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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산드라 이야기 - I
    寓話와 神話/그리스神話 2019. 2. 5. 20:08

    카산드라 이야기 - I



    Cassandra-Gay Henderson


      파리스의 탄생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는 아리스베와 결혼했지만 
      성격이 맞지 않아 얼마 같이 살지 못하고 서로가 합의하에 이혼을 했다. 
      그리고는 이내 재혼을 하였는데, 둘째 아내의 이름은 헤카베였다. 
      첫 결혼이 실패한 탓으로 그는 재혼한 아내에게는 아주 잘 대해 주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여보! 어젯밤 꿈은 참 이상했어요. 
      글쎄 내가 애를 낳았는데 그 애가 사람이 아니라 횃불이었어요. 
      그런데 그 불이 나무에 옮겨 붙는가 싶었는데, 
      그만 불이 퍼져서 트로이 나라 전체가 불에 타버렸단 말예요. 
      아무래도 불길한데 어쩌면 좋아요?”
      “그런걸 가지고 뭘 그리 걱정하시오. 
      꿈은 꿈에 불과할 뿐이오. 꿈이란 원래 심약한 사랑이나 꾸는 것이니 
      당신이 좀 몸이 허해져서 그런가 보오. 임신을 하면 더 잘 먹어야 하는데...
      원래 성격이 온화한 프리아모스는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고 시간이 지나자 그 꿈도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데 출산 며칠을 남기고 또 다시 심상치 않은 꿈을 꾸었다. 
      헤카베는 도시를 모두 태우는 나무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면이 바뀌더니, 
      도시를 산산 조각나게 하는 100개의 팔을 가진 괴물의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자 프리아모스에게 그 꿈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프리아모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프리아모스는 신하들에게 명하여 가장 유명한 예언자를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그 꿈 이야기를 하고 예언을 청했다. 
      “그 꿈은 이 나라의 파멸을 예고하는 꿈인 줄로 아뢰오. 
      그러니 아기가 태어나면 즉시 죽여야만 무탈할 것이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낳았는데, 다행히도 멀쩡한 사내 아이였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나자 이전에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이 아이로 인해 트로이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두 부부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 전신이 부르르 떨려왔다.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결국 프리아모스는 양치기인 아게라오스에게  
      아기를 이데 산으로 데려다가 버리고 오도록 명했다. 
      양치기 아게라오스는 아기를 안고 아무도 모르게 숲속으로 들어갔다. 
      차마 못할 일이었지만 그로서도 모든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아기를 숲속에 버려두고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눈물을 훔치며 산을 뛰어 내려왔다.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는 살 수 없는 아기의 운명은 신에게 달려 있었다. 
      그렇게 버림받은 아기의 이름은 파리스였다.
      시간이 흐르자 양치기는 아기의 생사가 궁금해졌다. 
      이미 아기를 버린 지 5일이나 지나있었다. 
      그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아기를 버렸던 곳으로 갔을 때
      그는 한무리의 곰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놀랍게도 곰 새끼들 사이에 자신이 버렸던 아기가 곰의 젖을 빨고 있었다. 
      한참을 숨어서 지켜보던 그는 곰들이 떠나고 아기 혼자만 남았을 때 
      아기에게 다가가 가슴에 안았다. 왕의 명령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차마 아기를 
      그대로 버려둘 수가 없어 아기를 데려다가 자신의 아들로 키우기로 했다. 
      파리스는 그렇게 살아남아 양치기의 아들로 자라났다. 
      그는 자랄수록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으로 자라고 있었다. 
      한편 헤카베와 프리아모스는 아기를 버린 일을 잊은 채 행복한 생활을 했다. 
      이들 사이에는 무려 19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헥토르, 헬레노스, 데이포보스, 트로일로스, 폴리테스 등이 아들이었으며, 
      카산드라, 폴릭세네, 크레우사 등의 딸도 있었다.
      딸들 중에는 카산드라가 단연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카산드라는 남자 아이인 헬레노스와 쌍둥이 남매로 태어났는데,  
      쌍둥이였던 이들은 늘 함께 지냈고, 함께 놀곤 했다. 
      어느 날 이 쌍둥이 남매는 팀블레의 아폴론 신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 신전에는 신통력을 가진 뱀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어찌나 예뻤던지 이 성스러운 뱀들은 
      아이들의 귀와 입을 핥으며 아이들을 귀여워 하였다. 
      아이들은 뱀이 떠난 후에 무언지 모를 황홀경에 빠져 잠이 깨었다 
      그때부터 이들은 에언 능력을 갖게 되었으나 
      가족들은 이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들이 미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Apollon and Cassandre


