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의 여행-II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거인 아틀라스
메두사를 퇴치한 페르세우스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향길에 올랐다.
마음은 들뜨고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는 서둘러서 메두사의 머리를 담은 자루를 둘러메고는
멀리 육지와 바다를 건너 날아갔다.
하지만 순탄할 것 같았던 그의 행로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부지런히 고국으로 돌아가는 중에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이내 바람이 거세게 불며 폭풍우가 몰아쳐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은신처를 찾아 간신히 폭풍우를 피하고, 아틀라스의 영토를 지날 때는
이미 사방이 캄캄한 밤이 되었다
그는 그제서야 해가 지는 서쪽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지치고 힘이 들어 그곳 아틀라스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 나라는 아주 엄청나게 큰 거인이 왕으로 있는 나라였는데
양이나 소, 그리고 돼지 등과 같은 가축들이 많이 있어서
매우 풍요로웠고, 인접한 나라도, 힘을 겨룰만한 적대적인 나라도 없어서
아주 평화롭고 풍요한 나라였다.
아틀라스에는 그 무엇보다 아주 자랑스러운 보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항상 황금 사과가 열리는 황금사과 나무였다
이 나무의 가지는 모두 황금으로 되어 있었고,
그 가지마다에는 금으로 된 잎이 무성했는데,
그 이파리로 반쯤은 가려져서 더욱 탐스러워 보이는 황금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서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우면서도 탐스러운 모습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페르세우스는 기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 나라로 들어섰다.
그는 당당하게 왕궁으로 들어가 왕을 만나러 왔다고 위엄 있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당당함에 그가 지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신하들은
그를 공손하게 왕의 면전으로 안내했다.
왕에 앞에 나가게 된 페르세우스는 전혀 위축됨이 없이
엄청나게 큰 거인인 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이시여, 나는 손님으로 여기에 왔소.
당신도 명문 출신이지만 나도 당신에 못지않은 명문 출신이오.
나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아들이요.
당신이 이 나를 세운 위업을 달성했듯이, 나도 그만한 위업을 달성하였소.
나는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그 끔찍한 괴물을 죽였소
나는 그만큼 손님으로 대접을 받을만큼 충분한 자격이 있소이다.
그러니 나에게 먹을 것을 주고, 여기서 좀 쉴 수 있도록 해 주시오.”
하지만 아틀라스는 불쑥 찾아온 젊은이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말에
아연실색하였지만 그런 표정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그대가 진정 제우스의 아들이란 말인가?”
그는 이렇게 묻고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는 일전에 들었던 신탁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예언은 ‘제우스의 아들이 나타나 이 나라에 있는
황금 사과를 빼앗아 갈 것이다’라는 신탁이었던 것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앞에 서있는 젊은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를 빨리 그곳에서 내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틀라스는 그런 생각을 감추고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네.
그대의 그 거짓 위엄이나 가문에 쉽사리 움직일 내가 아니란 말일세.
그러니 다른 수작 말고 어서 내 나라를 떠나도록 하게.”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페르세우스는 다시 한번 아틀라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본 아틀라스는 전무후무한 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무리 용기를 내어 아틀라스와 대적한다고 해도
도저히 이길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는 힘으로 보다는
꾀를 써서 그를 굴복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페르세우스는 그 어마어마한 거인을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내가 우정으로 대하는 것을 무시하다니 서운한 일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손님으로써
당신의 나라를 방문한 기념으로 선물을 주려고 하오.”
그렇게 말하며 페르세우스는 얼른 자신의 얼굴을 돌리고는,
거인을 향해 메두사의 머리를 내 밀었다.
만일 부주의해서 메두사의 머리를 바라보는 날에는
그 역시 여지없이 돌로 변하고 말 것이기 때문었다.
그가 메두사의 머리를 아틀라스를 향해 내 밀자,
그렇게 웅장하게 큰 거인은 엄청나게 큰 바위로 변해버렸다.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제법 큰 숲으로 변하고,
팔과 어깨는 절벽으로 변했으며, 그의 머리는 산봉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뼈는 바위로 변하더니,
부피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거대한 산으로 변했다.
