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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 임제록 (臨濟錄)
    중국의 고전 /사상과 처세 2019. 4. 28. 15:50

    238. 임제록 (臨濟錄) / 저작자 임제의현(臨濟義玄)

     

    867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간명하고 직접적인 언어로 불교의 극의를 드러낸 당나라 선승의 언행록이다. 정식 명칭은 진주임제혜조선사어록(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이고, 작자는 임제의현이라는 승려이다. 임제라는 법호는 그가 몸담고 있던 진주[鎭州, 지금의 하북성 호타강(淲陀江) 부근]의 작은 절 임제원(臨濟院)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의 종지(宗旨)를 임제종이라 한다.

     

    임제록은 당나라 때의 선승이자 임제종의 개조인 임제의현(?~866)의 언행록이다. 의현은 조주(曹州)의 남화[南華, 지금의 산동성 연주(兗州)] 사람으로 태어난 해는 확실하지 않다. 어릴 적부터 불교를 좋아해 출가하여 계율(戒律)과 유가(瑜伽)1), 유식(唯識)2) 등의 전통적인 불교 학문을 배웠으나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강서(江西) 지방으로 가서 황벽희운(黃檗希運)3) 에게 배움을 청했다. 황벽의 소개로 대우(大愚)를 만나 그의 밑에서 10년을 수행했다. 그러나 대우의 유언에 따라 다시 황벽에게 돌아가 법통을 이어받았다.

     

    뒷날 하북 지방의 임제원에 머물면서 독특한 선학의 지식을 펼쳤다. 그는 후세 사람들에게 임제장군(臨濟將軍)’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하북 지방의 신흥 무인 계층과 어울려 종래의 가치관에 대한 투철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자유로운 선풍(禪風)을 만들어 냈다. 또한 제자를 받아들이고 다루는 자세가 신랄하고 엄격했는데, 제자를 가르칠 때 몽둥이를 사용한 덕산의감(德山宜鑑)과 함께 덕산의 몽둥이, 임제의 호통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한국에 임제종이 처음 전래된 것은 고려 말기(1348)의 승려 태고보우(太古普愚4),1301~1381)가 원나라 승려 석옥청공(石屋淸珙, 1272~1352)에게서 임제의 법통을 이어받은 데서 비롯한다. 원래 선종이 처음 들어온 것은 신라의 승려 도의(道義)가 마조(馬祖)의 바로 전 제자인 서당지장(西堂地藏)에게서 법을 얻어 귀국한 뒤(821)부터이지만, 보우대사 이래의 선종이 오늘날의 조계종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제자 혜연(慧然)이 편집했으며, 상하 2권에 상당(上堂), 시중(示衆), 감변(勘辨), 행록(行錄), 탑기(塔記)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판본의 초판본은 1120년에 간행되었지만 지금은 전하지 않고, 1267년의 송나라 판본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마조, 백장(百丈), 황벽의 어록과 함께 사가어록(四家語錄)’의 하나로 꼽히며 고래로 선종 어록의 제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고전이다.

     

     

    1) 요가의 음사(音寫)이다. 요가를 불교적 선행법과 수행에 따라 행한 수행법이다. 이를 통해 분별하는 마음, 들뜬 마음을 안정시켜 바른 지혜를 갖게 하여 진실로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2) 부처가 여러 경전에서 설파한 마음(心性)에 대하여 선대 식자들이 후대를 위해 해설하여 체계적인 학문으로 구성해 놓은 것이다.

    3) ?~850. 시호는 단제(斷際)이며, 황벽(黃檗) 단제선사(斷際禪師)라고도 알려져 있다. 당나라의 선승으로 백장선사(百丈禪師) 회해(懷海)의 지도를 받고 현지(玄旨)에 통달했다. 황벽산단제선사전심법요(黃檗山斷際禪師傳心法要)를 남겼다.

    4) 고려 말의 승려. 이름은 보허(普虛), 호는 태고(太古)이다. (禪宗)의 주류를 이루었고 공민왕(恭愍王)의 신임을 받아 왕사(王師)가 되었으나 신돈(辛旽)의 시기와 횡포 때문에 물러났다가 신돈이 죽은 뒤 국사(國師)가 되었다.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폐해를 없앴다. 탑호는 보월승공(寶月昇空)이다.