      카산드라와 아폴론
      카산드라는 어렸을 때부터도 눈에 총기가 있고, 
      깜찍할 정도로 예쁘고 귀여웠지만 자라면서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녀의 모습을 본 남성들은 누구나 그녀에게 연정을 품곤 했다. 
      그녀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고백하는 
      남성들도 많았지만 그녀는 도도하게 굴었다. 그만큼 그녀는 아름다웠다. 
      예언의 신 아폴론도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으나 
      많은 여자들에게 늘 거부당하곤 해서 제대로 연애를 못해본 아폴론은 
      용기를 내어 어느 닐 그녀에게 접근했다. 
      “아름다운 카산드라여! 
      나는 그대가 예언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그 예언은 별 것도 아니라오. 
      만일 당신이 나에게 사랑을 나누어 준다면 더 강력한 예언 능력을 주겠소.”
      사람들은 누구나 예언하는 능력을 부러워하고 있었고, 
      미리 앞날을 알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아폴론은 그녀가 분명 자신의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그녀에게 예언능력을 배가 시켜 주고. 
      은근히 그녀에게 접근하여 사랑을 나누어 주길 호소하였다. 
      하지만 도도한 카산드라는 아폴론이 치근덕거리자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폴론의 마음은 더욱 더 달구어질 뿐이었으나 
      신의 체면에 강제로 인간을 범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여러 말로 
      그녀를 회유해 보았지만 카산드라는 점점 더 도도하게 굴었다. 
      “아폴론님이 아무리 제게 좋은 선물을 주신다 해도 전 싫어요 
      마음이 가지 않는 걸 어떡해요...그러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그러나 아폴론은 그녀를 포기할 수 없어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녀의 매혹적인 모습만 보면 전신이 짜릿해지며 뭔가에 감전된 것처럼 
      꼼짝할 수 없을 정도여서 아폴론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붙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폴론의 협박과 회유에도 결코 자신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뿌리치면 뿌리칠수록 아폴론은 더욱 훨훨 타올라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아폴론은 피하기만 하는 카산드라를 와락 껴안았다  
      이글거리며 타고 있는 아폴론의 눈빛과 겁에 질린 그녀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가까워진 아폴론의 얼굴을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피했다. 
      서로간의 몸이 밀착되는 것 같다가도 아슬아슬하게 모면하며 
      카산드라는 결국 아폴론에게서 빠져나갔다. 
      아폴론은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났다. 
      그는 그녀를 잡아 당겨 얼굴을 들이밀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어려있었다. 
      결국 아폴론의 인내도 한계에 달하여 그녀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너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었으나 
      그 능력을 다시 빼앗지도 않을테고 빼앗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진실한 예언을 해도 아무도 네 말을 믿지 않게 할 것이다.”
      아폴론에게 강제로 당할 뻔 했던 카산드라는 반쯤은 정신이 나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오자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는 헛소리를 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온통 주위에는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시녀들이 그녀를 정중히 모시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커다란 실내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졌던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카산드라가 완전히 미친 것이라 생각했다. 
      오빠들과 가족들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댔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말만 읊조리며 방안을 빙빙 돌고만 있었다. 
      카산드라는 그날부터 수시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들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았고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몸이 안 좋아서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를 측은하게 여겼을 뿐
      그녀가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파리스와 오이노네-레이에르 판 블로멘달


