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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 염철론 (鹽鐵論)
    중국의 고전 /역사와 정치 2019. 1. 26. 22:58

    111. 염철론 (鹽鐵論) / 저작자 환관(桓寬)

     

    BC 5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나라 때의 정치와 경제 논쟁을 재현한 기록 문학이다. 논쟁의 초점이 소금과 철의 전매 제도였다는 데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나, 그 내용은 그 무렵의 정치와 경제, 방위, 도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대화 형식을 취하는 등 기록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편저자 환관은 여남(汝南) 사람으로, 관직은 여강(盧江) 태수의 승(, 부태수)이었으며 박학하고 문장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는 이 염철론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본의(本義)에서 잡론(雜論)까지 1060.

     

     

    한나라 선제(宣帝) 때 환관이 편찬한 정치토론집으로, BC 81년에 조정에서 열린 회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때의 회의는 민간의 고통을 테마로 하여 열렸는데, 민간에서 뽑힌 60여 명의 현량, 문학(文學, 관리 후보생)과 어사대부(御史大夫, 부재상)인 상홍양(桑弘羊)1)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토의 내용은 정치와 경제, 방위, 도덕 문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었으며, 특히 이 가운데 논의의 초점이 된 것은 선대 무제(武帝) 때 제정되고 시행된 일련의 경제 정책과 소금 · · 술의 전매 및 균수(均輸)와 평준법(平準法)2) 이 옳은가에 관한 것이었다. 상홍양은 이러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당사자였기에 그 정책의 변론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유가 사상으로 무장한 현량과 문학들은 도덕과 인의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국가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이러한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가 사상의 입장에 선 상홍양은 이러한 제도는 국가 재정의 안정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백성의 생활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여 그 존속을 주장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 민간의 현량과 문학이 정부의 고관인 상홍양과 호각의 토론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그 무렵 상홍양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실력자 곽광(霍光, 전한 시대의 정치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홍양은 그로부터 1년 뒤 조정 안의 권력 투쟁에 휩쓸려 주살당한다. 그 이후에 곽광의 지배 체제가 완성되었는데, 술의 전매만 폐지되었을 뿐 나머지 제도는 지속되었다. 이 책은 그때의 논쟁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편저자 환관에 의해 정리되고 윤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쟁의 기본적인 내용은 그대로 살린 것 같다. 이런 양자의 논점을 통해 그 무렵의 제도와 풍속, 관습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편이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을 기록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게 하고 있다.

     

    1) BC 152~BC 80. 전한 시대 무제 · 소제 때의 관리.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13세 때 암산의 재능을 인정받고 시중(侍中)이 되었다. 무제가 소금과 철의 전매 등 새로운 재정책을 필요로 하게 되자 재무 관료로서 두각을 나타내 대사농중승(大司農中丞)이 되어 회계를 관장하고 균수관(均輸官) 설치에 착수했다. 그러나 뒷날 대장군 곽광과의 반목이 심해져 연나라 왕 유단(劉旦) · 상관걸(上官傑) 등과 모반을 꾀하다 처형되었다.

     

    2) 이 제도 역시 국가가 산업 경영에 가담해 국고 수입을 늘리려는 대책으로 BC 110년에 실시되었다. ‘균수란 전국 각지에 수관(輸官)’을 두고 세금 대신 그 지역의 생산물을 받은 다음, 국가가 그것을 필요한 지역에 수송해 판매한 제도이다. ‘평준이란 도성에 위부(委府)’라는 관청을 두고 각종 물자를 모아, 어떤 물자의 가격이 내려가면 그것을 사들이고, 올라가면 그것을 내다 팔아서 물가를 조절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때의 이익도 국고에 환수되었다.

     

     

     

    정치와 경제 문제를 논쟁한 기록 문학

     

    전한(前漢)의 소제(昭帝) 시원(始元) 6(BC 81), 천자의 칙서에 따라 승상 차천추(車千秋), 어사대부 상홍양과 전국에서 소집된 현량, 문학이 모여 앉아 민간의 어려움에 대한 대토론을 벌였다.

     

    [문학] 백성을 다스리려면 음란한 책을 금지하고, 도덕을 널리 펴고, 사소한 이익을 억제하고, 인의를 널리 퍼뜨리며, 국가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전국적으로 소금 · · 술의 전매각주1) 와 균수법이 시행되어 국가가 백성과 이익을 다투게 되자, 백성들 사이에는 소박하고 검소한 기풍이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풍조가 만연하며, 나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농업을 버리고 말업(末業, 상업)에 종사하는 자가 많아지고 있다. 말업이 활발해지면 농업이 몰락한다. 또한 백성의 생활이 방종으로 흘러 의식(衣食)의 공급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 반대로 농업이 활발하면 백성의 생활이 소박해지고, 국가의 재정도 윤택해진다. 그러므로 소금과 철, 술의 전매와 균수법을 폐지해야 한다.

