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us and Europe
에우로페의 납치
제우스의 변신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는 아름다운 아내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새로 태어난 첫 딸 에우로페는 아내인 텔레파사를 닮아 너무나 귀엽고 예뻤다.
아이는 자랄수록 아름다워 졌고. 그들의 나날은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부부의 금슬이 유달리 좋았던 이들은 큰 딸 에우로페에 이어
잘생긴 아들들을 낳아서 경사가 겹쳐만 갔다.
카드모스, 포이닉스, 킬릭스 등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닮아서 씩씩하게 자라났다.
큰 딸 에우로페는 이제는 성인이 되어 누가 보아도 탐낼 만큼
아름다움과 교양을 갖춘 여성으로 성장했다.
에우로페는 산책을 즐기며, 시녀들과 함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는데,
유독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지니고 있어서
그녀를 흠모하는 뭇 사내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아게노르와 텔레파사는
딸을 너무도 대견스러워 헸고, 사랑스러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하의 제우스가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우스의 눈에 그녀가 띄었던 것이다.
제우스는 에우로페의 미모의 반하여 어떻게 하면 그녀를 유혹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다. 항상 아내 헤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기도 한데다가,
다른 눈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제우스는 그녀를 자기의 여자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우스는 아주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을 하고
에우로페가 놀고 있는 해변으로 다가갔다.
아름다운 모습의 황소가 다가오자 에우로페와 시녀들은 아주 즐거워하며,
그 황소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우로페도 그 황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다가가서 황소를 쓰다듬어 주었다.
황소는 순한데다가 털의 감촉이 너무나 부드러웠다.
에우로페는 그 부드러움에 취하여 살그머니 자신의 볼을 털에 대어 보았다.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문득 그 황소의 등에 올라타고 싶어졌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시녀들의 도움으로 황소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황소는 해변으로 기분 좋은 듯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바닷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갔다.
에우로페는 놀랐지만 황소는 점점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먼 바다로 헤엄을 쳐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우로페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이제는 에우로페의 시야에서 시녀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부드럽게 헤엄을 친 황소는 크레타 섬에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섬은 마치 지상낙원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있는 동안
황소는 그녀를 땅위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녀가 땅에 내려서자 아름다웠던 황소는 사라지고,
그 대신에 제우스가 거기에 서 있었다.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다가갔다.
에우로페는 순간 멈칫하면서 뒤로 두어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제우스는 한발 한발 에우로페에게 다정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에우로페는 더는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그녀의 양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를 가만히 가슴에 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파닥거리며 뛰고 있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감미로운 말로 속삭이며
그녀를 플라타너스 나무 밑으로 데려갔다.
둘만이 있는 공간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굳어있던 에우로페도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었고. 이를 연애도사인 제우스가 모를 리 없었다.
제우스는 서서히 그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제우스의 욕정만큼이나 열정적인 환희가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지나갔다.
제우스는 그녀와의 사랑에 빠져 세월을 잃으면서 지냈다.
제우스로서도 오랜만에 맞는 열정과 환희의 날들이었다.
크레타 섬의 에우로페
에우로페의 사랑
한 편 에우로페의 아버지 아게노르는 시녀들로부터 에우로페가
어느 황소의 등에 타고 바다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상심이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아들들을 불러서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 에우로페가 황소를 타고 갔다는 데, 행방이 묘연하다.
너희들이 가서 반드시 찾아오너라.
만일 찾지 못하면 내 앞에 돌아올 생각은 아예 말아라. 알겠느냐?”
불같이 화를 내면서 명하는 아버지에게 기가 질린 아들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앞을 물러났다.
남편의 모습에 겁이 난 텔레파사도 아들들을 따라 나섰다.
이들은 에우로페의 행방을 찾아 사방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세월은 흘러만 갔다.
