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과학과 예술

503. 상한론 (傷寒論)

늘푸른 봄날처럼 2019. 1. 5. 18:39

503. 상한론 (傷寒論) / 저작자 장기(張機

 

219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실제의 치료를 목적으로 일관한, 가장 오래된 의학서이다. 음양 사상을 기반으로 논리 정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해 서술했다. ‘상한(傷寒)’이란 장티푸스와 비슷한 종류의 급성 열병을 말하는데, 중국 남부의 강남 지방에서 자주 발생해 퍼지곤 했다. 고대 의학이나 민간 처방을 널리 조사하여 역병에 대처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논하고 있다. 1022편이며, 간결한 기술이 특징이다.

 

 

편저자인 장기[자는 중경(仲景)]는 후한 말기 사람으로 장사(長沙)의 태수를 지냈다. 권두의 자서에 따르면, 상한이 유행해 친족들이 거의 죽었으며, 그런 불행이 계기가 되어 역병에 대처할 방법을 조사하고 연구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는 고대 의학서와 민간요법을 널리 살펴 이 책을 지었다. 그러나 자서를 장중경이 썼다는 확증이 없고, 정사에도 장중경에 대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실존 인물인지 의심하는 설도 있다.

 

이 책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그 실용성 때문에 널리 알려졌고, 임상의들은 중방(衆方)의 시조라 부르며 애용했으며, 세상 사람들은 장중경을 의중(醫中)의 아성(亞聖)’이라 불렀다. 그 무렵 명의로 널리 알려진 화타(華陀)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해 진실로 사람을 살리는 책이라고 칭찬했다. 중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의학서로 평가받고 있다.

 

 

 

 

 

음양 사상을 기반으로 실제 치료법을 제시

 

상한론의 원문은 전해지지 않지만, 장중경이 편찬한 지 100년이 지난 뒤 서진(西晉)의 왕숙화(王叔和)가 여기저기에 목간으로 남아 있던 장중경의 글을 모아 편집했다. 그것이 후대에 다양한 교정을 거쳐 다양한 텍스트로 남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송나라 영종(英宗, 1065) 때의 교정본을 텍스트로 삼았다.

 

장중경이 이 책을 저술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적혀 있다. 1022편으로 나누어지는 본문 모두가 장중경의 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순서에 따라 각 권의 제목과 내용을 들고, 본문을 간단하게 인용하겠다.

 

1권에는 제1편 변맥법(辨脈法)과 제2편 평맥법(平脈法)이 실려 있다. 중국의 전통 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맥이다. 변맥법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물음 : 맥에 음양이 있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가?

: 양기가 성할 때 나타나는 맥에는 대() · () · () · () · ()이 있고, 음이 성할 때 나타나는 맥에는 침(), (), (), (), ()가 있다. 음의 질병에 걸렸을 때 양맥이 나타나면 살 수 있지만, 양의 질병에 걸렸을 때 음맥이 나타나면 살지 못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내진(內診)’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이 맥으로 병을 적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치료법을 판별한다. 이것을 잘할수록 뛰어난 의사로 평가받는다.

 

2권에는 제3편 상한례(傷寒例)와 제4편 변경습갈맥증(辨痙濕喝脈證), 5편 변태양병맥증병치상(辨太陽病脈證幷治上)이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제5편에서 제14편까지가 장중경의 원문이라고 한다. 이 편들에는 증세와 증세에 알맞은 구체적인 약물 처방이 기술되어 있어 실제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제5편에서 인용한 것이다.

 

 

태양의 질병은 맥이 뜨고, 머리나 목덜미가 딱딱해지고 오한이 난다.”

이것은 태양병(太陽病)의 증세를 설명한 것이다.

 

태양의 질병으로 열이 나고 땀이 나며 가벼운 오한이 일고 맥이 느슨한 경우는 중풍(中風)이다.”

이것은 오늘날 말하는 감기이며, 장중경의 다른 저서 금궤요략(金匱要略)에 나오는 중풍은 오늘날의 뇌출혈에 해당한다.

 

33음의 음양설로 모든 질병을 설명

 

상한론에서는 증세에 따라 태양병 · 양명병(陽明病) · 소양병(小陽病)3양과 태음병(太陰病) · 소음병(少陰病) · 궐음병(厥陰病)3음으로 나눈다. 증세가 나타나는 신체 부위로 말하자면, 3양은 신체의 표면이나 거기에 가까운 곳이고, 3음은 몸속에서 나타난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사기(邪氣)는 신체의 표면에서부터 점점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태양병으로 진행되고, 더 나아가 궐음병에 이르러서는 중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질병의 진행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체질에 따라 다른 증세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한론은 오로지 음양설만으로 모든 질병을 설명하는 특징이 있다.

 

이어지는 권의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3권 제6편 변태양병맥증병치중(辨太陽病脈證幷治中)

4권 제7편 변태양병맥증병치하(辨太陽病脈證幷治下)

5권 제8편 변양명병맥증병치(辨陽明病脈證幷治)

 

다음은 제8편에서 인용한 것이다.

 

 

양명의 질병이란 위가실(胃家實)을 말한다.”

위가(胃家)는 위와 대장, 소장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위가실은 변비로 복부에 팽만감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태양병을 앓을 때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을 너무 많이 보아서 체액이 부족해지고 위 속이 건조해져서 양명병이 된 것이다. 이럴 때는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태양병을 올바르게 치료하지 못해 양명병으로 옮겨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양명병에 걸렸을 때 특정한 증세에 대응해 투여하는 약의 처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대승기탕(大承氣湯) : 대황(大黃, 4, 술로 씻는다), 후박(厚朴, 반근, 볶아서 껍질을 벗겨 낸다), 지실(枳實, 탱자 5, 볶는다), 망초(芒硝, 3)를 넣고 끓여서 만든다. 이 탕은 복부팽만감이나 변비가 있을 때, 손발에 땀이 날 때 복용한다. 식욕이 없고, 설사를 하고, 몸이 나른할 때도 복용한다.

한방은 반드시 여러 종류의 생약을 조합해 사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각 약제가 단독으로는 발휘할 수 없는 효능을 내고, 특정 약제의 독성을 중화해 주기도 한다.

 

9편은 변소양병맥증병치(辨小陽病脈證幷治)이다.

6권 이하 제10권까지는 그 밖의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실제 방법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한론은 실제 진단과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 편찬된 책이다.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의방(醫方)’으로서 후세의 의학에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