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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내이(木乃伊) 변증설(辨證說) 이규경(李圭景)
    옛 이야기/고전 隨筆 2019. 1. 13. 17:12

    목내이(木乃伊) 변증설(辨證說) 이규경(李圭景)

     

     

    무릇 사람의 지체(肢體)는 약()으로 삼을 수도 없고 또한 먹을 수도 없는 것인데, 약으로 삼고 먹기도 한 것이 경방(經方)1)과 사책(史策)에 실려 있어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그 잔인(殘忍)스러운 일을 굳이 기록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미 세간(世間)에 살면서 세간에 있는 일을 전혀 모른다는 것도 어찌 혼매(昏昧)2)하고 무지한 자가 되고 마는 것 같아 두어 조목을 채록한다.

     

    천방국(天方國)3)은 옛날 균충(筠沖)의 땅으로서 일명 천당(天堂), 또는 묵가(黙伽)라고도 한다. 그곳의 공사(貢使)4)는 흔히 육로를 따라서 가욕관(嘉峪關)5)으로 들어온다. 서역(西域)6)에서는 대국으로서 "황명사(皇明史)"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그 나라는 사시가 항상 여름처럼 덥고 우박이나 눈서리가 내리지 않아서 초목이 모두 잘 자라며, 토지가 비옥하여 조, 보리, 과일, 기장이 풍성하다. 사람들은 모두 헌걸차고 큼직하게 생겼는데, 남자는 머리를 깎고서 베로 머리를 동여매었고, 여자는 머리를 땋아서 머리 위로 틀어 올리고 얼굴은 모두 가리고 내놓지 않았다. 회회교(回回敎)7)라는 것이 있는데, 교조 마합마(馬哈麻)8)가 맨 처음 이곳에서 행교(行敎)하다가 죽어 장사지냈는데, 그 묘정(墓頂)에는 항상 빛이 나서 주야로 사라지지 않으므로, 후인들이 믿고 따라서 오래도록 교세(敎勢)가 쇠퇴하지 않아, 사람들이 모두 착해지고 나라에는 까다로운 정치가 없으며 또 형벌도 없어 상하가 모두 안락하고 도적마저 없어서, 서역에서는 이 나라를 낙국(樂國)이라 칭한다.

     

    나라의 풍속은 술을 금하고, 절에 예배를 하되, 매월 초승이면 왕 및 신민(臣民)들이 다함께 하늘에 절을 하고 큰 소리로 외쳐서 하늘을 찬양하는 것을 예로 삼았다. 절은 사방(四方)으로 나누어 매방(每方)90()으로서 도합 360칸인데, (중략)황금으로 각()9)을 만들었고, () 주위의 담장은 모두 장미로(薔薇露)10)와 용연향(龍涎香)11)을 흙에 섞어서 쌓았으며, 검은 사자[黑獅] 두 마리를 만들어 세워서 문을 지키게 하였다. (중략)

     

    오이[]와 과일, 그리고 여러 가지 가축도 모두 중국과 같은데, 서과(西瓜)12)와 감과(甘瓜)13)는 혼자서는 들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 있으며, 복숭아도 무게가 4~5()이나 되는 것이 있으며, 닭이나 오리 같은 가축도 무게가 10여 근이나 되는 것이 있으니, 이는 모두 제번(諸藩)14)에는 없는 것들이다.”

     

    이 나라에서 나오는 목내이(木乃伊)15)에 대해, 도구성(陶九成)16)의 "철경록(輟耕錄)"17)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천방국에 78세 된 노인이 있었는데, 그는 사신(捨身)18)해서 중생을 구제할 것을 자원하여 일체 곡기를 끊고 오직 몸을 깨끗이 씻고 꿀[]만 먹었더니, 한 달이 지나니 대소변이 그대로 꿀이었다. 그가 죽자 나라 사람들이 그의 시신을 석관(石棺)에다 넣으면서 꿀을 가득 채워 시신이 잠기도록 하고는, 그 관에다 장사지낸 연월일을 새겨서 묻어놓았다가 백 년이 지난 뒤에 파서 열어보니, 밀제(蜜劑)19)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뼈가 부러질 때 이 밀제를 조금만 복용하면 즉시 나았다. 그러나 저 천방국에도 이런 것을 흔히 얻을 수는 없는데, 속칭 이를 밀인(蜜人)20)이라고 한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21)에 상고하건대, 아란타(阿蘭陀)22)의 토산물 중에 목내이가 있다고 하였으니, 서북쪽 제번(諸藩)들도 천방국의 밀인(蜜人) 법제(法製)를 모방하여 기화(奇貨)로 삼은 것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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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방(經方): 의서(醫書)를 일컫는 말. =. ‘方技(異聞奇事) 또는 方術을 의미한다. 의술을 신비스런 능력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서 사용하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2) 혼매(昏昧)하다: 어리석어서 사리에 어둡다.

    3) 천방국(天方國): 천방(天方)은 사우디아라비아 즉 옛날의 대식국(大食國)을 의미하며, 천방교(天方敎)는 오늘날의 이슬람교를 말한다.

    4) 공사(貢使): 공물을 바치는 일을 맡아보던 사신.

    5) 가욕관(嘉峪關): 감숙성(甘肅省) 주천현(酒泉縣) 가욕산(嘉峪山)의 서쪽에 있던 관()의 이름으로 명초(明初)에 설치한 것으로 서역(西域)에서 입공(入貢)할 때에는 반드시 이 관을 통하여 왔다.

    6) 서역(西域): 중국에서 보아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현재의 이란, 파키스탄과 인도까지 포함하는 지역이다.

