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동물은 깊은 산에서 살고 큰 물고기는 깊은 물에서 산다.
노자의 제자 경상자는 북쪽 외루라는 산에 가서 지혜롭고 똑똑한 제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못난 제자들만 데리고 살았다.
그렇게 산 지 3년 만에 외루는 잘사는 마을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외루 사람들은 말했다.
“경상자가 처음 왔을 때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 보면 별로 한 일이 없는데 한 해를 두고 따져보니
그가 이룬 일들이 아주 많았다. 그것으로 보아 그는 성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들은 경상자를 왕으로 모셔 섬기고 종묘사직을 세워
제례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을 들은 경상자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봄에 싹이 터서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대자연의 법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어는 것 하나 저절로 되는 법이 없다.
너희들이 나를 왕으로 받들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덕이 부족해서 너희들이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으니
내가 어찌 스승 앞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있단 말이냐?”
그 말에 한 제자가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덩치가 큰 물고기는 얕은 물 속에서는 몸을 제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작은 미꾸라지는 날렵하게 몸을 놀립니다.
몸집이 큰 짐승은 낮은 구릉에서는 숨을 곳이 없지만
요사스러운 작은 여우는 몸을 숨길 것이 많습니다.
어질고 지혜로운 분을 존중하고 그런 분들에게 직책을 주어 나라를
다스리게 만든 것은 요순 때부터 해온 일인데 저희들이 사는 외루라고 해서
다를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사양하지 마시고 저히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경상자가 말했다.
“수레를 삼킬 만큼 큰 짐승도 무리에서 벗어나면 홀로 덫에 걸릴 위험이 있고,
배를 삼킬 만큼 큰 물고기도 물에서 벗어나면 개미떼의 공격을 받는다.
그래서 야생 동물들은 깊은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물고기들은 깊은 물속에서 떠나지 않는 법이다.
요순처럼 지혜로운 자들을 보아라.
그들은 머리카락을 한 가닥 한 가닥 세어서 빗질을 하고
쌀의 낱알을 한 알 한 알 세어서 밥을 짓는 등 사소한 일에 얽매여 살았으니,
그들이 어찌 큰 재목이 되어 나라를 구할 수 있었겠느냐?
그런 식으로 현인이 나라를 다스리면 국민들 사이에는 알력이 생기고,
지혜로운 사람들을 등용하면 국민들은 도둑질을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득에 눈이 뒤집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신하가 왕을 죽이고, 대낮에도 도둑들이 설치게 된다.
그처럼 국가의 큰 혼란은 요순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피해는 천년 후까지 내려가
나중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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