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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4. 문선 (文選)
    중국의 고전 /시와 산문 2019. 2. 1. 21:37

    414. 문선 (文選) / 저작자 소통(蕭統)

     

    53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시문선집이다. ()나라에서 양()나라까지 약 1,000년에 걸친 대표적 문인의 시문을 가려서 모아 놓았다. 모두 30권으로, 130여 명의 작품 약 800편을 시() · () · () · (, 논설) · (, 서한) 39종의 문체로 나누고, 시와 부에 대해서는 주제별로 분류한 뒤 시대 순으로 배열했다.

     

    남조 양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 501~531)이 문사들의 협력을 얻어 편찬했다. 이 때문에 소명문선(昭明文選)’이라고도 부른다.

     

    소명태자는 4세 때 이미 서경시경을 읽은 영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아버지 무제(武帝)도 뛰어난 문화인으로, 50년에 걸친 치세에 학술 문화가 크게 꽃을 피웠다. 문학 중에서도 시는 그 무렵에 이르러서야 완성의 단계에 들었고, ()로부터 문학의 주류적인 위치를 빼앗고 후일 제량체(齊梁體)’라 불리는 염미부박(艶美浮薄)한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문장에서는 음률을 중시하는 변문(騈文)이 형태를 갖추고 성행하기에 이르렀고, 문학은 감각적 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주장하고 깊은 감정과 아름다운 표현을 동시에 지닌 시문의 정수를 모아 문학의 지표로 삼자는 의도 아래 만들어진 책이 바로 문선이다. 편자는 과거의 뛰어난 문장을 선별할 때 ()’(성인이 지었다는 45), ‘()’(장자, 한비자 등 학자의 논설), ‘()’(사기등의 역사서)와 같은 글은 의미 전달에 치중했지, 좋은 표현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하여 배제했다. , 문학과 비문학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식을 적용한 최초의 작품집으로서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렇게 하여 문선은 후세 문인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특히 당송 시대에는 과거에 시부(詩賦)가 과제로 주어지기도 하여 문선란(文選爛), 수재반(秀才半, 문선을 잘 배우면 과거에 반은 급제한 것이나 다름없다)’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운문(韻文)

     

    1. ()

     

    부란 초사(楚辭)를 모태로 하여 발달한 운문체 서사 장편으로,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미사여구를 과다하게 나열한 지루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문선56편을 15가지 주제로 분류해 싣고 있다. 부는 한나라 때 가장 성행해 운문을 대표하는 형식이 되었지만, ()나라 이후부터는 짧은 서정적인 문장이 많아졌다. 왕찬(王粲)등루부(登樓賦)는 그런 형식의 전형이 되었다. 난을 피해 장안에서 형주로 피신한 작가는 누각에 올라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마지막 부분을 들어 보자.

     

    등루부

     

    步凄遲以徙倚兮 白日忽其將匿

    비몽사몽간에 걷다 보니, 어느덧 해는 서산에 지려 한다.

    風蕭瑟而竝興兮 天慘慘而無色

    소슬바람 불어오고, 하늘은 맑은 빛을 잃었다.

    獸狂顧以求群兮 鳥相鳴而擧翼

    짐승은 무리 지어 날뛰고, 새들은 울며 날아간다.

    原野闃其無人兮 征夫行而無息

    들판에는 인적 없고, 나그네 홀로 걸어간다.

    心悽愴以感發兮 意忉怚而憯惻

    가슴에 넘치는 감개, 슬픔에 젖어 고개 숙인다.

    循堦除而下降兮 氣交憤於胸臆

    계단을 밟고 오르지만, 내 마음 갈 곳 없네.

    夜參半而不寢兮 悵盤桓以反側

    깊은 밤 잠 못 이뤄, 앞날을 생각하며 몸을 뒤척인다.

     

    이 밖에 부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낙양의 종이 값을 올려놓았다는 좌사(左思)삼도부(三都賦)를 비롯해 송옥(宋玉)풍부(風賦), 가의(賈誼)복조부(鵩鳥賦), 조식(曹植)낙신부(洛神賦)등이 있다.

     

    2. ()

     

    435수의 시가 23가지 주제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5언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4언시와 7언시, 잡언시는 1할 정도이다. 5언시는 후한 때부터 민간 가요의 영향으로 발달해 육조시대에 와서 완성에 이르고, 부를 대신해 운문이 주류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여기서는 무명의 민간인이 지은 고시(古詩)19, 미남으로 알려진 반악(潘岳)각주1) 도망시(悼亡詩)등 서정성이 풍부한 명작에서 한 편씩을 소개하기로 한다.

     

     

    고시19수의 14

     

    去者日以疏

    떠난 사람은 날이 갈수록 더 멀어지고

    來者日以親

    오는 사람은 나날이 가까워진다.

    出郭門直視

    우연히 성문을 나가 둘러보니

    但見丘與墳

    보이는 건 무덤뿐이로구나.

    古墳犁爲田

    오래된 무덤은 어느새 밭으로 변하고

    松柏摧爲薪

    주위의 소나무는 땔감이 되고 말았다.