     

     

     

    이 책은 상당, 시중, 감변, 행록, 탑기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당(上堂)’이란 주지가 일정한 날에 법당에 올라 설법을 하고 제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이라는 형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상당은 모두 9절의 설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중(示衆)’이란 제자나 대중에게 불법의 핵심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는 형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시중은 이 어록의 중심 부분으로, 임제가 도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행한 접득(接得, 지도교화)의 방법이 마음껏 발휘되고 있는데, 14절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감변(勘辨)’이란 생각을 정리한다는 뜻으로, 선자(禪者)가 서로의 깨달음에 대한 진위나 사고의 옳고 그름 등 수행상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생각의 정리를 목적으로 하는 문답이다. 이 책의 감변은 비교적 짧은 25절의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행록(行錄)’이란 행장(行狀)의 실록이라는 뜻으로, 임제 일대(一代)의 행장기이며, 21절로 나누어져 있다. 탑기임제혜조선사탑기라고도 하는데, 임제의 전기를 기록한 묘비명이다. 임제의 제자인 보수연소(保壽延沼)가 쓰고, 흥화존장(興化存奬)이 교감한 것으로서 후세에 덧붙여졌다.

     

    이 책은 어록이라는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하나하나의 설법이나 문답 속에 임제의 선자적인 면모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아래는 탑기를 제외한 각 편에서 한둘씩 뽑아 개요를 정리한 것이다.

     

    ■ 「상당

     

    자리 없는 참사람(無位眞人)

     

    스승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우리의 신체 안에 자리 없는 참사람 하나가 있어 항상 감각 기관으로 드나드니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살펴보아라.”

     

    그때 한 승려가 나와 여쭈었다.

     

    자리 없는 참사람이 무엇입니까?”

     

    스승께서는 자리에서 내려오셔서 그의 멱살을 잡고 말씀하셨다.

    말해라, 말해!”

     

    그 승려가 머뭇거리자 스승께서는 그를 탁 놓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처럼 자리 없는 참사람이 보였는데, 무슨 개똥 같은 소리를 하느냐!”

     

    스승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방장(方丈, 주지가 기거하는 방)으로 돌아가버리셨다.

     

    ■ 「시중

     

    올바른 안목(眞正見解)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올바른 안목을 가져야 한다. 바른 앎을 얻으면 생사에 구애되지 않고, 가고 머무름에 자유로워 신묘함을 구하려 하지 않아도 신묘함이 저절로 온다. 수행자들이여, 옛 큰스님들은 모두 사람을 구하는 방법을 알고 계셨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그저 그대들이 남에게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따름이다. 현혹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온갖 경계에 휩쓸려 자유로울 수 없다.

     

    수행자들이여, 우리는 석가세존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우리의 이 많은 작용에 어디 부족함이라도 있는가? 안이후설신의(眼耳嗅舌身意)라는 6개 감각 기관의 영묘한 작용(六道神光)은 단 한 순간도 끊어진 적이 없으니, 만약 그대들이 이것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바로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 사람(一生無事人)이 된 것이다.”

     

    ■ 「감변

     

    정상좌(定上座)의 깨달음

     

    정상좌라는 사람이 스승을 찾아뵙고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스승께서는 의자에서 내려와 정상좌의 멱살을 잡고 뺨을 한 대 후려갈기면서 밀쳐 버리셨다. 정상좌가 멍하니 서 있자 곁에 있던 다른 스님이 말했다.

     

    정상좌여, 왜 절을 올리지 않는가?”

     

    정상좌는 절을 하려는 순간 홀연히 깨쳤다.

     

    임제의 호통

     

    스승께서 다른 한 승려에게 질문하셨다.

     

    어떤 때의 호통은 금강왕의 보검 같고, 어떤 때의 호통은 땅에 웅크리고 앉아 먹이를 노리는 금빛 털의 사자와 같고, 어떤 때의 호통은 풀을 매단 어부의 고기 찾는 장대 같고, 어떤 때의 호통은 호통으로서 작용하지 못하는데, 그대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 승려가 대답을 하려는데 스승께서 호통을 치셨다.

     

    ■ 「행록

     

    덕산(德山)과의 문답

     

    스승께서 덕산 스님을 모시고 서 계셨는데, 덕산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피곤하구나.”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이 늙은이가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어!”

     

    그러자 덕산 스님께서 몽둥이로 내리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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