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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유비는 말을 타고 계곡을 넘은 사실이 없다
    Warehouse/꺼꾸로 읽는 삼국지 2019. 5. 2. 15:46


    
    ■ 유비는 말을 타고 계곡을 넘은 사실이 없다 . 
    
    원대의 [삼국지평화]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유비가 말을 달려 
    계곡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삼국지평화]에서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기 위해 간옹에게 편지를 들려보내 
    성 하나를 빌리는데, 유표는 유비를 양양으로 초대해 장남인 유기와 차남인 유종을 
    같이 자리에 앉게 한다. 그 자리에서 유표는 형주의 패인(주를 맡은 장관의 옥패와 도장)을 
    유비에게 준다. 
    그러나 유비는 유기에게 주어야 한다면 사양한다. 
    유종은 이 때문에 유비를 원망하게 되고 과월과 체모로 하여금 인마를 매복시켜 유비를 
    죽이려 하는데, 이를 알아차린 유기가 유비에게 귀뜸해 도망치게 한다. 
    유종은 가신인 왕손에게 명해 유비가 타고 있던 말인 적로를 훔치게 하지만 유비가 사정을 
    설명했기 때문에 왕손은 유비를 성 밖으로 내보낸다. 그렇게 도망치던 유비는 계곡에 이르러 
    잡힐 뻔하지만, 말을 뛰어오르게 해 건넘으로써 위험을 피한다. 
    [삼국지연의] 제34회에서는 위의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고쳐서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유비가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지했을 때였다. 채부인은 유비를 몹시 싫어해 유표의 측근인 괴월, 
    채모와 함께 유비를 제거할 계획을 짠다. 그리고 형주 각 군의 관리를 양양에 모은다는 구실로 
    그들을 유표 대신에 유비에게 응대시킨다. 그 틈을 보아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그날 유비가 양양으로 향하자 체모와 괴월은 밀의를 거듭해 양양의 동,남,북 세 성문을 막아놓았다. 
    다만, 서쪽 성문 밖은 계곡으로 막혀 있었으므로 병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주연이 시작되고 머지않아, 유비는 연회석의 모습이 이상하게 살기가 넘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유표의 손님인 이적의 눈짓에 따라 급히 뒤뜰로 나가자 이적이 모든 사정을 유비에게 말했다. 
    유비는 서둘러서 적로를 타고 서문을 향해 도망쳤고, 그 소식을 들은 채모는 병사를 이끌고 뒤를 쫓았다. 
    계곡까지 도망친 유비는 추격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을 탄 채 
    골짜기의 흐르는 냇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도 가지 못해 말의 앞발이 꺾어졌다. 
    "적로야! 적로야! 나를 방해할 작정이냐?" 
    유비가 이렇게 외친 순간 적로는 물 속에서 벌떡 일어나 단숨에 삼 장(열 자의 길이)을 뛰어넘어 
    서쪽 절벽으로 뛰어올랐다. 추격자는 당연히 계곡을 넘지 못했고, 유비는 간신히 살아났다. 
    정사의 <유비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유비가 싸움에 패해 유표의 곁에 몸을 의탁하자, 유표는 예를 갖추어 그를 받아들이고 
    군사도 증강해 주었다. 그러나 그 후로 형주의 뛰어난 인재가 계속해 유비의 휘하에 
    가담하는 것을 보고 유표는 유비에게 형주를 빼앗을 속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그 야망을 막으려고 했다." 
    즉, 유표와 유비 사이가 믿을 수 없게 된 것을 기록하고 있을 뿐, 유표가 양양의 
    모임을 만들어 유비를 죽이려 했다는 서술은 없다. 
    더구나 유비가 말을 뛰어오르게 해서 계곡을 뛰어넘었다는 기록은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유비전>에서 배송지가 인용하고 있는 [세어]에 기록되어 있다. 
    [세어]에 나오는 이야기는 [삼국지연의]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만, 
    나관중이 이 이야기를 근거로 창작한 것은 분명하다. 
    [삼국지연의]의 이야기에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진나라 때의 손성은 
    "모두 세속의 낭설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유비와 유표의 대립을 작자가 합리적으로 그럴싸하게 꾸몄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유적은 양양의 서남쪽 2리 밖에 위치한 구궁산(현재는 진무산)에 있다. 
    이곳의 산기슭 바위 위에는 후세 사람이 새긴 '마약단계처'라는 
    다섯 글자와 깊이 파인 말굽 흔적이 있는 데, 
    바로 이곳이 적로가 몸을 날려 계곡을 건넌 곳이라 한다. 
    이곳에 적로교라는 다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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