      카산드라와 파리스의 만남
       
      한편 카산드라의 오빠 파리스는 자라면서 점점 아름다운 남자로 성장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했던 그는 단지 양치기의 아들로만 알고 있었다. 
      그는 양을 치면서 가끔 친구들과 이데 산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튼튼하고 티 없이 맑게 자랐다. 
      양을 치다가 때로는 물가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 산에는 강물의 신 케블렌이 살고 있었는데,그의 딸은 오이노네였다. 
      님프였던 그녀는 이데 산에서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파리스를 보았다. 
      파리스가 잠시 땀을 식히며 생각에 잠긴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아름답게 발전되어갔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가 싫은 사이가 되었다. 
      오이노네의 아버지는 처음엔 그들이 사귀는 것을 못마땅해 했지만 
      직접 파리스를 보고 난 후에는 그도 그의 매력에 흠씬 빠져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가끔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던 친구들과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평화로운 날들을 지내고 있었다.
      이 때 나라를 굳건히 하고 영토를 확장하여 트로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프리아모스는 장례경기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 경기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훌륭한 황소를 상으로 주기로 했다. 
      좋은 소를 구하려면 이데 산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된 프리아모스는 
      부하들을 이데 산으로 보내 이데 산을 두루 다니며 목장들을 살펴보게 했다. 
      그러다가 가장 좋은 황소를 골랐는데 그 황소는 다름 아닌 파리스의 황소였다. 
      그는 그 황소를 내주기가 싫었지만 왕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는 그 황소의 용도가 장례경기에 우승자에게 주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자 
      왕의 부하들을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정 그렇다면 나도 당신들을 따라가겠소. 
      나도 장례경기에 출전하여 우승자가 되어 다시 내 소를 찾아 올 것이오.” 
      그러자 왕의 부하들은 그를 돌아보았다. 
      마냥 곱기만 하게 생긴 그가 무예라고는 할 것 같지가 않았다.
      “맘대로 하게. 하지만 경기를 하다 부상당하기는 십상이고,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네.”
      하지만 파리스는 자신 있게 왕의 부하들을 따라 트로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경기가 열렸고, 파리스는 보기와는 달리 날렵하고 출중한 실력으로 
      상대를 하나하나 제압해 나가, 결국 그 경기에 우승하여 황소를 다시 찾았다. 
      파리스가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프리아모스의 아들들은 그를 질투했다. 
      일개 양치기에게 자신들이 패했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중 데이포보스는 파리스에게 칼을 들이대며 그를 죽이려고 까지 했다. 
      파리스는 너무나 급한 나머지 제우스의 성전으로 피했다. 
      이때 마침 그곳에는 카산드라가 제우스의 신전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언력을 받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갑갑해진 그녀는 
      이 신전을 가끔 찾곤 했었는데 파리스가 신전으로 뛰어 들어오자, 
      그녀는 그를 보지 않고도 그가 자신과 친남매관계임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카산드라는 칼을 들이대는 데이포보스 앞을 가로막으며
      파리스가 자신들의 큰오빠임을 알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데이포보스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칼을 내려놓았다. 
      파리스는 프리아모스 왕 앞으로 인도되었고 이어서 파리스를 키워주었던 
      양치기 아게라오스도 왕 앞에 불려왔다. 
      완전 사색이 되어 끌려온 아게라오스는 그간에 있었던 자초지종을 고했다. 
      그렇게 하여 파리스는 프리아모스의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그를 키워 주었던 양치기는 후한 선물을 받고 이데 산으로 돌아갔다.
      


    헤르메스와 파리스-도나토 크레티


      파리스의 심판
      그 당시 뮈르미돈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는데 그 결혼식에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통이 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그 연회석에  "황금사과"를 하나 던졌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여 있었는데 
      당시 신들 중에는 단연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신들 3명이 있었으니
      그 사과를 차지하려고 불화가 생길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헤라와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그들이었는데, 
      역시나 서로 그 황금사과를 차지하여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되려고 했고
      거기에 모인 신들은 모두 후환이 두려워 공연한 분쟁에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주인을 가려주어야 할 입장에 놓인 제우스는 
      이러한 미묘한 문제에 공연히 끼어들어 골칫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 
      헤르메스에게 위임해버리고, 그의 충실한 전령이자 지략이 뛰어나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결해 내는 비상한 수완가인 헤르메스는 . 
      여신들의 미움을 받지 않고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그 문제를 전혀 상관 없는 인간에게 맡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선택된 사람이 바로 파리스였다 
      세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각각 자신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해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택하여 
      그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건네주었다. 
      자존심을 구긴 헤라와 아테나는 파리스를 흘깃 쳐다보고는 돌아가 버렸으나 
      그때부터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를 보호해 주었고,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를 그에게 데려다 주었다
      
      이것으로 황금사과로부터 야기된 불화는 일단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프로디테가 헬레네와 파리스의 결혼을 주선한 것이 
      더욱 큰 불씨가 되어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전쟁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니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작전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파리스의 선택



