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ano Sonata K.30 (L.499) in G minor
Cat Fugue
고양이 푸가
Domenico Scarlatti 1685~1757
Yevgeny Sudbin. Piano
역사상 음악 가문으로 명성이 높은 곳은 우선 독일의 바흐가(家)로,
2백년에 걸쳐 50인 이상의 저명한 음악가를 배출한 발군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다산계인 바흐 일족에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겠지만,
다른 나라에도 음악 일족이라 불리는 가계가 있다.
프랑스의 쿠프랭가(家), 영국의 퍼셀가(家), 이탈리아의 스카를라티가(家) 등이다.
스카를라티가는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많은 음악가들을 낳았지만
그 중에서도 뛰어난 인물이 알렉산드로와 이 ‘고양이 푸가’를 만든 아들 도메니코이다.
시대로 말하면 정확히 바로크와 로코코의 경계지점에 해당하지만,
독일의 작곡가 헨델과 같은 시대 사람이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오르간과 쳄발로 경연을 한 적이 있다.
오르간에서는 확실히 헨델이 유리했지만 쳄발로에서는 승부를 가리기 힘들어,
그 때 이후 두 사람은 친교를 맺었다고 전해진다.
왜 이곡이 ‘고양이 푸가’로 불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닉네임은 대개 적당히 갖다 붙인 것이어서,
한 마리의 고양이가 쳄발로 건반 위를 걸었는데 그 음을 들은 스카를라티가
영감을 받아 고양이가 내는 음을 주제로 하여 이 푸가를 썼다 -
뭐 대충 이런 정도의 사연일 듯...
이 곡의 주제는 점차 상승해가는 6개(G, B플랫, E플랫, F샵, B플랫, C샵)의
좀 긴 음표로 시작되는데, 고양이 발소리라고 하면
나름대로 수긍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양이란 녀석은 발이 4개 이므로 이 푸가의 주제와 같이
하나씩 음이 높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고양이에게 강제로 그렇게 시켰다면 앞발을 한 걸음 내딛고 나서
이번에는 뒷발을 더 앞으로 내딛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고양이는 계속 뒤집어지고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G음을 제외하고는 전부 ‘내림표’나 ‘올림표’가 붙어 있는데,
검은 건반은 흰건반보다도 가벼우므로 앞발은 검은건반,
뒷발은 흰건반 위에 놓고 비스듬히 걸어갔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피아노로도 잘 연주되며,
닉네임 탓도 있어 널리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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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크 스카를라티는 쳄발로의 명수이며,
550곡 이상의 소나타를 만들었다.
35살부터 포르투칼의 왕녀 마리아 바르바라에게
쳄발로를 가르치고 평생 그녀에게 헌신했는데,
앞의 550여 곡은 모두 마리아를 위하여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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