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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운몽(완판 105장본) - 6
    옛 이야기/고전 小說 2019. 5. 1. 15:35

    한림이 집에 돌아오니 자각봉의 많은 화초가 두 눈에 삼삼하고 선녀의 말 소리는 두 귀에 쟁쟁하니 꿈을 깬 듯하여 탄식해 말하였다.

     

    거기 잠깐 몸을 숨겨 선녀의 가는 모습을 것이 한이다.”

     

    이렇듯 도저히 잊을 없어 , 정생이 돌아와서 한림에게 말하였다.

     

    어제 집사람의 병으로 형과 함께 선경을 구경치 못하여 한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형과 놀아봄이 어떠하오?”

     

    한림이 크게 기뻐하여 선녀가 있던 곳이나 보고자 하여 술과 안주를 가지고 성 밖에 나와 보니 녹음방초(綠陰芳草)가 꽃보다 아름다운 초여름이었다.

    한림과 정생이 술을 부어 마시는데 길가에 퇴락한 무덤이 있어 한림이 잔을 잡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슬프다. 사람이 죽으면 저러하구나.”

     

    정생이 말하였다.

     

    형은 무덤을 알지 못할 것이오. 장녀랑(張女娘) 무덤이라. 장녀랑의 얼굴과 재덕이 만고에 으뜸이었는데 나이 이십 세에 죽자, 후세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무덤 앞에 화초를 심어 망혼을 위로하니, 우리도 마침 이곳에 왔으니 술로써 위로함이 어떠하오?”

     

    한림은 다정한 사람이다.

     

    형의 말씀이 옳소. 술을 아끼겠는가?”

     

    하고, 각각 제문(祭文) 지어 술로 위로하였다.

    이때 정생이 무덤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비단 적삼 소매에 글을 얻어 가지고 읊으며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글을 지어 무덤 구멍에다 넣었는가?”

     

    한림이 살펴보니, 자각봉에서 선녀와 이별하던 글이었다.

    크게 놀라 말하였다.

     

    미인이 선녀가 아니라 장녀화의 혼이었구나.”

     

    하고, 땀이 등이 젖고 머리털이 하늘로 솟았다. 정생 없는 때를 다시 술을 부어 가만히 빌어 말하였다.

     

    비록 유명(幽明) 다르지만 정은 같으니 혼령은 다시 보게 하라.”

     

    하고, 정생을 데리고 왔다.

     

    이날 한림이 화원 별당에 앉았는데 과연 밖에 발자취 소리가 한림이 문을 열어보니 자각봉 선녀였다. 한편으로 반갑고 한편으로는 놀라 내달아 같은 손을 이끌자, 미인이 말하였다.

     

    첩의 근본을 낭군이 아셨으니 더러운 몸이 어찌 가까이하겠습니까? 처음에 낭군을 속인 것은 놀라실까 하고 선녀라 하여 하룻밤을 모셨던 것인데, 오늘 첩의 무덤을 찾아와 제사를 올리고 술을 부으셨으니 즐거웠고, 제문을 지어 임자 없는 혼을 이같이 위로하시니 어찌 감격치 않겠습니까? 은공을 잊지 못하여 은혜에 보답하러 왔지만 더러운 몸으로는 다시 상공을 모시지 못하겠습니다.”

     

    한림이 다시 소매를 잡고 말하였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고 환생하면 사람이 되는 근본은 가지라. 유명은 다르나 연분(緣分) 잊을 있겠는가?”

     

    하고, 허리를 안고 들어가니 연모하는 정이 전날보다 백배나 더하였다.

    한참후에 날이 새었다.

    미인이 말하였다.

     

    첩은 날이 밝으면 출입을 못합니다.”

     

    한림이 말하였다.

     

    그러하면 밤에 만나기로 하지.”

     

    미인이 대답지 아니하고 꽃밭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부터는 밤마다 왕래하였다.

    하루는 정생이 두진인(杜眞人)이란 사람을 데리고 화원에 들어가니 한림이 일어나 예를 올린 후에 정생이 말하였다.

     

    진인은 한림의 관상의 보십시오.”

     

    진인이 말하였다.

