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어의 이기선과 송시열
그런데 효종 사망 다음달에 이기선이란 의관이
갑자기 엄형을 받은 일은 특기할 만하다.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 다름 아닌
효종의 뒤를 이은 현종이란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난달 초삼일 밤 입진 때, 의관 이기선이 많이 부어 있는 것을 보고는
감히 꽁무니를 뺄 생각으로 진맥할 줄을 모른다고 아뢰었는데,
만약 그의 말대로라면 작년 편찮으셨을 때는 어떻게 맥을 논했다는 말인가?
그의 정상이 매우 흉측 교묘하여 엄히 징벌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를 잡아들여 국문 처리하라."
현종은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효종비 인선왕후 장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의 이기선이 갑자기 발을 뺀 것이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여긴 후왕 현종은
이기선이 원래 맥 짚는 법을 모른다고 발뺌하자 화를 냈다.
"맥 짚는 법을 모른다면 어떻게 의원이 되었느냐?"
현종은 엄형을 가하도록 특명을 내렸다.
최고의 실력을 지닌 어의가 맥 짚는 법을 모를리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맥을 짚을 줄 모른다는 이기선의 말은 누가 들어도 어불성설의 변명이었다.
현종이 어의 이기선을 추궁한 것은 바로 이런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이기선을 옹호하고 나서는 인물이 송시열이었다.
이들은 현종 즉위년 6월 11일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송시열과 정유성이 "이기선은 사실 맥 짚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옹호하고 나서서 그를 사지에서 구했다.
이기선은 송시열의 말대로 맥을 짚을 줄 모르는 의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현종의 말대로 맥도 짚을 줄 모르는 인물이 어떻게 의원,
그것도 어의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숱한 의혹들을 남긴 채 군사강국을 지향했던 효종은
세상을 떠났고 조선을 다시 송시열 등이 주도하는
극심한 문치의 나라로 돌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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