스로 부덕하다 하며 사양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요임금의 뜻에 따라 정월에 길일을 잡아 제위에 올랐다.
「우하서」에는 이 밖에도 홍수를 다스린 우에게 순이 제위를 선양했다는 것을 기록한 「대우모(大禹謨)」, 우의 현신 고요(皐陶)의 말을 기록한 「고요모(皐陶謨)」, 전국의 지리와 물산을 기록한 「우공(禹貢)」 등 9편이 포함되어 있다.
■ 「상서(商書)」 - 하늘의 뜻으로 하나라를 칠 것이다
하나라를 타도하고 은(殷)나라를 수립한 상(商)나라 탕왕(湯王, 은나라를 창건한 왕)의 서언(誓言)에서 시작하여,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의 폭정을 비판하면서 멸망에 가까워졌음을 한탄하는 미자계(微子啓)의 말까지 은왕조의 주요한 발언을 모았다.
여기서는 탕왕이 명조(鳴條)의 들판에서 하나라 왕 걸(傑)과 싸울 때 병사들에게 서약한 말인 「탕서(湯誓)」를 초역한다.
탕왕이 말했다.
“백성들아, 이리 와서 내 말을 잘 듣거라. 내가 무작정 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하나라 왕의 죄가 너무 커 하늘이 내게 처벌을 명령한 것이다. 너희들 가운데는, 우리 임금은 우리를 돌보지 않고 어찌하여 전쟁을 일으키려 하느냐고 말하는 자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나는 하늘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이렇게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선 것이다. 하나라 왕은 백성의 힘을 마르게 하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 반드시 하나라를 칠 것이다. 나를 도와 천벌이 올바르게 내리도록 하라. 공을 세우면 반드시 후한 상을 내릴 것이다. 나를 믿고 따르라. 나의 서약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다.”
「상서」에는 이 밖에도 천도를 반대하는 민심을 달래는 「반경(盤庚)」, 탕왕의 아들 태갑(太甲)의 횡포를 나무란 재상 이윤(伊尹)의 말을 기록한 「태갑」 등 17편이 포함되어 있다.
■ 「주서(周書)」 - 천지의 대법과 정치 도덕을 논하다
『서경』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분량도 가장 많다. 「상서」와 마찬가지로 은나라 주왕(紂王)의 폭정에 대해 군사를 일으킨 주나라 무왕(武王)의 서언 「태서(泰誓)」, 「목서(牧誓)」에서 시작해, 진(秦)나라 목공이 정(鄭)나라를 공략할 때의 「진서(秦誓)」에 이르기까지, 주나라 초기에서 춘추시대까지의 32편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홍범(洪範)」으로, 은나라 왕족이면서 주왕에게 반항했던 기자(箕子)가 우에게서 전해 받은 천지의 대법(大法)과 정치, 도덕을 논한 글이다. 다음과 같이 9조로 나누어져 있다.
1. 오행(五行, 자연계의 5대 원소인 수 · 화 · 목 · 금 · 토)에 관한 일.
2. 오사[五事, 모양(貌), 말하는 것(言), 보는 것(視), 듣는 것(聽), 생각하는 것(思)]에 관한 일.
3. 팔정[八政, 정치의 기본이 되는 음식(食), 재물(貨), 제사(祀), 최고 관직(司空), 교육(司徒), 사법(司寇), 어전 외교(賓), 군대(師)]에 임하는 일.
4. 오기[五紀, 역법의 기본이 되는 1년의 기간(歲), 달(月), 일(日), 별의 운행(星辰), 역수(曆數)]를 정리하는 일.
5. 황극(皇極, 임금의 정치와 덕의 준거)을 세우고 임금 스스로 올바르게 실천해 백성이 따르게 하는 일.
6. 삼덕[三德, 정직(正直), 강극(剛克), 유극(柔克)]을 갖추는 일.
7. 계의(稽疑, 점으로 의문을 밝히는 것)에 관한 일.
8. 서징(庶徵, 자연 현상 가운데에서 선악의 징후를 발견하는 것)에 관한 일.
9. 오복[五福, 장수(壽), 부귀(富), 건강(康寧), 선행(好德), 인생 계획(終命)]이 선행에 따르고, 육극[六極, 흉단절(凶短折, 흉은 재난을 만나 죽는 것, 단은 60세 이전에 죽는 것, 절은 30세 이전에 죽는 것), 병(疾), 걱정(憂), 가난(貧), 악함(惡), 약함(弱)]이 악행에 따르는 일.
□ 책 속의 명문장
野無遺賢, 萬邦咸寧 / 야무유현, 만방함녕
‘현자가 들판을 헤매지 않으면, 만천하가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재능 있고 어진 사람들이 등용되지 못해 들판에서 헤매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며,
그런 현자를 널리 채용해야 정치의 권위가 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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