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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충(酒蟲) / 요재지이 (聊齋志異)중국의 고전 /소설과 희곡 2019. 3. 30. 17:34
주충(酒蟲)
유(劉)씨는 술을 마셨다 하면 한 동이는 마셔야 하는 사람이었다.
집이 부자라서 매일 그렇게 마셔도 형편이 나빠질 염려는 없었다.
어느 날, 외국에서 온 승려가 그를 보더니 해괴한 병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씨가 자신은 아무 병이 없다고 하자,
그 승려는 술벌레가 몸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여 치료에 들어갔는데, 그 방법이 묘했다.
한낮의 햇볕 아래 유씨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한 자쯤 떨어진 곳에
잘 익은 술 한 동이를 놓아두는 것이었다.
목이 말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더니 구역질이 났다.
“왝” 하고 뱉어 내자 어떤 물건이 술 양동이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승려는 유씨의 손발을 풀어 주었다.
양동이 안을 들여다보니 서너 치쯤 되는 길다랗고 검붉은 살덩이가 술독에서 꿈틀거리며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눈과 입까지 달려 있었다.
유씨가 사례비를 건네려 하자 승려는 사양하면서 벌레를 가져가게 해 달라고 했다.
그 벌레는 술의 정령으로, 술에 넣고 휘저으면 금방 좋은 술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유씨는 술 냄새조차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뒤로 풍채가 좋던 유씨의 몸은 점점 야위어 갔고,
재산도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가난뱅이가 되고 말았다.
요재지이 (聊齋志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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