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er you walk
Sop. Kathleen Battle
G.F. Handel(1685∼1759)
Baroque Opera "Semele"
쎄멜레는 테베의 왕 카드모스와 그의 아내 하르모니아의 딸로,
디오니소스 또는 박카스의 어머니이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그의 아이를 임신하자,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질투하여
세멜레를 유혹, 제우스가 헤라에게 구혼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기에게 와달라고 요구하라고 부탁하였다.
세멜레의 요구를 무엇이든 다 들어주기로 약속한 제우스가
천둥소리와 번갯불에 싸여 나타나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타죽고 말았다.
헤르메스의 도움으로 제우스는 6개월 된 태아를 꺼내어
자기의 넓적다리에 넣고 꿰맸다.
이렇게 하여 달이 차서 낳은 아이가 훗날 주신(酒神)이 된 디오니소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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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쎄멜레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가 그렇고 대부분의 오페라 줄거리가 그렇듯이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고리타분한 유교적 도덕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동방예의지국을 자칭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도 않을 뿐더러
황당하고 어이 없음이 거의 극치에 다다른다.
옛날옛날 아주 아리따운 처자가 있었단다.
여신과 인간의 왕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님으로
신의 피를 이어받아 미모가 참으로 수려했다고 하는데,
예쁜 여자라면 모조리 껄떡거리는 천하의 난봉꾼인 제우스가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는가?
제우스는 그녀에게 접근하여
자기가 진정으로 사모하던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를 닮았다는 둥
뒷골목 삼류 제비도 쓰지 않는 뻔하디 뻔한 스토리를 늘어놓으며
내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유치찬란한 수법으로 작업을 거는데
이미 그녀의 이모뻘인 그 유명한 이오(Io)도
제우스에게 꼬심을 당한 전례가 있어서 그런지
세멜레는 담담히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게 어디 가만히 앉아서 담담히 받아들일 일인가
이미 딴 남자와 정혼한 상태로 막 결혼을 하려던 양가집 규수가
천하의 난봉꾼인 유부남이 꼬신다고 운명이네 어쩌네 하며
춘향이 이몽룡에게 안기듯 홀까닥 안겨버리면 되겠는가!
게다가 제우스의 부인이라 하시면
대략 질투심 많기로 유명한 그 헤라여신이 아닌가!
아무튼 결국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고 애원하고
제우스는 영화 졸업의 더스틴 호프만 처럼
결혼식날 쎄멜레를 안고 냅다 튀어 사랑의 도피를 하게된다.
그리고 세멜레는 자신에게도 다른 신들처럼 영원히 살 수 있는
영원불변성을 달라고 떼를 쓰지만 제우스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한 때의 정열을 위해 감언이설과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결혼할 처자를 꼬드겨 야반도주할 땐 언제고 소원하나 들어주지 않는
제우스도 제우스지만, 세멜레의 답답함에 치가 떨린다.
이런 둘의 몰지각한 애정 행각을 헤라가 가만히 보고 있을 턱이 없지.
질투와 분노에 휩싸였지만 영악한 헤라에게 딱걸린 세멜레...
세멜레가 혼자 있을때, 헤라는 그녀의 자매로 변장해서
자연스럽게 세멜레에게 접근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며
그녀의 마음에 허영과 자만을 잔뜩 심어준 후 그녀를 부추킨다.
"네가 제우스와 사귄다지만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진짜 제우스인지 아닌지. 제우스를 사칭한 사기꾼 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 한번 확인해 보렴.
헤라 여신앞에 나타날 때처럼 인간의 모습이 아닌
신의 모습을 한채 나타나 달라고 해봐."
한편, 헤라는 잠의 신을 매수해서 제우스의 꿈속에서
세멜레에 대한 욕정을 불러 일으킨다.
잠에서 깨어난 제우스는 세멜레에 대한 욕망을 가득차게 되고
발정난 숫돼지처럼 헐레벌떡 세멜레에게로 돌진.
그러나 헤라의 꼬심에 넘어가 개념을 완전 상실한 세멜레는
그런 제우스를 거절하면서 삐짐 모드에 들어간다.
"내가 이렇게 이쁜데 불로불사의 부탁도 안들어주고 흥흥흥!!!
말로만 이쁘다 그러지 몰라 몰라 몰라!!! 난 삐질거야 헹헹헹!!! "
대체로 이쁜 여자가 삐지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찬바람이 돌고
상대방은 애고 간장이고 쓸개고 다 타는 법
속이 바작바짝 타들어 가는 제우스,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마는데...
"그 소원말고 네가 원하는거 다 들어주마 그러니 얌전히 내 품에 앵겨다오"
"싫어요 어떻게 믿어요"
"좋다 내 스틱스 강에 맹세하마."
신들도 스틱스강에 걸고 맹세하면 반드시 그 맹세를 지켜야 한대나 어쩐다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멜레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럼 당신의 본모 습을 보여줘요.
당신의 아내 앞에 서는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서줘요"
순간 제우스는 할 말을 잃고 정신조차 아득해지며
그녀의 주제파악 못하는 부탁에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보통인간으로 신의 본 모습은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
달래고 얼르고 애원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지만
이미 오만해질대로 오만해진 세멜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이미 스틱스 강에 맹세한터라 부탁이 취소되지 않는 한 지켜야되는 제우스
이 아름답고 젊고 색기넘치는 새 애인을 그렇게 허무하게
포기해야 하는 슬픔을 뒤로하고
제우스는 그녀의 소원대로 신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선다...
이런 걸 보고 불을 보듯이 뻔하다고 하는걸까
제우스의 엄청난 빛과 열기를 감당못하고 세멜레는 홀랑 타 버리고 만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건 세멜레는 그 당시 임신중이였단다.
그 아기를 불쌍히 여긴 대지의 여신은 그녀가 타는 순간
그녀의 자궁을 덩쿨로 보호하고
제우스는 자신의 피를 이은 그 아이를 자신의 허벅지 속에 넣고
달수가 찰때까지 길렀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사랑의 쾌락, 즐거움, 술의 신인 디오니시스 또는 박카스이다.
이런 이야기,세멜레를 두고 비극적 사랑의 이야기니 뭐니해도
세 줄로 요약해 보면,
임자 있는 남자 꼬시면 벌받는다.
유부남이 처녀를 임신시키면 비극만 남는다.
마지막으로는 불조심하자. 뭐 이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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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 Kathleen Battle
미국의 소프라노 가수.
서정적인 목소리와 독특한 창법으로 청중을 사로잡으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1978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원이 되어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며
오페라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배틀은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뉴 오페라 프로덕션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기상인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미상을 5차례나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