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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군세(軍勢)무경..../육도(六韜) 2019. 2. 25. 01:04
26. 군세(軍勢) - 기회를 놓치지 말라
무왕이 물었다.
“진공작전의 원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소?”
여상이 대답했다.
“싸움이 전개되는 국세(局勢)는 적의 움직임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고, 아군의 전법은 대진하고 있는 양측 진형의 임기응변에 달려 있고, 기병과 정병의 위력은 무궁무진하게 섞어 쓰는 기정병용(奇正幷用)에 달려 있습니다. 군기대사가 누설되어서는 안 되듯이 용병술 또한 겉으로 드러내 말해서는 안 됩니다. 군기대사는 아무리 말로 전하고자 할지라도 자세히 듣기에 부족합니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용병술은 결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군대가 문득 나타났다가 문득 사라지는 것은 장수가 홀로 전제(專制)하여 외부의 제어를 받지 않을 때 가능합니다.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군대를 말합니다. 적이 아군의 움직이는 정황에 관해 듣게 되면 곧바로 대책을 논의할 것입니다. 아군의 동태를 눈으로 보게 되면 곧바로 아군의 움직임을 좌절시키기 위한 계책을 낼 것입니다. 적이 아군의 실정을 알게 되면 아군은 이내 궁지에 빠지게 됩니다. 만일 아군의 실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매우 위태로워집니다. 용병에 능한 사람은 군사작전을 벌이기 전에 이미 승리의 토대를 확고히 마련합니다. 환난을 미연에 방지하는 자는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그 싹을 제거합니다. 승리에 능한 자는 구체적인 전투가 빚어지기 전에 이깁니다. 최상의 전략은 더불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데 있습니다.
창칼을 맞부딪쳐 승리하는 자는 양장(良將)이 아니고, 군사상의 이점을 잃은 뒤 방비대책을 강구하는 자는 뛰어난 지혜를 지닌 상성(上聖)이 아니고, 지혜가 일반인과 같은 수준인 자는 국사(國師)가 아니고, 기예가 일반인과 같은 자는 국공(國工)이 아닙니다. 진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진격한 이상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용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움직임을 은밀히 하여 드러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작전을 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허점을 치는 데 있습니다. 계책을 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밀이 적에게 간파당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무릇 선승(先勝)은 먼저 적의 약점을 살핀 뒤 싸우는 견약후전(見弱後戰)을 뜻합니다. 힘을 반만 들이고도 공은 갑절이 되는 이유입니다. 성인은 천지변화 속에서 조짐을 읽고, 거듭 그 이치를 헤아립니다. 일월의 운행이치에 입각해 계절의 변화를 좇습니다. 주야가 바뀌는 것처럼 천지가 한 번은 차고 한 번은 오그라드는 이치를 따라 행동하며 이를 변함없는 도로 삼습니다. 만물에 생사가 있는 것은 천지의 음양이 영축(盈縮)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아직 승기(勝機)가 오지 않았을 때 싸우면 아무리 병력이 많을지라도 패한다. 용병에 능한 자는 인내하며 승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외부의 제어를 받지 않는다. 승기가 오면 일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장수가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용병의 가장 큰 재앙은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유예(猶豫)에 있습니다.
전군에 닥치는 재앙 가운데 가장 큰 재앙 역시 장수가 의심 많은 여우처럼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하며 결단하지 못하는 호의(狐疑)에 있습니다. 용병에 능한 자는 아군에게 유리한 기회를 보면 놓치지 않고, 승기가 왔을 때 전혀 의심하지 않고 결단합니다. 유리한 조건과 기회를 놓치면 오히려 화를 입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대처하는 기지(機智)의 장수는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고, 상황에 따라 재치 있게 대응하는 기교(機巧)의 장수는 결단하는 데 주저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장수가 지휘하는 군대는 우뢰에 귀를 막을 겨를이 없고, 번개에 눈을 감을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빨리 움직입니다. 돌진할 때는 마치 놀란 말이 질주하듯 하고, 전투할 때는 마치 광풍이 몰아치듯 합니다. 이에 맞서는 자는 패하고, 다가오는 자는 망하게 됩니다. 누가 능히 이런 군대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장수가 용병하면서 함부로 떠벌이지 않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신(神)으로, 아무도 그의 행보를 예측할 길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승기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명(明)으로, 아무도 그 혜안을 따를 수 없습니다. 신명(神明)한 용병을 하면 전장에서 대적할 적도 없고, 이에 맞서 나라를 세울 수도 없습니다.”
무왕이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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