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가 공자에게 또 말했다.
“어떤 사람의 학문이 깊고 넓다고 해서 참된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듯이,
말솜씨가 뛰어나다고 해서 지혜가 있는 것은 아니네.
성인들이 지식이나 지혜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그것들이 성인이 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네.
그렇다고 지식이나 지혜는
말을 아낀다고 해서 커지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네.
따라서 성인들은 바로 그런 경지를 초월하고 있네.
실로 참된 도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비로소 시작되고,
산의 정상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네.
성인의 도는 천지가 만물을 운행시키면서 그 끝을 모르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네.
사람이란 본래 음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네.
음양의 오묘한 조화가 이루어져서 화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인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네.
우리는 지금 사람의 형체를 갖추고 살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언젠가는 곧 그 형체를 거두고 천지가 사물을 발생시키기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는가? 존재의 궁극적인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삶이란 한때 기가 모여서 형체를 갖춘 단순한 허울에 불과한 것이네.
그러니 사람이 제아무리 오래 살거나 제아무리 짧게 산다 한들
이 우주의 무한대의 시간과 공간에 비하면 그 차이는 간발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사람의 일생이란 준마가 지나가듯 덧없는 찰나일 뿐이네.
이 세상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인데,
모두들 그것을 비통해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굴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네.
죽음을 잘 살펴보게. 죽음이란 바로 생사의 속박에서 벗어나면서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며 그때 숨이 끊어지고
비로소 존재가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한 순간 찰나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어찌 사소한 세상사의 시비에
얽매여 살아야 하겠는가? 나무에서 열매가 맞고 자라서 떨어지는
자연의 이치를 잘 살펴보게.
거기에서 우리는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볼 수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죽음을 대단한 재앙처럼 여기지만
바로 거기에도 자연의 이치가 깃들어 있는 것이네.
사람은 탄생관 죽음에 의해서 인류를 이 세상에 계속 승계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성인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면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욕망을 초월하는 최상의 도덕적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며,
바로 그 태도에서 제왕의 업적도 나오는 것이네.”
짧은 목숨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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