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의 경지에 이른 궁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솜씨가 나온다.
열자가 초 나라 백혼무인의 활 솜씨 시범을 보았다.
그는 왼팔 위에 술잔을 올려놓고 오른 판로는 활시위를 당겨 활을 쏘면서도
술잔을 떨어뜨리지 않는 멋진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활을 쏜 다음 재빨리 술을 마시고,
그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과녁에 적중하기도 전에
또 다른 화살을 당길 만큼 빠른 속사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몸은 마치 목각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열자가 말했다.
“자네는 활을 쏠 때 너무 자신의 재주를 의식하고 쏘고 있네.
그것을 보면 자네의 궁술은 아직 절대 무심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네.
높은 산에 올라가서 위태로운 돌을 딛고 선 채
백 길이나 되는 연못을 등지고 활을 쏠 수 있겠는가?”
그 말을 들은 백혼무인이 열자의 말대로
높은 산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바위에 올라가서
바위 위에 발을 3분의 1쯤만 걸치고 연못을 등지고 서서 활을 잡았다.
그때 백혼무인은 무서워서 땀이 흘러 발꿈치까지 적셨다.
그때서야 열자가 그에게 말했다.
“덕망이 지극한 사람은 위로는 하늘을 제압하고
아래로는 황천을 장악하여
천하의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위험한 입장에 처한다 해도
그 묘기가 조금도 바뀌어서는 안 되는 법이네.
한데 자네는 겨우 그 정도에서도 겁을 집어먹고 떨고 있으니
그러고도 어찌 활을 잘 쏜다고 뻐기는가?”
절대 경지에 오른 고수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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