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샘/ Classic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마클라비어" 늘푸른 봄날처럼 2019. 8. 10. 22:12 Beethoven Piano Sonata ‘Hammerklavier’ in B♭Major , No.29, Op.106 . 피아노 소나타 "Hammerklavier"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Daniel Barenboim - Piano - I. Allegro - II. Scherzo, Assai vivace - III. Adagio sostenuto - IV. Largo - Allegro risoluto 베토벤 32곡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가장 혁명적이고 거대한 규모를 지닌 작품이다. 당시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를 시험하는 난해한 기교를 포함하고 있는 이 곡은 "함머클라비어"라는 부제로 더욱 유명하며, 베토벤의 절친한 후원가였던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되었다. 후기에 접어든 베토벤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드러낸 이 곡은 1818년에 작곡되어 이듬해 출판되었다. 1818년 여름, 베토벤은 영국 런던의 피아노 제작자인 브로드우드로부터 피아노 한 대를 선물 받았다. 견고한 액션이 장착된 이 악기는 당대 건반 악기에 비해 강한 타건과 화려한 기교의 표현이 가능했다. 이미 새로운 피아노 소나타의 작곡에 한창이었던 베토벤의 작업은 이 악기와 더불어 한층 빨라졌다. 새로 선물 받은 건반 악기에 탄력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이며, 부제로 알려진 "함머클라비어"는 망치(함머)가 장착된 건반 악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베토벤 ‘함머클라비어’는 4악장 구조로 되어 있다. 매우 길고 거대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 악장은 주제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는 이 곡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3도’에 있다고 말했다. 1악장 ‘알레그로’는 영웅의 개선이나 승리를 축하하는 팡파르처럼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화음으로 시작하는데 루돌프 대공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위풍당당한 도입부가 지나면 서정적인 선율이 대조를 이루며 부드럽게 펼쳐진다. 서로 다른 이 두 선율에서도 중요한 것은 B♭-D로 가는 3도의 관계이다. 이 3도의 관계는 전체 악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중요한 모티브로 쓰인다. 2악장 ‘스케르초: 아사이 비바체’ 빠른 스케르초로 역시 3도 관계의 두 음을 중심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이 모티브가 카논 형태로 되풀이되어 등장한다. 소나타 형식을 바탕으로 작곡된 3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187마디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3악장에 느린 템포의 악장이 자리한 건 보통 2악장에 느린 템포를 배치하고 3악장에 스케르초나 미뉴에트를 넣었던 베토벤의 기존의 관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그만큼 이 악장에 깊은 애착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음악학자 파울 베커는 이 악장을 가리켜 “고통의 절정”이라고 묘사했으며 빌헬름 켐프는 “베토벤의 작품 중에 가장 장대한 고백”이라고 표현했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4악장 ‘라르고-푸가: 알레그로 리솔루토’는 느린 서주로 시작해 알레그로로 빨라진다. 조성은 b♭단조에서 b단조를 거쳐 A장조로 바뀌고 푸가 부분에서는 B♭장조인 원래의 조로 돌아가는데, 이렇게 조성이 변화하는 과정이 대담하고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이어서 380마디에 달하는 거대한 푸가가 등장한다. 자유로운 3성 푸가라고 적혀진 이 부분에서는 역행, 전위 등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면서 박진감 넘치는 푸가가 이어진다. 푸가는 베토벤이 말기에 깊이 천착했던 음악으로, "피아노 소나타 31번"과 장엄 미사, 현악기로 연주하는 대푸가 등을 통해서도 푸가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준 바 있다. 함머클라비어의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푸가 역시 대위법에 대한 베토벤의 광범위하고 대담한 해석을 드러낸다. ------------------------------------------- 런던에서 제작된 피아노를 선물 받은 후 완성한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베토벤은 이 곡을 영국에서도 출판하길 원했다. 그래서 그는 한 출판업자와 의견을 조율하기도 했는데, 그는 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편집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베토벤이 출판사에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이다. "이 소나타가 런던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곡을 보내줄 수도 있고, 그 쪽에서 라르고 부분을 전부 제외하고 마지막 악장인 푸가를 곧바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첫 악장 다음에 아다지오를 넣고 그 다음 3악장에는 스케르초를 넣고 4악장은 빼도 됩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는 당신이 결정하시오.”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의 배열과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은 평소 베토벤이라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베토벤이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어떤 의도로 하게 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이 시기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나온 일시적인 행동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 무렵 베토벤은 조카인 카를의 양육권을 놓고 제수와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조카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그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격한 감정들, 상처와 혼란스러운 감정 등을 음악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하여 빠르고 격렬한 테크닉과 파격적인 음악 어법을 통한 ‘함머클라비어’ 소나타가 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