     

    [어사대부] 흉노(匈奴)는 우리나라에 따르지 않고 변경을 침략하고 있다. 방비를 굳건히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 백성의 생활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비를 소홀히 하면 흉노는 마음대로 침공해 올 것이다. 세상을 떠난 선제(무제)는 오랜 세월 흉노의 침략에 고통받아 온 변경의 백성을 가련히 여겨 성을 짓고, 망루를 세우고, 병사를 주둔시켜 방어력을 키웠다. 그 결과 재정 곤란에 빠지자 소금 · · 술의 전매와 균수법을 시행해 국고 수입을 확보했고, 그것을 방위비에 썼다. 그런데 지금 논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폐지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국고는 텅 빌 것이고, 방위비를 확보하지 못해 국경을 지키는 병사들은 굶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논자들은 이런 비용을 어디서 확보하라는 말인가?

     

    [문학]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이는 재물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다만 그것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음을 걱정하며,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고 안정되지 못함을 근심한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천자는 이익의 많고 적음을 말하지 않고, 또한 제후나 대부도 이해득실을 입에 담지 않으며 오로지 인의와 덕행으로 백성을 교화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친밀하고, 멀리 있는 자가 복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로부터 싸움을 잘하는 자는 군대를 동원하지 않으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다. 설령 군대를 동원했다 하더라도 적과 대치만 할 뿐, 칼과 창으로 다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왕자(王者)는 어진 정치를 베풀기 때문에 천하무적이다. 어찌하여 군사비 조달에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가?

     

    [어사대부] 흉노는 나쁜 마음을 먹고 제멋대로 성에 침입해 우리 국토를 유린하고 백성과 병사를 살육하고 있다. 그런 악역무도한 무리는 당장 토벌해야 한다. 그러나 황공하게도 폐하께서는 백성의 궁핍한 상황을 가슴 아파하여 차마 우리 장병을 전장으로 보내지 못하고 계신다. 그 때문인지 변경을 지키는 장병에게 흉노를 토벌하려는 왕성한 투지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거기다 소금 · · 술의 전매제와 균수법까지 폐지하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국가의 전략에 대한 배려가 없고, 변경의 상황을 염려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의 말이다.

     

    [문학] 옛날에는 외적에 대해서도 군사 행동에 의지하지 않고 덕으로 감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덕에 의지하지 않은 채 무기에만 의존하려 하고, 군사를 변경에 주둔시켜 흉노를 막으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랜 세월에 걸쳐 장병들을 전장에 못 박아 두고, 하루라도 식량 공급을 게을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밖으로는 장병들을 추위와 굶주림에 떨게 하고, 안으로는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한 방위비를 조달하기 위해 소금과 철의 전매제를 만들어 백성의 이익을 빼앗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당장 폐지해야 마땅하다.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면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어사대부] 옛날에 나라를 세운 사람은 농업과 상공업을 함께 일으키고 둘을 모두 중시했다. , () 제도를 고안해 다양한 상품이 모이게 했기에 농 · · 공 모두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역경에도 황제(黃帝), (), () 또한 전대부터 생활의 변화에 맞게 풍습을 개량해 생산의 향상과 생활의 안정을 꾀했다라고 했다.

     

    원래 수공업자가 없으면 농기구도 없고, 상인이 없으면 재화가 유통되지 않는 법이다. 농기구가 부족하면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산이 감소하면 재화의 흐름이 막혀 국고는 궁핍해질 것이다. 소금과 철의 전매와 균수법이야말로 재화의 유통을 촉진하고, 부자와 빈자가 서로 통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것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학] 원래 도덕으로 백성을 지도하면 백성의 기풍은 중후해지고, 이익으로 백성을 유도하면 경박해진다. 백성의 기풍이 경박해지면 도의를 무시하고 이익에만 매달리며, 이익에 매달리면 눈에 불을 켜고 시장으로 모여든다. 그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이 충돌해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 때문에 왕자는 농업을 중시하고 말업에 속하는 상공업을 경시하며, 예와 의로써 백성을 지도하고, 콩이나 조와 같은 재화가 풍성해지도록 한다. 상공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사대부] 관자토양이 비옥한데도 식량 부족에 허덕이는 것은 농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물이 풍성한데도 재화가 부족한 것은 상공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 지금의 감숙성(甘肅省)]과 촉() 지방에서 나는 단사(丹砂, 붉은색이 나는 광물 안료), (, 검은색을 내는 옻), (, 깃대 끝에 매다는 장식, 쇠꼬리로 된 것), (, 깃대 끝에 매다는 장식, 깃털로 된 것), ()과 양() 지방에서 나는 가죽과 동물 뼈, 상아, 강남 지방에서 나는 녹나무와 가래나무, 대죽(大竹), 화살대, ()과 제() 지방에서 나는 어류와 소금, 모직물, 가죽옷, ()과 예()에서 나는 칠과 생사, 가는 갈포, 모시 같은 생활필수품은 수공업자들이 생산하고 상인들이 유통시킨다.