그리고 돌로 변한 그의 상체는 어찌나 컸던지 하늘에 닿았다.
그런 그 거인의 어깨를 의지하여 하늘에 모든 별들이 빛나고
하늘도 그의 어깨에 지탱하여, 머물고 있었다.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와의 인연
한 차례 고비를 넘긴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하늘을 날아 부지런히 귀향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비행을 계속하여 그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나라에 도착했다.
그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케페우스였는데,
그의 아내 카시오페이아는 굉장한 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주위에서 너무도 그녀의 미모를 칭송하는 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미모를 뽐내곤 했다.
그런 그녀와 케페우스 사이에서 안드로메다라는 딸이 태어났다
안드로메다는 자라면서 어머니 못지않은 아름다운 여인이 되엇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을 지켜보던 카시오페이아는
자기 딸이 바다의 신인 네레우스의 딸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네레우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을 찾아가 흐느끼며 호소하였다.
“포세이돈 님!
감히 인간인 주제에 카시오페이아라는 년이
자기 딸 안드로메다가 우리의 딸들보다 아름답다고
자만을 떨고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신들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를 엄벌해 처해 주십시요.”
이 호소를 들은 포세이돈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바다뱀을
케페우스의 나라로 보내 그 나라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자 바다에서 고기를 잡을 수도 없고,
무역을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나라가 점점 어지러워지고, 백성들의 원성도 점점 심각해졌다.
케페우스 왕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 괴물을 퇴치하려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결국 이 괴물을 어떻게 달래야할지를 신탁에게 물었다.
신탁은 사랑하는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는 안드로메다를
그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기로 하고
바닷가 바위에 안드로메다를 쇠사슬로 결박하여 제물로 바쳤다.
마침 이 상공을 비행하던 페르세우스가 공중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안드로메다는 공포에 질려서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바위에 쇠사슬로 몸을 결박당하고 있어서
뱀 형상을 한 바다 괴물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이 접근하고 있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페르세우스는 처음에는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단순한 대리석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대리석이라고 보았던 그 위에서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 처녀의 얼굴은 너무도 창백했으며, 몸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페르세우스는 이 광경을 보고 너무도 놀란 나머지
날개를 흔드는 것도 잠시 잊는 통에 하마터면 바다에 떨어질 뻔 했다.
그는 그녀의 위를 날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아름다운 처녀여,
사랑하는 애인들을 결합시키는 사슬에 묶여 있어야 할 그대가
어찌 이런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오?
당신은 누구이고 왜 이와 같이 결박되어 있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겠소?”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그런 꼴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부끄러워도 결박당하고 있어서 얼굴을 가릴 손도 없었고
그녀가 잠자코 있으면 무슨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그가 생각할 까봐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나라 이름을 밝히고
자신의 어머니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 일을 이야기 하였다.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바다 저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바다 괴물이 나타나 머리를 수면 위에 내놓고, 이상한 괴성을 내면서
넓은 가슴으로 파도를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처녀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그녀의 부모도 안카까워 발을 구르며
비통해 할 뿐 달리 아무런 대책도 취할 수 없었다
그때 페르세우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자! 지금은 그렇게 울고만 있을 때가 아니오.
눈물이야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흘릴 수 있을 것 아니오.
지금은 한시 바삐 따님을 구해야만 하오.
나로 말하면 제우스의 아들이니 신분으로야 명문인 셈이오.
또한 나는 고르고의 메두사를 물리친 정복자이니,
그러한 나의 명성은 구혼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할 것이오.
나는 신들이 허용한다면 다시 훈공을 쌓아 따님을 얻고자 하오.
만일 내가 저 괴물을 물리치고, 따님을 구출한다면
그 대가로 따님을 저에게 주신다는 약속을 해주시오.”
그녀의 부모는 만면에 희색을 띄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한다면야 뭐 달리 마다할 일이 있겠는가?
우리도 그것을 바라는 바일세. 만일 그 대가 저 괴물을 물리치고
이 나라를 구해 준다면야 내 딸 뿐만 아니라,
내 왕국을 그대에게 줄 것이네.”