     

    한림의 관상이 눈썹이 빼어나 눈초리가 귀밑까지 갔으니 정승할 상이요, 귀밑이 분을 바른 듯하고 귓밥이 구슬을 드린 듯하니 어진 이름은 천하에 진동할 것이요, 권골(權骨) 낯에 가득하니 병권(兵權) 잡아 만리 밖에 봉후(封侯) 관상이지만 가지 흠이 있습니다.”

     

    한림이 말하였다.

     

    사람이 길흉화복은 정한 바이오.”

     

    진인이 말하였다.

     

    상공이 숨겨둔 첩을 가까이 하십니까?”

     

    한림이 말하였다.

     

    없소이다.”

     

    진인이 말하였다.

     

    무덤을 지나다 슬픈 마음이 일어난 적이 있으십니까?”

    없소.”

     

    진인이 말하였다.

     

    속에서 계집을 가까이 하십니까?”

    없소이다.”

     

    정생이 말하였다.

     

    두선생의 말씀이 한번도 그른 적이 없으니 양형은 자세히 생각하시오.”

     

    한림이 대답지 아니하자, 진인이 말하였다.

     

    임자 없는 여귀신이 한림의 몸에 어리었으니 여러 날이 지나지 아니하여 병이 골수에 것이니 구완치 못합니다.”

     

    한림이 말하였다.

     

    진인의 말씀이 그러면 과연 그러하겠지만 장녀랑이 나와 정회가 심히 깊으니 어찌 나를 해하겠는가? 옛날 ()나라의 양왕(襄王) 무산(巫山) 선녀를 만나 함께 잤고, 유춘(柳春)이라 하는 사람도 귀신과 교접하여 자식을 낳았으니 어찌 의심하며, 사람이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하늘이 정한 것이니, 관상이 부귀공후할 상이라면 장녀랑의 혼이 어찌하겠오?”

     

    진인이 말하였다.

     

    한림은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고 갔다.

    한림이 술이 취하여 누었다가 밤에 일어나 앉아 향을 피우고 장녀랑 오기를 기다리더니, 갑자기 밖에서 슬프게 말하는 소리가 있어 가만히 들어보니 장녀랑의 소리였다.

    장녀랑이 울며 말하였다.

     

    괴상한 도사의 말을 듣고 첩을 오지 못하게 하니 어찌 이리 박절하십니까?”

     

    한림이 크게 놀라 문을 열고 말하였다.

     

    어찌 들어오지 못하는가?”

     

    여랑이 말하였다.

     

    나를 오게 하면 부적(符籍) 머리에 부치셨습니까?”

     

    한림이 머리를 만져보니 과연 귀신을 쫓는 부적이었다. 한림이 크게 화가 나서 부적을 찢고 내달아 여랑을 잡으려 하니, 여랑이 말하였다.

     

    나는 이제부터 영원히 이별하니 낭군은 옥체를 편안히 보전하십시오.”

     

    하고, 울며 담을 넘어 가니 붙들지 못하였다.

     

    쓸쓸한 방에 혼자 누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음식도 먹지 못하니 자연 병이 되어 형용이 파리하고 말랐다.

    하루는 사도 부처가 잔치를 배설하고 한림을 청하여 놀다가 사도가 말하였다.

     

    양랑의 얼굴이 어찌 저토록 초췌한가?”

     

    한림이 말하였다.

     

    정형과 술을 과히 먹어 술병인가 합니다.”

     

    사도가 말하였다.

     

    종의 말을 들으니 어떤 계집과 함께 잔다 하니 그러한가?”

     

    한림이 말하였다.

     

    화원이 깊으니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정생이 말하기를,

     

    형이 어찌 아녀자 같이 부끄러워 하는가. 형이 두진인의 말을 깨닫지 못하기에, 축귀 부적을 형의 상투 밑에 넣고 그날 밤에 꽃밭 속에 앉아 보았는데, 어떤 계집이 울며 밖에 하직하고 가니 과연 두진인의 말이 그르지 아니하였소.”

     

    하자, 한림이 속이지 못하고 말하였다.

     

    소자에게 과연 괴이한 일이 있습니다.”

     

    하고, 일의 전후의 일을 아뢰자, 사도가 웃으며 말하였다.

     

    나도 젊었을 부적을 배워 귀신을 낮에 불러오게 하였는데, 이제 양랑을 위하여 미인을 불러 생각하는 마음을 위로하겠다.”