    7) 회회교(回回敎): 이슬람교. 중국에서는 위구르족[회흘족(回紇族)]을 통하여 전래되었으므로 회교(回敎), 회회교(回回敎) 또는 청진교(淸眞敎)라고 한다.

    8) 마합마(馬哈麻): 마호메트(Mahomet). 이슬람교의 창시자(570?-632). 메카(Mecca) 교외의 히라(Hira) 언덕에서 신의 계시를 받아 유일신 알라에 대한 숭배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정치적· 역사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9) (): 단층으로 된 크고 높다랗게 지은 집. 2층으로 된 것은 ()’이다.

    *참고: (으로 보아)殿(宮殿, 神殿)(私家. 明倫堂, 祖師堂)>(민가의 안채에 해당. 坤寧閤: 明成皇后의 거처.)>(알림의 공간. 普信閣, 梵鐘閣, 孝子閣, 烈女閣, 奎章閣 )>(숙식 독서 등 일상적 주거용. 樂善齋, 同齋, 西齋)>(대청마루가 발달되고 공무적 기능이 강한 곳. 東軒, 烏竹軒)>(2층 건물. 慶會樓)>(휴식, 사색의

    공간)

    10) 장미로(薔薇露): 장미꽃으로 만든 향수. 당나라 때의 당송8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이 역시 당송8대가인 한유(韓愈)에게서 보내온 시를 읽을 때에는 항상 먼저 장미로로 손을 씻은 후 읽었다고 한다.(?雪仙雜記?)

    11) 용연향(龍涎香): 고래 중에서 가장 큰 고래가 향유고래인데, 크기가 18m정도라고 한다. 이 고래는 10m나 되는 거대한 대왕오징어를 주식으로 삼는데, 발정기가 되면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내는 일이 흔하다. 역한 냄새를 내는 그 토사물 덩어리는 수십 년이 지난 후, 값 비싼 향료로 변신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용연향이다.

    12) 서과(西瓜): 수박.

    13) 감과(甘瓜): 참외.

    14) 제번(諸藩): 모든 번국(藩國: 제후의 나라).

    15) 목내이(木乃伊): 미라(mirra).

    *참고: 일제 강점기 석송(石松) 김형원(金炯元:1900-?)의 시에 숨 쉬이는 목내이(木乃伊)’가 있다.

    , 나는 본다!/ 숨 쉬이는 목내이를// ‘현대라는 옷을 입히고/ ‘제도라는 약을 발라/ ‘생활이라는 관에

    넣은/ 목내이를 나는 본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이미/ 숨 쉬이는 목내이임을/ , 나는 조상(弔喪)

    한다! (여기서의 목내이는 산송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6) 도구성(陶九成): 중국 원말(元末명초(明初)의 학자. 호는 남촌(南村), 구성(九成)은 자()이다. 과거시험에 실패하여 관직을 단념하고(만년에 한때 관직에 나간 적이 있다), 장쑤성[江蘇省]에서 농사를 짓는 한편 시작(詩作)과 저술에 전념하였다. 저서에 ?철경록(輟耕錄)? ?서사회요(書史會要)? 등이 있다.

    17) 철경록(輟耕錄): 도구성(陶九成)이 지은 책. 내용은 원대(元代)의 법령 제도 및 항간의 잡설 등이다.

    18) 사신(捨身): 보은(報恩), 또는 수행(修行)을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끊고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일.

    19) 밀제(蜜劑): (먹기 좋도록) 꿀을 바른 환약.

    20) 밀인(蜜人): 미라(mirra). 목내이(木乃伊).

    21)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 1713년에 일본의 한방 의사였던 데라지마 료안(寺島良安)이 편찬한 105권의 방대한 유서(類書: 같은 종류의 서적 또는 많은 서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사항별로 분류, 편집한 책). 1607년 명()의 왕기(王圻)가 편찬한 ?삼재도회?를 바탕으로 일본에 관한 정보를 중심으로 편찬한 책이다. 이 책에서 아란타에 관한 정보는 외이인물(外夷人物)()에 나온다. 조선 후기의 학자였던 이덕무(李德懋)는 이를 근거로 하여 일본이나 아란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청령국지(蜻蛉國志)?를 편찬했다. 일본에 관한 정보를 종합 정리한 책은 1471(성종 2)에 신숙주(申叔舟)?해동제국기?를 편찬한 이후 300년이 지나서야 나오게 된 것이다.

    22) 아란타(阿蘭陀): 남만국(南蠻國), 곧 네덜란드(Netherlands).

     

     

     

     

    해설

     

    지은이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서, 자는 백규(伯揆), 호는 오주(五洲) 또는 소운(嘯雲), 본관은 전주이며, 이덕무(李德懋)의 손자이다. 그는 벼슬에는 전혀 나가지 않고 평생 재야에서 저술에 힘썼으며, 19세기 최고의 백과사전이라는 평을 듣는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를 지었다. 이 글은 그 중 신형(身形)에 나오는 글이다.

     

    한편, 이러한 미라를 만드는 까닭은, 최치원의 "가야보인법(伽倻步引法)" 등에서 유추해볼 수가 있겠다. "가야보인법"은 도교의 시해(尸解)’를 성취하는 방법에 대해 쓴 책으로 보인이란 보사유인(步捨游引)’의 준말로 는 혼백이 걸어나감을, ‘는 시신을 버려둠을, ‘는 천지간을 자유자재로 오유(娛游)함을, ‘500년의 시간이 경과한 연후에 지상에 남겨두었던 시신을 끌어올려다가 혼백과 합쳐서 온전한 신선이 되는 방법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시신이 남아 있어야 온전한 신선이 될 수 있기에 미라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해라는 말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검색해 보면 총 4,648건의 자료가 검색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예상 외로 많이 쓰이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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