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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현(上賢)무경..../육도(六韜) 2019. 1. 17. 13:00
9. 상현(上賢) - 현자를 크게 예우하라
문왕이 물었다.
“왕으로 있으면서 사람을 다스릴 때 과연 누구를 윗자리에 앉히고, 누구를 아랫자리에 앉혀야 하오? 또 누구를 임용하고, 누구를 멀리해야 하오? 나아가 무엇을 엄금하고, 무엇을 제지해야 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응당 현자를 윗자리에 앉히고 불초한 자를 아랫자리에 앉혀야 합니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임용하고, 간사하고 거짓된 자를 멀리해야 합니다. 폭란을 엄금하고, 사치풍조를 제지해야 합니다. 군주가 주의할 사항으로 육적(六賊)과 칠해(七害)가 있습니다.”
문왕이 청했다.
“원컨대 그 도리를 듣고자 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무릇 육적은 이와 같습니다. 첫째, 대신이 크고 호화로운 저택에 연못과 정자를 지은 뒤 가무와 음악을 즐기는 것입니다. 이는 군왕의 덕을 상하게 합니다. 둘째, 백성이 농사와 누에치기에 힘쓰지 않은 채 기운만 믿고 유협(遊俠)처럼 살면서 법이 금하는 것을 멋대로 범하며 관원의 교도를 좇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군왕의 교화를 상하게 합니다. 셋째, 대신이 붕당을 만들어 사리를 챙기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가리면서 군주의 귀와 눈을 막는 것입니다. 이는 군왕의 권력을 상하게 합니다. 넷째, 선비가 군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높은 절의로 과장한 채 그런 기세로 제후들과 사귀면서 자신의 군주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군왕의 위세를 상하게 합니다. 다섯째, 대신이 작위를 가벼이 여기고 관원을 멸시하면서 군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는 공신의 노고를 상하게 합니다. 여섯째, 권문세족이 서민의 이익을 침탈하면서 빈약한 자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이는 서민의 생업을 상하게 합니다.
무릇 칠해는 이와 같습니다. 첫째, 지략과 권모가 없는데도 후한 포상을 받고 높은 자리에 있는 자입니다. 용맹을 가장한 채 경솔히 출전한 뒤 요행히 승리를 구하면서 공을 세우고자 하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군주는 이런 자들을 경계해 장수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명성만 높고 실제로는 재능이 없는 자입니다.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말을 달리하고, 남의 장점을 가리면서 결점만 부풀리고, 시류를 좇아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극히 교묘해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는 투기(投機)의 전형을 보여주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군주는 이런 자들을 경계해 더불어 일을 꾀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겉으로 소박한 모습을 가장하는 자들입니다. 옷을 남루하게 입고, 무위지치(無爲之治)를 떠들며 명예를 낚고자 하고, 입으로만 무욕(無欲)을 말하면서 은밀히 이익을 구하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거짓된 자들입니다. 군주는 이를 경계해 그들과 가까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 관대(冠帶)를 기특하게 꾸미며 의복을 거창하게 치장하는 자들입니다. 널리 아는 체하며 떠벌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이야기를 마치 고담준론(高談峻論)인 양 떠벌이며 스스로를 미화하고, 은자처럼 조용한 곳에 머물며 시속을 비방하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간사한 자들입니다. 군주는 이를 경계해 이들을 총애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 아첨하고 참소를 일삼으며 구차하게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작을 구하고, 과감히 몸을 내던지는 체하며 많은 녹봉을 얻으려 하고, 국가대사를 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사리를 취하는 계기로 삼고, 허황된 이야기로 군주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군주는 이를 경계해 이들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여섯째, 뛰어난 세공기술을 지닌 자들입니다. 여러 건축물에 조각 장식을 하고, 일용품에 정묘한 세공을 하는 식으로 본업인 농사를 방해하는 자들이 그들입니다. 군주는 이를 경계해 반드시 이들의 행위를 엄금해야 합니다. 일곱째, 거짓 방술과 기괴한 기예로 사람을 현혹하는 자들입니다. 무술(巫術)로써 남을 저주하는 식으로 통치의 기본 이치를 해치는 모든 사교(邪敎)와 불길한 예언 등은 양민을 현혹하는 것입니다. 군주는 이를 경계해 반드시 엄금해야 합니다.
백성이 되어 농사에 힘쓰지 않는 자는 나의 참된 백성이 아닙니다. 선비가 되어 성실과 신의가 없는 자는 나의 참된 선비가 아닙니다. 신하가 되어 충간을 하지 않는 자는 나의 참된 신하가 아닙니다. 관원이 되어 공평하고 청렴결백하며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나의 참된 관원이 아닙니다. 재상이 되어 부국강병을 이루고, 음양을 조화시켜 군주를 편안하게 만들고, 백관을 바로잡고, 명실상부한 정사를 펼치고, 상벌을 분명히 하고, 백성을 즐겁게 만들지 못하는 자는 나의 참된 재상이 아닙니다.
무릇 군도(君道)는 용의 머리와 같습니다. 높이 앉아 멀리 바라보고, 깊게 들여다보며 세심히 듣습니다.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속마음은 깊이 감춥니다. 이는 하늘이 매우 높아 이를 수 없고, 못이 깊어 측량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격노해야 할 때 격노하지 않으면 간신이 이내 작란(作亂)을 하게 됩니다. 주살해야 할 때 주살하지 않으면 큰 도적이 이내 일어납니다. 군대가 위세를 떨치지 못하면 적국이 이내 강성해집니다.”
문왕이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