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을 집에 두려는 아버지.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는데 첫째 아들이 먼저 죽었다.
그 때 이 어리석은 사람은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집에 그대로 놓아두고
제 자신은 떠나려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이 그 사실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삶과 죽음의 길이 다르니 빨리 장엄하게 꾸며 먼 곳으로 보내어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하거늘 왜 집에 놔둔 채 그대 자신이 떠나려 하는가?”
그 때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일 집에 두지 않고 꼭 장례를 치러야 한다면 마땅히 아들 하나를
또 죽여 머리 둘을 메고 가는 것이 보다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아들 하나를 다시 죽여 메고 먼 곳의 숲에서 장례를 치렀다.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 비웃으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하게 여겼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비구가 사사로이 한 가지 계율을 범하고도
마음 속으로 참회하기를 꺼려 잠자코 덮어 두고는
스스로 청정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때 마침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그 비구에게 말한다.
“출가한 사람은 금계(禁戒) 지키기를 마치 맑은 구슬을 보호하듯
잃지 말아야 하겠거늘, 그대는 왜 지금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려 하지 않는가?”
계율을 범한 사람이 말하였다.
“진실로 꼭 참회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더 범한 뒤에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그리고는 마침내 계율을 깨뜨리고 선하지 않은 짓을 많이 저지르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을 비유하면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자, 또 한 아들을 죽인 것과 같나니
이 비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
《백유경(百喩經)》은 인도의 승려 승가사나
(僧伽斯那,5세기)가 지었고, 그의 제자
구나비지(求那毘地,)가 492년에 한역했다.
재미있고 쉬운 비유로 이해하기 어려운
붓다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모두 98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