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는 추남이 아니었다
[삼국지연이]에서는 장비를 소개할 때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키가 팔 척에 표범 같은 머리, 반짝이는 눈, 근육질의 아래턱, 호랑이 같은 수염에다
목소리는 우레와 같고, 힘은 거친 말과 같다."
완전히 거친 남자에, 추남의 전형이다. 성도의 무후사에 있는 장비의 인물 조각상의 생김새도
겁을 자아내게 하는 얼굴이다. 무후사의 인물 조각상은 대부분 [삼국지연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에 장비의 얼굴이 검은 것은 주로 야담가와 연극의 인물 이미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의 연극에 등장하는 과장된 인물 분장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사람들의 도덕적 평 가와 미의식이 담겨 있다.
장비를 표현하는 검은 분장은 바로 검은 얼굴로써 강직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녹색 분장은 잔인함을 표현하며, 흰 분장은 엉큼함을 표현하고, 붉은 분장은 충의를
표현한다는 등의 연극의 분장 약속과 일치한다. 이같은 인물의 조각상과 연극의 분장은
소설 묘사에 의거해 만든 것으로 재창조의 결과인 것이다.
사실 [삼국지연의]에 나타난 장비의 인품에 대한 묘사는 솔직하고 거칠며 악을 미워하는
사람의 전형이다. 예를 들면, 화를 참지 못하고 순찰관을 채찍질한 것이나, 유비가
제갈량에게 삼고초려의 예를 다하는 장면에서 불평을 하는 태도 등으로 장비의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 잠시 조조를 섬겼던 관우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이야기나, 고성에서 영웅이 회합하는
장면에서의 장비는 거칠고 난폭해도 세세한 곳에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다.
더욱이 장판교에서 세 번 호통을 쳐서 적을 움츠러들게 한 그 모습은 정말 용맹스러운 것이었으며,
또한 의형인 관우의 원수를 토벌하기 위해 장비가 죽음을 맹세하는 장면도 의리에 불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삼국지연의]가 만들어낸 장비의 인물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난폭하고 거친 장비' 였다.
그럼 실제로 장비의 용모는 어떠했을까?
관련 자료를 분석해 보면 [삼국지연의]에 그려져 있는 것과 같은 추남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나관중은 장비의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인식을 토대로 해서, 그가 술을 팔고
돼지를 잡아 파는 장사를 했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말에 대해서는 민간설화도 많아서
오늘날에도 중국의 도축업에 관계하는 사람들은 장비를 자신들의 원조로 숭앙하고 있다.
그러나 장비의 집안이 대대로 탁군에 살았고 전답과 금전도
충분했다는 것을 보면 그의 출신은 낮은 신분이 아닌
일정한 지위를 갖는 상인 계층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관중이 그린 장비의 인품과 기호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에다 거칠고 난폭한 덩치 큰 남자였으나,
원래의 그는 시문에 능할 뿐만 아니라 서화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정사의 장비전을 보면 '소인을 귀여워하지 않고
군자를 경애하는'성품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확실히 장비는 도리를 모르는
거칠고 난폭한 남자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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