     

    한림이 말하였다.

     

    장인 어른께서 비록 도술이 용하시나 귀신을 어찌 낮에 부르시겠습니까? 소자를 희롱하시려는군요.”

     

    사도가 파리채로 병풍을 치며 말하였다.

     

    장녀랑은 있느냐?”

     

    하자, 미인이 웃음을 머금고 병풍 뒤에서 나오는데 한림이 눈을 들어 보니 과연 장녀랑이었다. 마음이 황홀하여 사도께 아뢰어 말하였다.

     

    미인이 귀신입니까, 사람입니까? 귀신이면 어찌 대낮에 나옵니까?”

     

    사도가 말하였다.

     

    미인의 성은 가씨요, 이름은 춘운이다. 한림이 적조한 방에 외로이 있음이 민망하여 춘운을 보내어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한림이 말하였다.

     

    위로함이 아니라 희롱하심입니다.”

     

    정생이 말하였다.

     

    양형은 스스로 화를 입은 것이니 이전의 허물을 생각하시오.”

     

    한림이 말하였다.

     

    나는 지은 죄 없으니 무슨 허물이오.”

     

    정생이 말하였다.

     

    사나이가 계집이 되어 거문고로 규중 처녀를 희롱했으니 사람이 신선되며 귀신됨도 이상치 아니합니다.”

     

    한림이 고향에 돌아와 대부인을 모셔 혼례를 지내고자 했는데, 그때 토번(吐蕃)이란 도적이 변방을 쳐들어와 하북(河北) 나누어 ()나라, ()나라, ()나라가 되어 서로 장난하니 천자가 진노하여 조정 대신을 불러 의논하자, 양소유가 임금 앞에 나아가 아뢰어 말하였다.

     

    옛날 한무제(漢武帝) 조서(詔書) 내려서 남월(南越) 왕을 항복 받았으니, 원컨대 폐하는 급히 조서하여 천자의 위엄을 보이십시오.”

     

    천자가,

     

    현명하다.”

     

    하시고, 즉시 한림을 명하여 조서를 만들어 나라에 보내니, 조왕과 위왕은 즉시 항복하고 무명 필을 드렸지만, 오직 연왕은 땅이 멀고 군병이 강하기로 항복지 아니하였다.

    천자가 한림을 불러 말하였다.

     

    선왕(先王) 십만 군병으로도 항복 받지 못한 나라를 한림은 짧은 글로써 나라를 항복 받고 천자의 위엄을 만리밖에 빛나게 하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비단 이천 필과 오십 필을 상으로 내리시니, 한림이 삼가 양하며 말하였다.

     

    모두 현명한 임금의 덕이오니 소신이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연왕이 항복지 아니함은 나라의 부끄러움이니, 청컨대 칼을 짚고 연국에 연왕을 달래어 듣지 아니하면 연왕의 머리를 베어 오겠습니다.”

     

    천자가 장히 여겨 허락하시고 병부(兵符) 주시니 한림이 임금의 은혜에 감사히 여겨 경건하게 절하고 나와 정사도께 하직하고 , 사도가 말하였다.

     

    슬프다. 양랑이 십륙 세 서생으로 만리 밖에 가니 노부(老夫) 불행이다. 늙고 병들어 조정 의논에 참여치 못하나 상소하여 다투고자 한다.”

     

    한림이 말하였다.

     

    장인께서는 과히 염려치 마십시오. 연나라는 솥에 고기요, 구멍에 개미라 무슨 염려하겠습니까?”

     

    부인이 말하였다.

     

    좋은 사위를 얻은 후로 늙은이 기쁨과 노여움을 위로 받았는데 이제 어찌 없는 땅에 가시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바라건대 빨리 성공하고 돌아오시오.”

     

    한림이 화원에 들어가 행장을 차려 떠나려 , 춘운이 소매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상공이 한림원에 가셔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시는데 이제 만리 밖에 가시니 볼 지키다 울까 합니다.”

     

    한림이 웃으며 말하였다.

     

    대장부는 나라 일을 당하여 사생을 돌아보지 아니하니 어찌 사사로운 감정을 생각하겠는가? 춘랑은 부질없이 슬퍼하여 같은 얼굴을 상하게 말고 소저를 편히 모셔 내가 공을 이뤄 허리에 같은 () 차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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