    파리스의 심판 - Rubens
      이 파리스의 심판은 많은 화가들의 소재가 되어 더욱 유명해졌지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코믹한 이야기이다
      우선 설정부터가 웃긴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가 이 이야기의 모티브인데
      그 잘난 사과 하나 얻자고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여신 3 명이 
      목숨걸고 덤빈다는 설정이 우습기만 하다
      신들의 왕 제우스의 아내인 유부녀 헤라와 
      도도하고 순결한 지혜의 신이며 전쟁의 신인 처녀 아테나,
      사랑과 미의 여신 난봉꾼 아프로디테의 대결
      이런 상황에서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여자라면,
      더구나 현명한 여자라면 결코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과는 달랑 하나뿐이니 분명 두사람은 밀려나게 되어있고
      판정의 기준이나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히 나서봐야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느니 차라리 누군가의 장난이 분명한 그깐 사과 쯤
      그냥 무시하면 될일이고, 그깐 사과를 얻으려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한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계산 못했을 리 없고
      신들의 여왕이요 신들의 어머니 인 헤라  또한 
      그보다 더 지켜야 할 권위와 자존심이 있음을 익히 알았을 것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 황금사과를 가질 당연한 명분이 있으므로
      '이뻐서 주는게 아니고 하찮은 장난이니 명분상 네게 준다'는 식이면
      두 여신의 자존심도 아프로디테의 명분도 지켜지는 셈이다
      그런데 그런 사과를 차지하려고 
      평소 발가락 때만큼도 여기지 않던 인간에게 
      그것도 시골 산 구석에서 양치기나 하는 하찮은 무지렁이에게 
      옷을 홀라당 벗고 나체로 심사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날 뽑아주면 어어마어마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실제로 나체로 심사를 받았는지는 모르나 그림에서는 모조리 누드다)
      또하나 웃기는 점은 그녀들이 파리스에게 준다는 보상의 내용이다
      헤라는 소아시아 전체를 다스릴 권력을,
      아테나는 어떠한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힘을,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파리스라는 놈은 이제까지 자기가 가난한 양치기인 줄 알았다가
      졸지에 자기 나라 왕의 큰아들, 그러니까 왕위 계승권 1 위인
      왕자가 된 놈이긴 하지만 시골 산 구석에서 보고 자란 것은 
      양치고 농사짓는 것 뿐이 없는, 좋은 말로는 순진무구한 놈이요
      시쳇말로는 시골 땔나무꾼 같은 놈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꽃보다 아름다운 미녀가 떼거리로 찾아와서
      옷을 홀라당 벗고 벌떼같이 덤벼드니 그놈 정신이 어땠는지는 
      가히 상상이 가는 일이다
      양치기에서 왕자로 갑자기 신분이 바뀐것도 정신 못차릴 일인데
      이런 미녀들의 들이대기 공세는 얼까지 빠져나갈 일이 아니었겠는가
      그런 와중에 그놈 귓구멍엔 권력이니 영웅이니 하는 말은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고 이쁘긴 하지만 감히 손도 못대는, 
      이른바 못먹을 감인 미녀가 자기보다 더 이쁜, 먹어도 되는 감을 준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이고 환장할 일이었겠는가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정치를 해본 놈이 권력을, 영웅이 되어본 놈이 승리의 힘을 알지
      아직 정치도, 영웅도 모르는 촌놈에게는
      권력과 승리의 힘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 였을 것이다
      고기 맛도 모르는 놈에게 양고기, 쇠고기 이야기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여자라면 결혼까지 해서 청순가련형의 나름대로 
      미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상황인데 눈이 뒤집어질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자기보다 더 이쁜 여자를 데려다 준다고 
      나비같이 하늘거리며 다가와 버들가지처럼 
      나긋나긋 속삭이니 이 촌놈이 어찌 미치지 않겠는가
      가슴은 물레방아처럼 콩닥거리고 심장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와 옛다 모르겠다 이사과 가져가쇼 하고 
      황금사과를 내밀 수 밖에
      당연히 아프로디테의 승리다
      위 그림을 자세히 보면 파리스는 흥분한 나머지 손으로 
      하체를 가리고 있고 숨어서 보는 헤르메스는 고개를 내밀고 
      침을 겔겔 흘리고 있다
      이 웃기는 헤프닝을 천재화가 루벤스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게 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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