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413. 고청구(고계) 高靑邱(高啓)
    중국의 고전 /시와 산문 2019. 1. 31. 14:44

    413. 고청구(고계) 高靑邱(高啓)

     

     

    근대적 정신을 지니고 모순에 가득 찬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을 시로 표현한 시인이다. 현존하는 작품은 고시(古詩) 800, 율시(律詩) 550, 절구 약 650수이다.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과 재능은 고시에 가장 잘 드러나 있고, 청구자(靑邱子)의 노래라는 장시는 그의 시 정신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고시에 비해 율시 등은 독창성이 많이 떨어진다.

     

    고계(1336~1374)의 자는 계적(季迪), 호는 청구자(靑邱子)이다. 조상은 발해 출신으로 지금의 개봉으로 내려와 살다가 북송이 멸망하자 지금의 항주를 거쳐 원나라 말기의 혼란기에는 오군(吳郡)으로 옮겨 살았다.

     

    원나라 말기 혼란기에 태어나 명나라가 건국할 때 태조 주원장의 부름을 받아 원사(元史) 집필에 참여했으나, 요직이 주어지자 그 자리를 고사하고 고향인 소주로 돌아갔다. 자유를 사랑하는 기질에 독재자를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었을 테지만 결국 이것이 화를 불러, 소주의 장관 위관(魏觀)이 모반 혐의를 받게 되자 그도 연루되어 허리가 잘리는 형벌로 목숨을 잃었고, 그의 작품은 모두 불태워졌다.

     

    지금 전해지는 2,000여 수의 시는 그가 죽은 지 70여 년이 지난 뒤에 수집 · 간행된 것이다.

     

    그는 한위(漢魏)에서 당송(唐宋)에 이르는 시인들의 장점을 모아 놓은 듯한 다채로운 창작 경향을 보인다. 원나라 말기의 지루하고 늘어진 시풍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명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칭송받았으나, 39세의 젊은 나이로 횡사하는 바람에 그의 시적 스타일은 확고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말았다. 그의 맑고 단아한 서정성의 이면에 감추어진 고독과 우울은 근대시의 정신으로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무렵의 서정성을 회복해 명나라 초기의 새로운 시풍을 연 천재 시인으로, 원나라부터 명나라에 걸친 400년 동안 배출된 시인 가운데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다.

     

          

     

    1. 고시(古詩)

     

     

    강물에 손 담그고

     

    盥水愛春水, 水香手應祿

    봄 강물에 두 손 담그니, 향기로운 물에 손도 파랗네.

    沄沄細浪起, 杳杳驚魚伏

    졸졸 흐르며 잔물결 일으키니, 놀란 물고기 흔적도 없네.

    怊悵坐水邊, 流花去難掬

    슬픔에 젖어 강가에 앉아 있자니, 흘러가는 꽃잎도 잡을 수 없네.

     

     

    내 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我愁從何來

    내 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秋至忽見之

    가을 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欲言竟難名

    아무리 애를 써도 말로는 표현할 길 없고

    泯然聊自知

    그저 어렴풋이 마음으로 알 뿐이네.

    汲汲豈畏老

    어찌 부귀에 안달하고 늙음을 두려워하겠는가.

    棲棲詎嗟卑

    어찌 명예를 뒤쫓는 비굴한 처지를 원망하겠는가.

    旣非貧士歎

    가난한 선비의 탄식이 아니며

    寧是遷客悲

    외지로 밀려난 관리의 슬픔도 아니라네.

    謂在念歸日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니

    故鄕未曾離

    나 일찍이 고향을 떠난 적도 없다네.

    謂當送別處

    친구를 떠나보낸 탓인가 하면

    親愛元無睽

    애당초 친구와 헤어진 적도 없네.

    初將比蔓草

    처음에는 덩굴풀에 견주어 보았으나

    夕露不可萎

    저녁 이슬이 그 슬픔 시들게 할 수 없고

    又將比煙霧

    다시 안개에 견주어 보았으나

    秋風未能披

    가을바람도 그 슬픔 걷어 가지 못하네.

    藹然心目間

    자욱히 내 마음 뒤덮어 놓고

    來速去苦遲

    올 때는 거침없이 왔다가 갈 줄 모르네.

    借問有此愁

    스스로 물어본다

    於今幾何時

    이 슬픔 찾아온 지 대체 얼마나 되었냐고.

    昔宅西澗濱

    옛날, 서쪽 시냇가에 살 때는

    尙樂山水奇

    그래도 산과 물의 아름다움을 즐겼거늘

    玆還東園中

    이제 동쪽 동산에 돌아와서는

    重歎草木衰

    시든 초목을 보고 더욱 탄식만 하네.

    閒居誰我顧

    세상 버리고 사는 이 몸 찾는 이 없고

    惟有愁相隨

    우수만이 나를 감싸네.

    世人多自歡

    세상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아

    遊宴方未疲

    유람하고 잔치 벌이며 피로한 줄 모르는데

    而我獨懷此

    어찌 나만 홀로 회한에 젖어

    徘徊自何爲

    이리저리 헤매고만 있는가.

     

     

    2. 율시(律詩)

     

    매화

     

    瓊姿只合在瑤臺

    옥 같은 그 자태 요대(신선계)에 어울리건만

    誰向江南處處栽

    어느 누가 강남 땅 곳곳에 심어 놓았는지.

    雪滿山中高士臥

    눈 덮인 산에 고고한 은자의 모습 비쳐 내고

    月明林下美人來

    달빛 숲 아래 미인 거니는 옛이야기 생각게 하네.

    寒依疎影蕭蕭竹

    춥고 외로운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에 기대고

    春掩殘香漠漠苔

    봄날의 향긋한 꽃잎 두꺼운 이끼에 맺히네.

    自去何郞無好詠

    매화를 사랑하던 하랑(何郞)각주1) 이 떠난 후로 노랫소리 끊기고

    東風愁寂幾回開

    봄바람에 슬피 몇 번이나 피었던고?

     



     

    3. 절구(絶句)

     

    은자 호() 선생을 찾아서

     

    渡水復渡水, 看花還看花

    물을 건너고 또 건너, 꽃을 보고 또 보네.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봄바람 부는 강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선생 집에 이르렀네.


    '중국의 고전 > 시와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5. 당송팔대가문 (唐宋八大家文)   (0) 2019.02.03
    414. 문선 (文選)   (0) 2019.02.01
    412. 소식(소동파) 蘇軾(蘇東坡)   (0) 2019.01.30
    411. 이욱 (李煜)   (0) 2019.01.26
    410. 이상은 (李商隱)   (0) 2019.01.2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