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샘/ Classic

브람스 - 교향곡 제3번 "영웅"

늘푸른 봄날처럼 2018. 12. 24. 13:45


Johannes Brahms, 1833 ~ 1897
Brahms Symphony No.3
in F major Op.90
브람스 교향곡 제3번
London Philharmonia Orchestra
Cond/ Otto Klemperer


    작은 교향곡 (Symphoniechen), 혹은 영웅교향곡 (EROICA) 교향곡 제3번은 부람스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곡의 구성과 표현이 간결하고 뚜렷하여, 우수에 젖은 3악장을 비롯해 매우 선율적인 느낌이 강하고 각 악장의 주제 선율들이 분명하다.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요소들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브람스는 이 곡을 "작은 교향곡"이라고 말했던 것같다. 대조적으로, 초연을 맡았던 한스 리히터는 연주를 마치고 나서 "F장조 교향곡은 브람스의 에로이카"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히터의 이 말은 교향곡 제3번의 전체적인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데, 브람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가장 남성적인 기백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4악장은 가장 에로이카적 특성이 강렬하다 하겠다. 그러나 베토벤이 그려낸 영웅이 초인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면 브람스는 고독한 한 인간으로서의 영웅을 의미한다. 특히 제4악장의 피날레는 서로 완전히 대치되고 있는데, 브람스의 경우는 코다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1악장의 주제 선율이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매우 서정적이고 고요함 속에서 곡을 마친다. - 1악장 Allegro conbrio (10;16) - 2악장 Andante (10;57) - 3악장 Poco Allegretto (6;23) - 4악장 Allegro (9;44)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은 1883년 5월 비스바덴(Wiesbaden)으로의 여름휴가 당시 작곡에 착수하여 다시 빈으로 돌아올 무렵인 10월 즈음엔 이미 완성단계였다. 당시 50세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브람스가 비스바덴에 머무르게 된 연유로는 그곳에 살고 있던 알토가수 헬미네 시퍼스의 권고였지만, 한편으론 이 여성에게 향하는 브람스의 애정 때문이라고도 한다. 비스바덴에 머무르는 동안 시퍼스와의 행복감에 넘친 나날들은 브람스로 하여금 새로운 교향곡을 쓰도록 자극했고, 대략 4개월만에 완성된 이례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브람스는 비스바덴의 고요한 숲속을 방랑자처럼 거닐며 악상을 떠올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제3번의 초연은 1883년 12월 2일 빈에서 한스 리히터(Hans Richter),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대단히 성공적으로 열렸다. 당시 공연에는 관람객으로 참석했던 급진적인 Wagnerian들의 공연 방해가 있었다는 일화도 전해지지만, 당시 Wagner와 Brahms의 급진적 추종자들간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일 수도 있으나 성공적 초연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각색하기 위한 과장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 교향곡 제3번의 성공으로 브람스 연주회는 그 다음 해까지 수 차례 지속되었고 브람스 자신에 의한 연주도 1884년 1월 28일 베를린에서 열리게된 것은 사실이다. 교향곡 제3번은 브람스의 음악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브람스의 '기본 동기 원리'가 가장 집약적으로 사용된 곡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본 동기들은 각 교향곡의 제1악장 인트로 부분에서 항상 등장하며, 각 곡의 조성이나 형식적 통일성을 이루는데 기본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곡마다 기본 동기가 주어지고 이것이 점차 확장되고 변형되는 과정이 가장 강하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곡이 바로 교향곡 제3번이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변주곡 variation'이나 '파사갈리아 passacaglia', 혹은 '푸가 fuga' 등과 같은 고전적 음악의 원리들뿐 아니라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고전주의 시대를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브람스는 이러한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적 형식을 계승하되 거기에 소위 'developed variation'이라는 새로운 원리를 적용시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브람스는 교향곡 제3번을 통하여 전시대의 마지막 거장인 베토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창출하였다. 베토벤이 자신의 교향곡 제3번을 통해 고전주의 시대의 피날레를 웅장하게 장식하는 출발점을 만들었다면, 브람스의 '영웅'은 'developed variation' 이라는 특징으로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잉태하는 모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쇤베르크는 <12음 기법 twelve-tone technique>이라는 이름으로 브람스 음악의 특징인 발전된 형태의 변주곡(기본 동기의 사용)이란 개념을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원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은 F-Ab-F 단3도의 motif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브람스가 청년 시절부터 부르짖던 "frei aber froh"라는 motto의 머릿글자와 일치한다. 이 F-A-F 구조는 브람스가 30년 동안 우정을 지속해온 Joseph Joachim과의 계속된 '음악적 대화 musical conversation'의 외적 발현인바, 요하임의 F-A-E라는 모토에 대하여 브람스는 F-A-F라고 대답한데서 유래한다. 즉, frei aber einsam (free but lonely : 자유롭지만 외롭게) 과 frei aber froh (free but glad : 자유롭지만 기쁘게)의 음악적 대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