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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을 열다
    살며 사랑하며 2019. 4. 14. 17:57








      
      새벽을 열다 
      
      어두운 지하실 또는 동굴 속인가보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퀴퀴한 냄새와 칙칙한 어둠이 그물처럼 날 가두고 
      그 바닥 회색빛 카펫트 위로 난 시체처럼 내동댕이 쳐져 있다 
      파충류의 끈적거리는 촉수가 미끌거리는 느낌으로 내 온몸을 동여매고 있다
      옆으로 돌아누워본다. 
      아니 옆으로 돌아누으려 몸을 돌려보지만 손가락하나 꼼짝할 수가 없다. 
      간신히 눈을 돌려 옆자리를 본다. 
      놀랍게도 전라의 여인이 누워있다
      당혹스러움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전라의 여인의 감겼던 눈이 번쩍 떠지며 섬광처럼 내 눈에 날아와 박힌다. 
      눈동자가 없다. 
      눈동자 없는 흰자위만으로 여인이 내 눈을 들여다 본다.
      머리 속이 온통 하얗게 공포가 스며든다.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여인이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손길로 여인이 날 애무한다. 
      귓볼을 만지고 뺨을 쓰다듬으며 뱀처럼 긴 혓바닥으로 젖꼭지를 간질인다. 
      비명을 질러보지만 목소리는 갈라져 성대를 울리지도 못하고 
      사지는 끈적거리는 촉수에 감겨 움직일 수가 없다. 
      여인이 요사스럽게 소리없이 웃는다. 
      그리고는 손을 뻗혀 죽어있는 내 심벌을 움켜쥔다. 
      심장이 멎을 듯하다. 눈을 감으려 해도 눈이 감기지 않는다. 
      공포 속에서 요상한 열기가 심장을 파고 든다. 
      여인이 긴 혓바닥으로 내 심벌을 핥고있다. 
      죽어있던 심벌은 힘차게 솟아오르고 
      여인은 깔깔거리며 그 심벌을 악마처럼 빨갛게 벌어진 입으로 가져간다. 
      추잡한 욕정이 솟는다. 
      공포 속에서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그 열기가 욕정으로 혈관 속을 뛰어다닌다. 
      냉철해져야 한다. 
      이 더럽고 추잡한 욕정에 쓰러져 
      본능과 관능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면, 
      나는 영원히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저 요사스러운 기운이 내 정신과 육체를 정복하고 말리라. 
      깨어나야 한다. 
      냉정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이 악마의 촉수를 벗어나야 한다.
      나는 외친다. 
      처절하게 육신을 파고드는 요귀와 싸우면서 나는 절규한다.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당신의 이름이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빛을 발한다. 
      그 빛이 어둠을 뚫고 여명을 불러 새벽을 연다.
      새벽이 오고 난 잠에서 깨어난다. 
      더럽고 뜨겁던 욕정의 피가 차디 찬 이성의 피로 가라앉고 
      내 숨결은 평온을 되찾는다. 
      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당신의 이름으로 난 깨어나고 있다
      싱그러운 아침을 향해 피어나는 나팔꽃처럼
      발코니에 나와 서서 담배를 피워문다
      담배연기가 하늘거리는 허리춤으로 요사스럽게 허공으로 흩어진다
      후욱하고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 본다
      이 긴 숨에 묻어 어둡고 습기찬 기운이 
      모두 몸밖으로 뿜어지기를 기원 하면서
      움추렸던 가슴을 펴고 상념에서 깨어나야겠다.
      날 향해 악몽 속에서 
      나를 불러주는 당신이 있는데 
      이제 일어서야 한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므로 
      이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맑고 환하게 개인 하늘을 보고싶다
      우중충하고 탁하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실안개처럼 내리는 비가 
      백내장처럼 시야를 뿌옇게 흐리고 
      그사이로 달리는 자동차의 
      헤트라이트 불빛이 
      기다란 여운을 끌며 
      다가왔다가 사라져 간다.
      암울한 기억의 저편에서부터 
      씨근덕거리며 달려와 
      검고 습한 기운으로 악마처럼 
      덮쳐 왔다가는 
      머리통을 뚫고 
      뒤통수 쪽으로 사라져가는 
      악몽처럼 
      또 그렇게 새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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