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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녀자들이 지켜야 할 사소한 예절 이것저것 / 이덕무(李德懋)
    옛 이야기/고전 隨筆 2019. 3. 1. 19:34

    부녀자들이 지켜야 할 사소한 예절 이것저것 / 이덕무(李德懋)

     

     

    선비의 아내가, 가계(家計)가 곤궁하면 약간의 생업을 경영하는 것도 불가한 일이 아니다. 길쌈하고 누에치는 일은 원래 부인의 본업이거니와, 닭과 오리를 기르는 일이며 장···기름 등을 판매하는 일이며 대추···석류 등을 잘 저장했다가 때를 맞추어 내다 파는 일이며, 홍화(紅花)1)·자초(紫草)2)·단목(丹木)3)·황벽(黃蘗)4)검금(黔金)5)남정(藍靘)6) 등을 사서 쌓아 두는 일은 부업으로 무방하다. 그리고 도홍색·분홍색·송화황색(松花黃色유록색(油綠色)7)·초록색·하늘색작두자색(雀頭紫色)8)·은색·옥색 등 모든 염색법을 알아 두는 것도 생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은 또한 여공(女工)9)의 일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욕에 빠져 너무 각박하게 하여 인정에 가깝지 못한 일을 한다면, 이 또한 어찌 현숙한 행실이라 하겠는가?

     

    자모전(子母錢)10)은 더욱더 현부인(賢婦人)의 일이 아니다. 적은 돈을 주고 많은 이식을 취한다는 그 자체가 의롭지 못한 일이 될 뿐만 아니라, 만일 약속 기일을 어기고 상환하지 않으면, 가혹하게 독촉하고 서로 악담을 하게 되며, 심지어는 여비(女婢)로 하여금 소송케 해서 그 일이 관청 문서에 기재되게 되어 채무자가 집을 팔고 밭을 파는 등 도산하고야 마니, 그 원성이 원근에 파다하게 되며, 또는 형제 친척 간에도 서로 빚을 얻거니 주거니 하여 오직 이익에만 급급할 뿐, 화목하고 돈독한 정은 돈절(頓絶)11)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볼 때 돈놀이하는 집은 연달아 패망하니, 그것은 인정에 가까운 일이 못되기 때문이다. (중략)

     

    시부모가 주신 물건은 마음대로 남에게 주거나 제멋대로 팔아서는 안 된다.

     

    안에서 쓰는 일용하는 기물은 크고 작고 성하고 낡은 것을 막론하고 반드시 그 소재처를 적어 두어, 혹시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방과 마루를 깨끗이 쓸고 그릇 등을 깨끗이 닦아 지저분한 것을 없애고 조촐하고 정결하게 하기에 힘써야 한다. 그런 때문에 부() 자는 그 글자를 만들 때 여() 자 변에 추() 자를 한 것이니, 여자는 항상 빗자루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내[]도 역시 키와 비를 가진 여인[箕帚妾]이라는 의미이다.

     

    머리를 빗고 나서 떨어진 머리털을 함부로 버려 옷에 묻거나 음식물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새 털, 고기비늘, 채소의 잎, 과일의 씨를 마루나 섬돌에 어지럽게 버리지 말라.

     

    부엌 위의 그을음과 천정(天井)의 거미줄은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의복과 수건이 깨끗하지 못하거나 음식이 정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모두 거기에서 연유하는 것이니, 날마다 달마다 점검하여 있을 때마다 없애버리는 것이 옳다.

     

    장에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초에 초파리가 우글거리고, 쌀과 콩에 검은 바구미가 구멍을 뚫고, 과일에 좀이 집을 짓고, 노래기와 지네가 국에 뜨고, 쥐 오줌과 파리똥이 밥이나 반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모두가 제대로 간수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상하고 근면한 부인은 방비하는 데 반드시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다. (중략)

     

    푸닥거리를 하여 귀신을 없애버리려 하나 귀신이 먼저 집안으로 들어오고, 사위하는12) 목적은 사특한 것을 피하기 위함이나 사특한 것이 벌써 마음에 물드는 법이니, 어찌 그리도 미혹한가? 그러므로 가법이 엄격하여 무당을 물리쳐 문에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기휘13)하는 사특한 말이 규문 안에 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 집에는 지금 이러한 누추한 습속이 없다. (중략)

     

    훈민정음(訓民正音), 자음·모음의 반절(反切)14)과 초성·중성·종성과 치음(齒音설음(舌音)의 청탁(淸濁)과 자체(字體)의 가감(加減)이 우연한 것이 아니다. 비록 부인이라도 또한 그 상생상변(相生相變)하는 묘리를 밝게 알아야 한다. 이것을 알지 못하면, 말하고 편지하는 것이 촌스럽고 비루하며 소홀하고 어그러져서 옳은 격식이 될 수 없다.

