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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曲木說 / 장유(張維)
    옛 이야기/고전 隨筆 2019. 2. 11. 12:07

    구부러진 나무에 관한 설[曲木說] / 장유(張維)

     

     

    이웃에 장생(張生)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장차 집을 지으려고 산에 들어가 재목을 구하고 있었다.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모두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비틀어져 있어서 사용하기에 적합지 않았다. 그런데 산속 무덤가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앞에서 보아도 빼어났고, 왼쪽에서 보아도 곧게 자란 모습이고, 오른쪽에서 보아도 역시 쭉 뻗어 보였다. 그래서 좋은 재목이라 생각하고는 그 나무를 베려고 도끼를 들고 나무 뒤에 가서 살펴보니 살짝 구부러져 있어 쓸 수 없는 나무였다. 이에 도끼를 내던지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는 얼른 보아도 금세 알 수가 있어 택하기가 쉬운 일인데, 이 나무의 경우는 내가 세 번이나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았어도 쓸모없는 나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니 겉으로는 후덕한 모습을 지어내면서 속마음은 깊이 숨기고 있는 사람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할 것이랴? 그 말을 들어 보면 곧 조리 있는 문장으로 여겨지며, 그 용모를 살펴보면 바로 훌륭한 사람으로 느껴지며, 자질구레한 행동을 관찰해 보아도 스스로 삼가며 자신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영락없이 군자의 모습이라고 여겨지는데, 급기야 커다란 변고를 당해서 굳건한 절개를 지켜야 할 때에 이르러서는 본래의 정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야 마는 것이니, 국가가 결딴나고 말게 되는 것은 늘 이런 자들 때문이다.

     

    대저 나무의 생장 과정을 보면, 소나 양이 짓밟지도 않고 도끼나 자귀에 의해 해침을 받지도 않고, 비와 이슬을 맞으며 무성해지면서 밤낮으로 커 나가니 쭉쭉 뻗어 곧게 자라가야 마땅할 것인데도, 그만 이토록 구부러져 쓸모없이 되는 경우도 또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이 (험난한) 세상에 처해 있는 사람의 경우야 더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물욕(物欲)이 참된 성품을 혼탁하게 하고 이해(利害) 관계가 분별력을 흐리게 한 나머지 천성(天性)이 왜곡되어 본래의 모습에서 일탈된 경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니, 별나게 행동하며 속임수를 쓰는 자가 많고 바르고 곧게 행동하는 자는 적은 것이 하나도 이상할 바가 못 된다.”

     

    하고는 마침내 이 일을 장자(張子)에게 이야기하였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옳은지고!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나 또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홍범(洪範)1)에서 오행(五行)을 논할 때 목()에 대해서는 그 속성이 구부러지고[] 바르다[] 하였다. 그러고 보면 나무가 굽었을 경우 재목으로는 쓸 수 없을지 몰라도 속성으로 볼 때는 원래가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태어날 때부터의 속성이 바르기만 하니 바르게 행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요행히 화를 면한 것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으로 태어나 정직하게 살아가지 않는데도 죽음을 면하는 것 역시 요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세상을 보건대, 나무가 구부러졌을 경우는 비록 보잘것없는 목수라 하더라도 가져다 쓰는 법이 없지만, 사람이 곧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리 정치를 잘 하는 시대라 하더라도 내버리고 쓰지 않은 적이 없다.

     

    자네도 큰 건물을 한 번 보게나. 마룻대나 기둥이나 서까래는 말할 것도 없고 구름 모양으로 꾸미거나 물결처럼 장식할 경우에도 구부러진 재목이 있는 것은 보지를 못하였다. 이번에는 조정을 한 번 보게나. 공경(公卿)과 사대부(士大夫)로서 화려한 관복(官服)을 입고 조정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자들치고 바른 도를 소유한 자는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구부러진 나무는 늘 불행하지만 비뚤어진 사람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이다.

     

    활줄처럼 곧으면 길가에서 죽고 갈고리처럼 굽으면 공후(公侯)에 봉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을 통해서도 곡사(曲士)가 곡목(曲木)보다 대우를 받는다2)는 것을 징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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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범(洪範): ?서경?의 편명.

    2) 곡사(曲士)가 곡목(曲木)보다 대우를 받는다: () 순제(順帝) 말년에 경도(京都)에 유행되던 동요(童謠)?후한서(後漢書)? 「오행지(五行志) 1에 나오는 말.

     

     

     

     

    해설

     

    지은이 장유(張維)에 대해서는 ‘‘화당설(化堂說)’에서 소개하였다.

    곡목설(曲木說)?계곡집? 4권에 실려 있다.

    글 말미의 곡사(曲士)가 곡목(曲木)보다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 머릿속에 어른거려 사라지지 않는 글이다.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말이라서 장황한 사설은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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