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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략(三略)의 특징
    무경..../삼략(三略) 2018. 12. 31. 15:40

    삼략(三略)의 특징

     

    삼략()’은 기략(機略)을 뜻한다. 사안의 중요한 계기인 사기(事機)의 흐름을 좇은 방략(方略)을 말한다. 문제점을 곧바로 찾아내 해결책을 마련한 뒤 일을 재치 있게 처리하는 지혜가 바로 기략이다. ‘()’은 산술적인 숫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많다()라는 뜻이다. 임기응변을 망라해놓았다는 의미다. 체제는 크게 상략(上略)〉 〈중략(中略)〉 〈하략(下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편의상 구분해놓은 것으로 내용을 좇아 나눈 것은 아니다. 사상적으로는 노자의 영향이 강하나 유가와 법가의 설도 섞여 있다. 삼략의 사상적 특징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부병강(民富兵强) 사상이다. 손자병법을 비롯한 여타 병서 역시 부국이 강병의 전제조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국의 뿌리가 민부에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삼략의 자랑이다. 부민을 역설하는 것은 관자의 부국강병 사상을 그대로 흡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상략의 해당 대목이다.

     

    군사를 일으키고자 하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병사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푸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공세를 취하고자 하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쉬게 하며 백성의 힘을 키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적은 병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이과승중(以寡勝衆)은 평소에 두루 은혜를 베푼 덕분이다. 약한 병력이 강한 병력을 이기는 이약승강(以弱勝强)은 백성의 힘을 키워 민심의 지지를 받은 덕분이다. 뛰어난 장수가 병사를 육성할 때 마치 자신의 몸을 아끼고 기르듯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이 해야만 전 장병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적과 싸워 온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부민이 전제되어야 민력(民力)이 강해지고, 민력이 강해져야 강병을 만들 수 있고, 강병을 만들어야 막강한 적군과 맞닥뜨려 이과승중 및 이약승강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략에서는 부민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놓았다.

     

    사농공상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사민(四民)의 재용(財用)이 비면 그 나라는 재정이 바닥이 나게 된다. 사민의 재용이 풍족하면 그 나라는 안락해진다.”

     

    전쟁은 많은 전비(戰費)를 요구하고, 전비는 결국 백성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사민이 보유한 재물이 풍족하지 않으면 재정을 확충할 길이 없다. 이는 패망의 길이다. 부민이 전제되지 않은 전쟁은 패배를 자초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삼략은 사민 가운데 병력과 세원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농민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법가의 농전(農戰)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둘째, 주폭의전(誅暴義戰) 사상이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한 자를 토벌하는 것을 말한다. 전쟁을 할 때는 반드시 명분에서 앞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하략의 해당 대목이다.

     

    성왕(聖王)의 용병은 전쟁을 즐기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폭군을 주살하고, 난신적자(亂臣賊子)를 토벌하고자 했던 것이다. 정의를 기치로 내걸어 불의를 치는 것은 마치 장강과 황하의 둑을 터 작은 횃불을 끄고, 아득한 골짜기에 임해 아래로 밀어뜨리고 싶은 자를 미는 것과 같다. 승리는 필연적이다. 그런데도 성왕이 한적하고 담백한 염담(恬淡)의 경지에 노닐며 진격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사람과 물자를 크게 상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무릇 전쟁은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천도(天道)가 미워하는 것이다. 성인이 부득이할 때 용병하는 이유다. 이는 천도에 부합한다. 사람이 도 안에 사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 안에 사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물을 얻으면 살고, 잃으면 죽는다. 그래서 군자는 늘 두려워하며 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군자는 늘 두려워하며 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쓴다고 역설한 것은 도덕경에 나오는 부득이용병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5,000여 자로 이루어진 도덕경는 총 74회 나온다. 병서에서 말하는 도는 병도(兵道)를 뜻한다. 주목할 것은 하략에서 노자사상의 부득이용병과 맹자사상의 폭군방벌론이 함께 거론되고 있는 점이다. 폭군을 주살하고 난신적자를 토벌하는 것을 원문은 주폭토란(誅暴討亂)’으로 표현해놓았다. 폭군방벌론을 역설한 맹자사상이 병가사상에 그대로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삼략에서 말하는 주폭토란은 폭군방벌론과 방법론상 적잖은 차이가 있다. 폭군과 난신적자를 무력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목적론에서는 양자가 일치한다. 그러나 맹자는 가차 없이 제거할 것을 주문한 데 반해 삼략은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적하고 담백한 경지의 염담을 역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염담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사상은 전쟁을 혐오하는 혐전(嫌戰)사상을 대표한다. 삼략이 폭군방벌론을 방불케 하는 주폭토란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염담을 언급한 것은 도덕경의 부득이용병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결과다. 삼략의 제자백가 사상을 하나로 녹인 다채로운 병법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이유다.

     

    셋째, 거현치군(擧賢治軍) 사상이다. 현자를 발탁해 군사를 다스려야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고, 적군도 능히 제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대 병서 가운데 현자의 기용을 삼략처럼 역설한 병서는 없다. 삼략의 내용이 단순한 치군(治軍)의 차원을 넘어, 치국(治國)과 치천하(治天下) 사상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략에 이에 해당하는 대목이 나온다.

     

    능히 천하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자는 천하의 안녕을 떠맡을 수 있다. 능히 천하의 근심을 제거할 수 있는 자는 천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능히 천하의 화란을 구하는 자는 천하의 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 은택이 서민에게 두루 미치면 현자들이 귀의하고, 천하 만민에게까지 미치면 성인이 귀의한다. 현인이 귀의하면 그 나라는 강해지고, 성인이 귀의하면 천하를 하나로 통합해 다스릴 수 있다. 덕을 내세워 현인을 구하고, 도를 내세워 성인을 구해야 한다. 현인이 떠나면 그 나라는 쇠약해지고, 성인이 떠나면 그 나라는 이지러진다. 쇠미해지는 것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단계이고, 이지러지는 것은 망하는 징조다.”

     

    논어도덕경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다. 손자병법을 비롯한 여타 병서가 전략을 주제로 한 데 반해, 삼략은 정략(政略)을 주제로 한 병서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성리학을 맹종하며 병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조선조가 순조 5(1805)에 유독 유인의 삼략직해(三略直解)를 언해본으로 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일본이 삼략을 통해 무사도 정신을 확립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결과였다. 삼략이 일본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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