이제 바다의 괴물은 돌을 던지면 닿을만한 거리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부모에게 약속을 받은 페르세우스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는 공중에서 한 바퀴 재주를 넘고 무시무시한 괴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모습은 흡사 용맹스러운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햇볕을 쬐고 있는 뱀을 보고는 덤벼들어, 그 뱀의 목을 잡아 머리를 돌려
그 독이빨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페르세우스는 괴물의 등으로 잽싸게 돌진하더니 칼을 빼들어
그의 어깨를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 찔렀다.
그 괴물은 헤르메스에게서 받은 강한 칼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괴물의 노한 몸짓으로 인해 바다는
광풍이 이는 것처럼 물결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괴물은 몸부림치며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가 이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짖어대는 한 무리의 개에게 둘러싸인 산돼지처럼
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좌우로 몸을 날리며 돌진해 왔다.
페르세우스는 급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그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는 그 괴물의 비늘 사이로 칼이 들어갈 만한 곳을 발견하기만 하면,
옆구리로부터 꼬리로 내려가면서 이곳저곳을 찔러 상처를 냈다.
괴물은 괴로워하며 콧구멍으로 피가 섞인 바닷물을 내뿜었다.
그러나 페르세우스의 날개도 그 핏물에 젖어서
더 이상 날개에 의지할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그는 물결 위에 솟아 있는 바위로 내려와서
돌출한 바위에 몸을 의지하고는 괴물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그 괴물이 근접하자 그는 온 힘을 다해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그 일격으로 급소를 찔린 괴물은 맥없이 푸르륵 소리를 내며 물위로 떠올랐다.
해안에 모여 있던 군중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 환성소리는 어찌나 컸던지 산이 울려서 산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안드로메다의 부모는 듬직한 페르세우스를 포옹하면서
기쁨에 젖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구원을 받은 안드로메다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위로부터 내려오고,
안드로메다를 바라보는 페르세우스의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피네우스 일당을 돌로 변하게 하는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결혼.
안드로메다, 그녀를 바라보는 페르세우스는 너무도 기뻤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게 된 그는 마음이 마냥 설레었고
또한 딸의 죽음을 그냥 지켜보아야만 했던 안드로메다의 부모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기쁨에 겨워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해안가로 걸어 나온 그들은 군중들의 열렬한 기쁨의 함성과 함께
마냥 들뜬 마음으로 궁전으로 돌아왔다.
이제 궁전에는 바삐 서둘러 두 사람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흥겨운 음악소리와 풍류는 궁전 안을 생기가 넘쳐흐르게 하고
궁중의 여기 저기 둘러보는 페르세우스 자신도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궁전 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했고, 잔치가 벌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괴물을 물리친 영웅을 보기 위하여 앞을 다투어 몰려들며
각자 한마디씩 하는 말소리들로 넘쳐 흘렀다.
“아주 용감하게 생겼는걸. 하늘이 낸 영웅이야!”
그런데 이렇게 잔치가 벌어지며 흥에 겨워 있을 때,
감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며 일대의 혼란이 일어났다.
“이 혼인은 무효야! 무효라고,
안드로메다는 나와 약혼한 사이인데,
페르세우스란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과 결혼을 시키려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렇게 소리치면서 달려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으니
앞장서서 달려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안드로메다의 약혼자였던 피네우스였다.
그는 안드로메다가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그녀와 약혼을 했던 사내였다.
그런 그가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혼인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하 일당과 더불어 뛰어 들어와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안드로메다의 아버지 케페우스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자네는 무슨 염치로 이제 나타나서 소란이란 말인가?
자네는 내 딸이 괴물의 제물로서 바위에 결박되었을 때는
어디로 숨었다가 이제 나타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내 딸이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져야 하는 운명을 신들이 선언하였을 때,
자네와 내 딸의 인연은 끝난 것이고, 모든 약속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잖은가.
내 딸이 그대로 죽었더라면 그 모든 약속이 지켜질 수 없는 일이거늘,
이제 와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케페우스의 말에 말문이 막힌 피네우스는 달리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페르세우스를 향해
기습적으로 창을 던졌다.
그가 던진 창은 아슬아슬하게 페르세우스를 스치고 지나갔고.