제우스의 이번에 사랑은 유달랐다. 제우스는 그녀를 떠나지 않고,
온종일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던지기만 하면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 창과,
목표한 사냥감이 있다면 반드시 잡고야 마는 사냥개,
매일같이 크레타 섬을 순찰하면서 방문자를 쫓아내는 청동인간인 탈로스를
선물로 주었다. 그러니 제우스와 그녀가 살고 있는 이 섬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도 없었다.
제우스의 극진한 사랑으로 에우로페도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세상 부러움 없이 살다보니 제우스와 그녀의 사이에는
첫째 아들인 미노스가 태어났고, 꿈같은 세월이 이어지면서
둘째 라다만티스, 셋째 사르페돈을 낳았다.
에우로페가 행복한 날들을 보내는 순간에도
아게노르의 아들들과 아내 텔레파사는 에우로페의 행방을 찾아다녔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딸을 찾으러 아들들과 아내를 떠나보낸 아게노르는 날마다 문밖에 나가서
그들과 딸이 함께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아내도 아들들도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포이닉스는 리비아에 정주했고, 킬릭스는 킬리키아에서 이름을 드높였고,
카드모스는 그리스의 테베를 세웠다.
한편 제우스와의 만남으로 행복한 날들을 보냈던 에우로페도
끝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앓고 난 후, 외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 번 떠나고 난 제우스는 그 후 그녀의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료하게 지내며 행수에 젖어 지내던 그녀에게 또한 사랑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크레타의 왕이다.
세 명의 아들을 낳은 그녀는 아직도 아름다운 용모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왕은 우연히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을 행차하다가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날부터 왕은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반하여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에우로페 역시 사랑을 잃고 난 후라 그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기꺼히 크레타 왕의 사랑에 동조자가 되었다.
그녀는 결국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하기에 이르렀고,
이들의 사랑의 결실로 그녀를 닮은 예쁜 딸이 태어났다.
그들은 그 딸의 이름을 크레테라고 이름 지었다.
왕은 마음이 선한 사람이어서, 에우로페의 아들들을 양자로 맞이하고
미노스를 후계자로 삼기까지 했다.
첫 사랑은 사랑할 수 없는 대상과의 꿈같은 사랑을 했고,
그 사랑때문에 쓰라린 이별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지만
다행한 두 번째의 사랑으로
행복했던 에우로페는 행복한 재혼의 원조였던 셈이다
이후 에우로페(Europa)는 유럽 대륙에 그 이름을 남기며,
유럽대륙의 이름의 어원이 되었고,
에우로페를 유혹했던 모습의 황소는 황소자리가 되어
하늘에 그 모습을 남기며 지금까지도 하늘을 지키고 있다.
유럽과 알파벳

유럽연합 의회 선거 기념우표와 유로화
Europe and Zeus, the Bull 이라는 유럽연합의회 이름에서 보듯이
에우로페와 제우스, 황소의 이야기는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EU 이사회 건물 앞의 조형물과 유로화를 보면,
그들 문명의 기원을 그리스 신화서 찾고 있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에우로페는 유럽의 어원이 되었으며 에우로페의 신화는
유럽의 뿌리를 보여주는 지명 신화가 되어 있다.
에우로페는 그리스 문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레타 문명의 어머니이며,
유럽 문화권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문자,
알파벳의 전파와 밀접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식 상형 문자의 영향을 받은 페니키아 지역의 알파벳이
크레타섬으로 전파되어 '선형 A문자'로 발전되었으며,
에우로페를 찾아나선 카드모스에 의해 그리스 본토에서
선형 B문자가 전파되었다.
에우로페의 납치 신화는 오리엔트 지역(페니키아)에서 시작된
알파벳이 유럽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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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명령으로 누이 에우로페를 찾아나섰다가
그리스 본토에 나라를 세우게 되는 카드모스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쓰기로 하고 그 카드모스가 페니키아로 부터
유럽에 알파벳을 전달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그리스 신화에서 보여주는
제우스의 바람끼와 헤라의 복수극은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하늘 사상과 주역 등이
우리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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