     

    옛날 성인이 배와 노를 만들어 강에 띄우고, 육지에서는 우마를 달리게 하여 먼 곳이 서로 통하게 한 것도 물자의 교역을 통해 백성의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선제께서도 각지에 철을 다루는 관청을 두고 농기구 제조를 관리했으며, 균수법을 시행해 재화의 유통을 원활하게 했다. 소금과 철의 전매, 균수법이야말로 만민을 위한 것으로, 지금 이것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균수와 평준 제도는 만물의 가격을 고르게 한다

     

    [문학] 비옥한 토지가 많은데도 식량이 부족한 것은 상공업이 활발하고 농업이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자원이 풍부한데도 재화가 부족한 것은 생활필수품은 내버려 두고 사치품만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물이 풍성하다 하더라도 새는 잔을 채울 수 없고, 아무리 넓은 바다라 하더라도 시시각각 흘러내리는 계곡을 가득 채울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상공업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은나라 왕 반경(盤庚)이 사치를 멀리하기 위해 초옥에 살고, 순이 황금을 깊은 산에 숨기고, 선제인 고제(高帝)가 상인을 관리로 등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모두 탐욕스럽고 비루한 풍속을 방지하고 진실한 기풍을 북돋기 위함이었다. 설령 시장을 닫고 상인을 억압해 이익의 통로를 막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잘못을 저지를 터인데, 하물며 위에서 먼저 이익을 추구하면 어찌 되겠는가?

     

    제후가 이익을 좋아하면 대부가 인색해지고, 대부가 인색해지면 사()가 탐욕스러워지며, 사가 탐욕스러워지면 백성은 도둑질을 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 나라가 행하는 일은 이익 추구의 구멍을 열어두고 백성들이 죄를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사대부] 옛날에 각지의 제후는 영지에서 난 산물을 조정에 보냈는데, 왕래가 번거롭고 물건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운송비만 늘어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각지에 수송을 담당하는 관리를 두었는데, 이를 균수라 했다. 다음으로 도성에 비축용 창고를 지어 화물을 한곳에 저장한 다음 물건 값이 떨어지면 이를 사들이고, 물건 값이 오르면 이를 내다 팔았다. 그렇게 하여 나라는 실리를 잃지 않고, 상인들은 이익을 취할 바가 없어졌으므로 평준(平準)’이라 했다. 물가가 안정되면 백성들은 자신의 생업을 잃지 않게 되고, 수송 부담이 균등해지면 백성들의 노고와 편안함의 차이도 고르게 된다. 그러므로 균수와 평준 제도는 만물의 가격을 고르게 하여 백성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익 추구의 길을 열어 백성에게 범죄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문학] 옛날에는 백성에게 세금을 거둘 때, 각자가 생산한 것을 내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가 만드는 것은 무시해 버리고 그들에게 없는 것을 내게 하므로,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만든 것을 싼값에 내다 팔아 세금에 충당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백성에게 삼베와 명주솜을 만들게 장려하고는, 때가 되어 물건을 팔려 하면 관리가 나타나 싼값에 사들인다. 관리가 다루는 물건은 제와 동아(東阿) 지방에서 생산된 합사비단이나 촉과 한 지방에서 생산된 마포뿐 아니라 민간에서 생산되는 같은 종류의 물품도 있는데, 그들이 교활한 방법으로 물건 값을 깎아 내리니 농민이나 여공은 이중의 부담을 안은 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균수라는 것이 말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관리가 권력을 내세워 민간의 물자를 독점하고 시장을 독점하면, 모든 재화가 한곳에 집중될 것이고, 국가가 직접 상행위를 하게 되면 관리들도 교활한 마음을 품게 된다. 관청에 물자가 집중하면 물가가 오를 것이며, 물가가 오르면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이 암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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