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구운몽(완판 105장본) - 8
    옛 이야기/고전 小說 2019. 7. 15. 11:53

    구운몽 하

     

    천자가 환자(宦者) 보내어 상서를 부르자, 환자가 정사도의 집에 물으니 상서가 오지 않았다. 환자가 급히 찾으니 상서가 바야흐로 정십삼을 데리고 장안 술집에 술에 흠뻑 취하였다. 환자가 급히 명패(名牌) 부르니 상서가 취중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창기(娼妓)에게 붙들려 조복(朝服) 입고 겨우 들어가 입조(入朝)하자, 황제가 크게 기뻐하여 자리를 주시고 이어 백대 제와의 치란흥망(治亂興亡) 만고의 문장명필을 의논할 , 상서가 고금의 제왕을 역력히 의논하고 문장을 차례로 헤아리니, 황제가 크게 기뻐하여 말하였다.

     

    이태백을 보지 못하여 한이었는데 경을 얻었으니 어찌 이태백을 부러워하겠는가? 짐이 글하는 궁녀 여남은 명을 가려 여중서(女中書) 봉하였으니, 경이 궁녀들에게 각각 글을 지어주면 재주를 보고자 한다.”

     

    하고, 즉시 궁녀를 명하여 백옥으로 책상과 유리 벼루와 금으로 만든 두꺼비 모양의 연적을 앞에 놓게 하였다. 모든 궁녀들이 차례로 늘어서 좋은 화선지와 비단 수건이며 그림 그린 부채를 들고 다투어 글을 빌자, 상서가 취흥이 일어나 좋은 붓을 한번 휘두르니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며 용과 뱀이 뒤트는 같았다. 순식간에 궁녀에게 지어 주니 궁녀들이 글을 가지고 차례로 황제께 드리자, 황제가 보시고 극히 아름답게 여겨 궁녀를 명하여 어주(御酒) 주라 하였다. 궁녀가 다투어 각각 술을 드리니 상서가 받는 , 주는 삼십여 잔을 마신 후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황제가 말하였다.

     

    구절의 값을 논하면 천금과 같다. 옛글에 모과(木果) 던지거든 구슬로 보답하라.’ 하였으니, 너희는 무엇으로 문장을 대가를 치르겠느냐?”

     

    모든 궁녀가 봉황을 새긴 금비녀도 빼고, 옥과 금으로 노리개도 끄르며, 옥가락지도 벗어 서로 다투어 상서께 던지니 잠깐만에 산같이 쌓였다.

    황제가 웃으며 말하였다.

     

    짐은 무엇으로 상을 내리면 좋겠는가?”

     

    하고, 환자를 시켜 쓰던 필먹과 벼루와 연적과 궁녀들이 드린 보화를 거두어 상서의 집에 드리라 하자, 상서가 머리를 조아려 은혜에 깊이 감사하고 일어나 화원에 가니, 춘운이 내달아 옷을 벗기고 물어 말하였다.

     

    누구의 집에 가셔서 이리 취하셨습니까?”

     

    말을 맺지 못하여 종이, 필먹, 벼루, 연적과 봉황을 새긴 비녀, 가락지, 노리개를 무수히 보여 주었다.

    상서가 춘운에게 말하였다.

     

    보화는 천자께서 춘랑에게 상사(賞賜)하신 바라.”

     

    춘운이 다시 듣고자 하였으나, 상서는 벌써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상서가 일어나 세수하는데 지키는 사람이 급히 고하였다.

     

    월왕께서 오셨습니다.”

     

    상서가 크게 놀라 신을 벗고 내달아 맞아 윗자리를 내어주고 물어 말하였다.

     

    전하께서 무슨 일로 누추한 곳에 행차하셨습니까?”

     

    월왕이 말하였다.

     

    과인이 황제의 명을 받아 왔소. 난양공주가 나이 자랐지만 부마를 정하지 못하였는데, 황제께서 상사의 재덕을 사랑하시어 혼인을 정코자 하십니다.”

     

    상서가 크게 놀라 말하였다.

     

    소신이 무슨 재덕이 있습니까? 황제 폐하의 은혜가 이렇듯 하오니 아뢸 말씀이 없지만 정사도 여자와 혼인을 정하여 납폐를 년이니, 원컨대 대왕은 뜻을 황제께 아뢰어 주십시오.”

     

    월왕이 말하였다.

     

    돌아가 아뢰겠지만 슬픕니다. 상서를 사랑하던 일이 사가 되었군요.”

     

    상서가 말하였다.

     

    혼인은 인륜대사이니 소신이 들어가 죄를 받겠습니다.”

     

    월왕이 즉시 하직하고 갔다.

     

    상서가 들어가 사도를 보고 월왕의 말을 전하니 집안이 허둥지둥하며 어쩔 몰라했다.”