    白楊多悲風

    백양나무에 슬픈 바람 일고

    蕭蕭愁殺人

    소소한 그 소리에 외로움 깊어진다.

    思還故里閭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건만

    欲歸道無因

    내 앞에 길이 없으니 어찌할까.

     

     

    도망시3수의 1

     

    荏苒冬春謝 寒暑忽流易

    긴 겨울 지나 봄이 오고, 어느새 춥고 어느덧 덥다.

    之子歸窮泉 重壤永幽隔

    아내는 저세상 사람이 되어, 무거운 흙이 우리를 갈라놓으니

    私懷誰克從 淹留亦何益

    언제까지 이 정에 매달리려나, 무슨 이익이 있다고.

    僶俛恭朝命 廻心反初役

    굳게 마음먹고 조정의 명을 받아, 다시 일을 하기로 했다.

    望廬思其人 入室想所歷

    내 오두막에 그 사람 온기 남아, 방에 들면 지난날 떠오른다.

    帷屛無髣髴 翰墨有余蹟

    병풍에는 그대 모습 없지만, 유묵에는 옛 손길 남아 있구나.

    流芳未及歇 遺挂猶在壁

    향기는 아직 마르지 않아, 벽 언저리에 떠돌고

    悵怳如或存 周遑忡驚惕

    문득 그대가 여기 있나 착각하여, 나도 모르게 가슴 설렌다.

    如彼翰林鳥 雙栖一鳥隻

    숲 속을 날던 한 쌍의 새, 어느 날 아침 홀로 남겨지고

    如彼遊川魚 比目中路析

    사이좋게 헤엄치던 넙치 두 마리, 도중에 떨어져 짝을 잃어버렸다.

    春風綠隟來 晨霤承檐滴

    봄바람 방 안으로 불어오고, 아침 비 처마를 타고 떨어지니

    寢興何時忘 沈優日盈積

    앉으나 서나 그대 생각 떠나지 않고, 슬픔은 나날이 쌓여 간다.

    庶幾有時衰 莊岳猶可擊

    언제나 이 슬픔 옅어져, 장자처럼 노래할 수 있을까.

     

    게재된 작품 수로 보자면 육기(陸機)각주2) 52, 사령운(謝靈運)38수로 가장 많이 수록된 작가이고, 문학적 가치로 보자면 조조(曹操) 2, 조식(曹植) 25, 완적(阮籍) 17, 도잠(陶潛) 8수가 가장 뛰어나다 하겠다.

     

    운문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부 · 시 이외에 부와 같은 문체를 구사하는 ()’()’로 분류되는 것 가운데 한나라 무제가 지은 추풍사(秋風辭)와 도잠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같은 작품이 있다.

     

    산문(散文)

     

    산문 문학은 당송 고문가(古文家)의 출현으로 비로소 발달하게 되었으므로, 이 책이 만들어진 시점에서는 아직 뛰어난 작품이 많지 않다. 여기서는 문학비평의 선구라 할 수 있고 최초의 문학 독립 선언이라 할 수 있는 위나라 문제(文帝)인 조비(曹丕)전론(典論)가운데서 문장을 논함이라는 글의 마지막 부분을 들어 보겠다.

     

    무릇 문학이란 정치에 비견할 만한 큰 사업이며 불후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수명은 때가 되면 다하고 번성도 일대(一代)에 한한다. 이 둘은 반드시 그 끝이 있어 문학의 영원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옛날의 작가들은 자신의 사상을 문장이나 서적 속에 표현했는데, 유명한 사서에 기록되지 않거나 권력과 부귀의 힘에 의지하지 않아도 그 명성을 저절로 후세에 전할 수 있었다.

     

    또한 주나라 문왕은 유폐되어 ()’을 발전시키고, 주공(周公) ()은 현직에서 ()’를 제정했다.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저술의 뜻이 꺾이고, 안락하다고 해서 저술의 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옛날 사람은 ‘1척의 아름다운 옥을 가벼이 여기고, 1촌의 광음(光陰)을 중시한다라고 했듯이, 시간이 흐르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게다가 일반 사람은 노력도 하지 않고 가난하면 오로지 먹거리와 추위만을 걱정하고, 부귀하면 안락만을 일삼는다. , 눈앞의 일에만 사로잡혀 불후의 업적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해와 달은 하늘에서 변하고, 우리 몸은 땅에서 쇠하며, 홀연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야말로 뜻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책 속의 명문장

     

     

    金科玉條 / 금과옥조

    금과 옥처럼 귀중한 법률이라는 뜻으로, 소중한 가르침을 비유하는 말이다. -극진미신론(劇秦美新論)양웅(揚雄)

     

     

    千載一遇 / 천재일우

    천 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참으로 희귀한 기회를 가리킨다.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원굉(袁宏)

     

     

    水至淸則無魚 / 수지청즉무어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답객난(答客難)동방삭(東方朔)

     

     

    渴不飮盜泉 / 갈불음도천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이라는 나쁜 이름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나쁜 일에는 손을 대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맹호행(猛虎行)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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