놀란 페르세우스도 잽싸게 자기의 창을 잡고는 던질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기습에 실패하여 겁에 질린 피네우스는 급히 도망쳐서 제단 뒤로 숨으며
함께 온 일당들을 행해 공격신호를 했다.
그의 신호로 일당들은 케페우스의 손님들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소란에 놀란 손님들은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황급히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결국 커다란 혼란이 일어나고 서로 간에 때 아닌 전투가 벌어졌다.
점점 싸움판이 커지기 시작하다 케페우스가 나서서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가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자
그는 그 자리를 나와서 신들에게 호소했다.
“신들이시여!
이 모든 일이 이 무능한 왕의 부덕의 소치이니
용서하시고 굽어 살펴주소서.”
페르세우스와 그의 편을 들어주는 편은 한동안 불리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상대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페르세우스도 궁지에 몰리면서 절망의 상태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때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문득 그에게 좋은 묘안이 떠올랐다.
메두사의 눈을 이용하면 형세를 역전 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되었으므로
그는 앞으로 나서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중에 나의 적이 아닌 자는 얼굴을 돌려라!
그리고는 여기를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소리치고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 것을 확인하자
그는 고르고, 즉 메두사의 머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피네우스 일당 중 테스켈로스가 창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그런 요술 따위를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겠다는 것이냐?”
그는 말을 하다가 창을 치켜들고 던지려던 그 자세 그대로 돌로 변해버렸다.
또한 일당 중에 암픽스라는 자는 고개를 돌려 엎드린 페르세우스 편의 사람을
칼로 찌르려고 하다가 그대로 돌로 변해버려서,
앞으로 더 내밀 수도 없고 들이밀 수도 없는 자세로 굳어버럈다.
또 한 사람은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순간, 굳어버려서 입을 연 채
소리는 한마디도 내지 못하고 돌이 되었다.
반면 페르세우스의 편이었지만 부주의했던 친구 아콘테우스도
고르고를 바라보는 순간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스티아게스라는 자는 용케도 페르세우스에게 접근하여
그를 칼로 내리 쳤지만, 칼은 쨍 소리를 내면서 위로 튀어 올랐다.
사태가 너무 커져서 그 지경에 이르자 피네우스는 당황하며,
친구들을 소리 높이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손을 대보고 그들 모두가 돌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을 꿇고 페르세우스에게 용서를 빌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그러자 페르세우스는 점잖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비겁한 놈, 나는 너를 무기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너의 돌상은
이 사건을 일으킨 기념으로 나의 집에 보관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고르고의 머리를 피네우스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피네우스는 무릎을 꿇고 손을 뻗치고 얼굴을 돌린 채로
움직이지 않는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참으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난 후,
케페우스는 자리를 정돈하게 했다.
다시 풍악이 울리며 잔치 분위기가 살아났다.
곱게 단장한 안드로메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한껏 폼을 낸 페르세우스도 품위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아릿다운 신부 안드로메다의 옆에 섰다.
천마 페가수스
페가수스(그리스어: Πήγασος Pégasos/라틴어: Pegas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동물로, 날개를 가진 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자마자 포세이돈은 그 자리에 나타나
메두사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그 영혼이 메두사가 흘리는 피에 몰리게 하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말(馬)에 날개를 단 형상의 천마로
다시 태어나게 했는데 이 천마가 페가수스이다.
그 자신과 메두사의 사랑을 훼방하려는 아테나의 저주를
포세이돈은 메두사에게 이렇게 회피하게 했던 것이다.
메두사는 그로인해 페가수스 즉 천마로 다시 태어나게되었다
----------------------------------------------------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와 만나는 이디오피아 해안에
잠시 머물러 쉬게 되었는데
그때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다로 스며들어 해초를 붉게 물들이고 말았단다.
그 바다를 우린 지금 "홍해(Red Sea)"라 부른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살벌한 독사, 살모사 등등도
그때 뚝뚝 떨어졌던 메두사의 핏방울에서
이루워져 자라난 생명들이란다.
메두사의 피는 또 아폴론의 의술을 유전받은 의사 아들
아스클레피오스가 약으로도 긴히 썼다.
효능은 죽은자는 살리고 산자는 죽인다는데....
즉 메두사는 죽어도 산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