     

    처음에 황태후가 상서를 보고 크게 기뻐하여 말하였다.

     

    이는 하늘이 정해 난양의 배필이니 어찌 다른 의논이 있겠는가?”

     

    천자가 상서의 글과 글씨를 잊지 못하여 다시 보고자 하여 태감(太監)에게 명하여 즉시 거두어 들이라.’ 하였다. 궁녀들이 이미 글을 깊이 간수하였는데 궁녀는 상서가 부채를 들고 침실에 들어가 슬피 울었다. 궁녀의 성명은 진채봉이니 화음 진어사의 딸이다. 진어사가 죽은 후에 궁의 노비가 되었는데 천자가 보고 사랑하여 후궁을 봉하려 하자, 황후가 재덕을 보고 자기 권리를 휘두를까 염려하여 말하였다.

     

    진낭자의 재주와 행실이 족히 후궁을 봉함직 하지만 아비를 죽이고 딸을 가까이 함이 가치 아니한 합니다.”

     

    천자가 말하였다.

     

    옳다

     

    하고, 채봉을 불러 말하였다.

     

    너를 황태후 궁궁에 보내어 난양공주를 모셔 힘써 하게 한다.”

     

    하고 보내자, 공주도 재주와 용모를 보시고 사랑하여 잠시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하루는 황태후를 모시고 봉래전에 양상서의 글을 얻으니 상서는 진씨를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진씨는 알아보고 자연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였다. 눈물을 머금고 남이 알까 두려워 부채만 들고 물러가 상서를 피하여 한번 글을 읊으니 눈물이 일천 줄이었다. 진랑(秦娘) 옛일을 생각하여 상서의 글에 화답하여 부채에 썼는데, 갑자기 태감이 급히 양상서의 글을 들이라 하신다. 하자, 진씨가 크게 놀라 말하였다.

     

    과연 다시 찾을 줄을 알지 못하고 글에 화답하여 부채에 썼는데 황상께서 보시면 반드시 죄가 중할 것이니 차라리 자결하겠습니다.”

     

    하자 태감이 말하였다.

     

    황상이 인후하시니 반드시 죄하지 아니하실 것이요, 힘써 구완할 터이니 염려 말고 갑시다.”

     

    진씨가 마지 못하여 태감을 따라갔다.

    태감이 모든 궁녀의 글을 차례로 드리자 황제가 글마다 보시다가 진씨의 부채에 글을 보시고 괴이히 여겨 물어 말하였다.

     

    양상서의 글에 누가 화답하였느냐?”

     

    태감이 말하였다.

     

    진씨의 말을 들어보니 황상이 다시 찾으실 줄을 모르고 외람되게 화답하여 썼습니다.’ 하고 죽으려 하기에 소신이 죽게 하여 려왔습니다.”

     

    황제가 다시 진씨의 글을 보니 글은 다음과 같았다.

     

    비단 부채 둥긋하여 같으니,

    누각 위에서 부끄러워하던 만남이 생각나누나.

    처음 지척에서도 서로 알지 못할

    문득 그대로 하여금 자세히 보게나 .

     

    황제가 보고 말하였다.

     

    진씨에게 반드시 사정이 있다. 어떤 사람을 보았기에 글이 이러한가? 그러나 재주가 아까우니 살려는 주겠다.”

     

    하고, 태감을 명하여 진씨를 부르자 진씨가 들어가 섬돌 아래에 내려 머리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소첩이 죽을 죄를 지었사오니, 원컨대 빨리 죽여 주십시오.”

     

    상이 말하였다.

     

    속이지 말고 바로 아뢰라. 어떤 사람과 사정이 있느냐?”

     

    진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황상께서 하문(下問)하시니 어찌 속이겠습니까? 첩의 집이 망하지 아니하였을 , 양상서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첩을 보고 <양류사(楊柳詞)> 서로 화답하고 결친(結親)하기를 언약하였는데, 이전에 봉래전에서 글을 지을 첩은 상서를 알아보았지만 상서는 첩을 알지 못해서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우연히 화답하였으니, 첩의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상이 말하였다.

     

    네가 <양류사>를 기억하겠느냐?”

     

    진씨 즉시 <양류사>를 써서 드리니, 상이 보고 말하였다.

     

    너의 죄가 중하나 재주가 기특하니 용서한다. 돌아가 난양을 정성으로 섬겨라.”

     

    하고, 부채를 주었다.


    '옛 이야기 > 고전 小說'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완판 105장본) - 7  (0) 2019.05.11
    구운몽(완판 105장본) - 6  (0) 2019.05.01
    구운몽(완판 105장본) - 5  (0) 2019.04.13
    구운몽(완판 105장본) - 4  (0) 2019.04.07
    구운몽(완판 105장본) - 3  (0) 2019.04.02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