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샘/ Classic 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2번, OP.27 늘푸른 봄날처럼 2019. 7. 4. 11:53 Rachmaninov Symphony No.2 in E minor OP.27 교향곡 제2번 E 단조 Sergei Rachmaninov, 1973~1943 Georgian SIMI Festival Orchestra / Jahni Mardjani - I. Largo - Allegro moderato - II. Allegro molto - III.Adagio - IV. Allegro vivace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보통 피아니스트 또는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 기억된다. 물론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후기낭만주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즘의 연장선상에서 현란한 연주기교가 부각되는 피아노 음악을 다수 남겼다. 반면에 라흐마니노프가 관현악 분야에 남긴 대작들은 오랫동안 무시당하거나 폄하되어 왔다. 다소 무모했던 교향곡 제1번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잘 알려진 교향곡 제2번도 과거에는 축약된 형태로 연주되기 일쑤였고, 만년의 수작인 교향곡 제3번은 아직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라흐마니노프는 연주가이기보다는 작곡가이기를 원했던 인물이었기에 작금의 상황은 부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향곡 제2번 E단조"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포부가 얼마나 원대했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교향곡 제2번 E단조"는 제1차 러시아 혁명 직후에 작곡되었다. 1906년 봄, 귀족이자 지주였던 라흐마니노프는 국내 정세에 불안을 느껴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러시아를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탈리아로 갔다가, 여름에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3년 동안 지내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주의 또 다른 이유는 작곡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었다. 그 직전까지 그는 성공한 음악가로서 너무도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1901년에 발표한 재기작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글린카상을 수상하면서 작곡가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 이전부터 부각된 지휘자로서의 역량은 그를 작곡보다는 연주활동에 얽매이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영광스런 볼쇼이 극장의 지휘자 자리에까지 올라 두 시즌을 성공리에 치러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퇴임 압력을 받게 되자 그는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드레스덴에서 그는 원했던 대로 작곡에 매진하여 실로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교향곡 제2번"을 필두로 "피아노 소나타 제1번", 걸작 교향시 "망자의 섬", 미국 순회연주를 위해 준비한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등을 완성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교향곡 제2번"의 의미는 각별했다. 과거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그랬던 것처럼, 현실에서의 불안과 위기를 예술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작곡 불능 상태에까지 빠지게 만들었던 "교향곡 제1번"의 실패 이후 실로 10여 년 만에 재도전한 ‘교향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둔 후 다시 한 번 글린카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그는 명실상부 차이콥스키의 후계자이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교향곡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 ----------------------------------- 이 교향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렵의 작품이다. 대하(大河)와도 같은 도도한 흐름과 대양(大洋)과도 같은 광활한 스케일이 유장한 호흡 위에서 폭넓게 펼쳐지는 첫 악장은 그가 품고 있던 작곡가로서의 야망과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음을 증언하며, 관현악의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색채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일품인 스케르초 악장은 그의 뜨거운 열정과 진취성을 표상한다. 또 슬프도록 아름다운 서정성이 흘러 넘치는 제3악장은 그 특유의 애잔하고 감미로운 선율미의 극치를 보여주며, 힘찬 행진곡으로 출발하는 종악장은 절묘한 구성미와 눈부신 클라이맥스를 아우르고 있다. 그의 멘토였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만큼이나 유려하고 애절하며 강렬하지만, 그보다는 한결 강인하고 의연하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진정한 ‘거인의 교향곡’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