     

    언문15)으로 번역한 이야기책[傳奇]16)을 보는 데 빠져 가사를 방치하거나 여자가 할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심지어 돈을 주고 빌려보는 등 거기에 빠져 가산을 파탄하는 자까지 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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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화(紅花): 곧 홍람화(紅藍花)인데, 꽃을 따서 붉게 물들이고, 연지(曣脂)도 만든다.

    2) 자초(紫草): 일명 자초(茈草)인데, 그 뿌리가 자색 염료로 쓰인다. 5월에 자백화(紫白花)가 핀다.

    3) 단목(丹木): 곧 소목(蘇木)인데 강색(絳色: 붉은 색) 염료로 쓰일 만하다. 해도(海島)에 소방국(蘇方國)이 있는데, 그 나라에서 이 나무가 생산된다. 꽃은 노랗고 열매는 푸르다가 익으면 검다.

    4) 황벽(黃蘗): 일명 황백피(黃柏皮)인데 누렇게 물들여진다. 그 껍질이 겉은 희고 속은 누렇다.

    5) 검금(黔金): 곧 녹반(綠礬), 또는 조반(皁礬)인데, 검게 물들여진다.

    6) 남정(藍靘): 남은 쪽풀인데, 그 잎이 청((()으로 물들여지고, 정은 곧 정화(靘花)인데 색이 검푸르다.

    7) 유록색(油綠色): 청둥오리의 머리털 빛깔과 같은 초록색. 머리털에 기름 성분이 있어서 유록(油綠)이라 하며, 버드나무의 빛깔을 말하는 유록색(柳綠色)과 구별하여야 한다.

    8) 작두자색(雀頭紫色): 참새 머리 빛깔의 자색.

    9) (女工)=여공(女功/女紅): 예전에, 부녀자들이 하던 길쌈질.

    10) 자모전(子母錢): 변리돈. 돈놀이.

    11) 돈절(頓絶): 편지나 소식 따위가 딱 끊어짐.

    12) 사위하다: 미신으로 좋지 아니한 일이 생길까 두려워 어떤 사물이나 언행을 꺼리다.

    13) 기휘(忌諱): 꺼리거나 두려워 피함.

    14) 반절(反切): 한자의 음을 나타낼 때 다른 두 한자의 음을 반씩 따서 합치는 방법. ‘()’의 음은 ()’의 초성인 ()’의 중성 및 종성인 , 을 합쳐서 이 되는 것 따위이다.

    15) 언문: 諺文. 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뜻으로,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

    16) 전기(傳奇): (있을 수 없는) 괴이하고 환상적인 색채가 짙은 이야기로, 귀신과 인연을 맺거나 용궁에 가 보는 것과 같은 기괴하고 신기한 일을 내용으로 한다. 송대(宋代)에 이방(李昉)이 서현(徐鉉), 후몽(扈蒙) 12명과 함께 고사들을 광범위하게 채록하여 7,000여 조에 달하는 고사를 수록한, 500권으로 완성한 설화문학의 최초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가 있는 ?태평광기(太平廣記)?가 이에 해당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실려 있는 다섯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

     

     

     

     

    해설:

     

    이 글은 청장관전서30권에 있는 사소절(士小節)7 부의(婦儀) 2 사물(事物) 조에 나오는 글이다.

     

    가계(家計)가 곤궁하면 약간의 생업을 경영하는 것도 불가한 일이 아니라는 말, 돈놀이를 하지 말라는 말, 집안을 깨끗하게 하라는 말, 푸닥거리 따위를 금하라는 말이나, 훈민정음을 제대로 익히라는 말 등은 한번쯤 음미해볼 만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책을 보지 말라는 말은 당시의 문학관이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여 씁쓰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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