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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4. 열자 (列子)
    중국의 고전 /사상과 처세 2019. 2. 1. 21:34

    214. 열자 (列子) / 저작자 열어구(列禦寇)

     

    BC 40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道家)에 속하며, 고대 우화의 보고(寶庫)이다. 저자는 고대 도가의 한 사람인 열자[이름은 어구(禦寇)]라고도 하지만, 후세 사람이 열자의 이름으로 저술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열자가 실재 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나 실재 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실재설에 따르면, 열자는 노자의 제자의 제자이자 장자의 선배로서 BC 400년경에 정()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 밖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열자의 성립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나라 때 기존의 책, 이를테면 장자, 회남자(淮南子), 산해경(山海經), 한비자, 여씨춘추등에서 이야기를 따온 것이 열자의 원형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내용적으로도 도가 일변도가 아니며, 제가(諸家)의 사상이 마구 섞여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만들어진 진실이 어떻든, 열자에서 전개되는 우화적 세계는 기우(杞憂)’, ‘우공이 산을 옮기다(愚公移山)’ 등의 이야기와 함께 2,000년 동안이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마오쩌둥이 우공, 산을 움직이다라는 논문을 썼을 정도로, 그의 세계는 여전히 현대 중국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책은 천서(天瑞), 황제(黃帝), 주목왕(周穆王), 중니(仲尼), 탕문(湯問), 역명(力命), 양주(楊朱), 설부(說符)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중국인의 사상이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기우(杞憂)

     

    ()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져 내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딱하게 여긴 사람이 그를 찾아가 타일렀다.

     

    여보게, 하늘이란 공기가 가득 쌓인 것이야. 온 사방에 널린 게 공기가 아닌가. 우리가 팔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하루 종일 공기 속에서 살고 있으니, 하늘이 무너질 염려는 없다네.”

     

    남자가 물었다.

     

    공기가 쌓인 것이 하늘이라고? 그러면 해나 달, 별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 , 별도 공기가 쌓인 것이야. 다만 빛을 내는 것이 다를 뿐이지. 설령 그것이 떨어진다 해도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는다네.”

    그럼 땅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땅이란 흙이 잔뜩 쌓인 것이야. 온통 흙이지. 우리는 하루 종일 흙을 밟고 다니지 않는가. 그것이 왜 무너지겠나?”

     

    남자는 걱정거리가 없어졌다고 몹시 기뻐했다. 장려자(長廬子)라는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무지개, 구름과 안개, 비바람, 사계절은 모두 쌓인 공기가 하늘에 나타난 것이다. , , 바다, , , , 나무도 다 쌓인 물질이 꼴을 갖추어 나타난 것이다. 쌓인 공기나 쌓인 물질이 무너지지 않는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늘과 땅은 허공 속에 존재하는 허망한 하나의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는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고,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엉뚱한 일이지만, 절대로 안 무너질 것이라는 말도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꼴을 갖춘 것은 모두 무너지는 자연의 현실로 미루어 보건대, 하늘과 땅 또한 반드시 무너지는 법칙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하늘과 땅이 워낙 넓고 커서 그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그때가 되면 무너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열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질 것이라 말하는 것도 잘못이고, 무너질 리 없다고 말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무너질지 안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무너져도 그만이고, 안 무너져도 그만이다. 사람이란 살아서는 죽음을 알지 못하고 죽어서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며, 과거에서는 미래를 모르고 미래에서는 과거를 모른다. 그러할진대 하늘과 땅이 무너지느냐 안 무너지느냐 그런 문제에 마음을 쓸 필요는 없다.” 천서편(天瑞篇)

     

    우공, 산을 옮기다(愚公移山)

     

    대행(大行)과 왕옥(王屋)이라는 두 산은 둘레가 700, 높이는 1만 길이다. 두 산은 본래 기주(冀州)의 남쪽, 하양(河陽)의 북쪽에 있었으나 옮겨졌다고 한다.

     

    먼 옛날, 북산(北山)에 우공(愚公)이라는 아흔 살 가까운 노인이 있었는데, 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살았다. 그의 집은 남쪽이 산으로 막혀 있어 나들이를 할 때면 멀리 돌아가야 했으므로 귀찮고 힘들었다. 어느 날, 우공은 가족을 모아 놓고 의논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저 산을 한번 옮겨 보지 않겠느냐? 그러면 예주(豫州)나 한수(漢水)로 곧장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들 찬성이었다. 그런데 아내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신 힘으로는 자그마한 언덕 하나 무너뜨리지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런 큰 산을 옮기려 해요? 그 많은 흙과 돌을 어디다 버릴 작정이에요?”

    발해(渤海)의 끝, 은토(隱土)의 북쪽에다 버리지.”

     

    이리하여 우공은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일을 시작했다. 돌을 깨고 흙을 파서 키와 삼태기에 담아 발해 끝으로 옮겼다. 이웃에 예닐곱 살밖에 안 되는 경성씨(京城氏)라는 과부의 아들이 팔짝팔짝 뛰어와서는 일을 도왔다. 그러나 워낙 멀어서 한 번 갔다 오는 데 반년이나 걸렸다. 하곡(河曲)의 지수(智叟)가 웃으며 말렸다.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는구먼.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그 몸으로는 산모퉁이 하나 무너뜨리지 못할 걸세. 게다가 그 많은 흙과 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공은 탄식하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앞뒤가 꽉 막혔어. 이웃집 과부나 그 아들만도 못해. 내가 죽으면 아들이 있지 않은가. 아들은 다시 손자를 낳을 테고, 손자는 다시 아들을 낳을 것이 아닌가. 그 아들이 다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에게도 손자가 생길 것인즉, 자손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야. 그러나 산은 더 자라지 못할 터이니, 어찌 옮길 수 없단 말인가?”

     

    지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산신이 이 말을 듣고, 만일 저 우공이 작업을 계속하면 큰일이라 생각해 천제에게 보고했다. 천제는 그 말을 듣고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천제는 과아씨[夸蛾氏, 전설상의 거인족(巨人族)]의 두 아들에게 지시하여, 두 산을 업어다 하나는 삭동(朔東), 하나는 옹남(雍南)에 내려놓게 했다. 이때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 이북에는 조그만 언덕 하나 없게 되었다. 탕문편(湯問篇)

     

     

    책 속의 명문장

          

    疑心生暗鬼 / 의심생암귀

    의심이 한번 마음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수상히 여기게 된다. 다음은 열자설부편(說符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떤 사내가 큰 도끼를 잃어버렸다. 그는 이웃집 아들을 수상하게 생각했는데,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자 그 아들의 걸음걸이며 표정, 말투까지 모두 도끼 도둑처럼 보였다. 며칠 뒤, 사내는 골짜기를 파다가 잃었던 큰 도끼를 찾았다. 그러자 그 뒤부터는 이웃집 소년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둑으로 보이지 않았다. - 설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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