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ehouse/꺼꾸로 읽는 삼국지 26. 장비의 장판교 이야기도 나관중의 과장이다 늘푸른 봄날처럼 2019. 6. 7. 13:11 ■ 장비의 장판교 이야기도 나관중의 과장이다 .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무장 중에서도 장비는 특히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다. 민간전설의 영향을 받아 다분히 중국 봉건시대의 소박하고 솔직한 농민의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랜 옛날부터 인기가 있었다. 나관중은 장비를 그릴 때는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렁이' 이미지가 특히 많았는데, 그 예 중의 하나가 장판교를 크게 시끄럽게 한 이야기이다. [삼국지연의] 제42회에서 유비는 조조 대군의 남쪽 정벌을 피해, 10여만의 군사와 백성을 데리고 강릉으로 향한다. 그러나 유비는 바로 조조 군에 쫓기게 되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유비는 장비가 지켜줌으로써 싸우면서 후퇴한다. 주위에는 백여 필의 말과 사람이 남았을 뿐이다. 이 때 미방이 조운이 이미 항복했다고 말하자 장비는 유비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조운을 찾으러 간다. 장비는 장판파에 이르러 20여 명의 부하에게 명령해,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묶어서 숲속을 돌며 달려 자욱히 흙먼지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적에게 복병이 숨어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리 위해서 말을 멈추고 방패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야 장비는 조운이 배반한 것이 아니며, 조조의 진영을 뚫고 갔건 것은 어린 주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운이 유선을 구해 오겠다고 할 때 "빨리 가라! 뒤는 내가 맡겠다."라며 계속해서 장판교 위에 머물렀다. 그때 그곳으로 조조의 부하 장수인 문빙이 쫓아왔다. 문빙이 보니 장비가 범 같은 수염을 곤두세우고 고리눈을 치켜 뜨고, 손에는 1장 8척의 창을 들고 말에 올라 있었으며, 다리 동쪽의 숲에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복병이 숨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것을 본 문빙의 병사들은 아무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인, 이전, 하후돈, 악진, 장료, 장합, 허저 등이 부대를 이끌고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이 광경을 보고 제갈량의 계략이 아닌가 의심하고는 아무도 전진하려 하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조조는 몸소 앞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지만, 그 역시 전진이냐 후퇴냐를 결정 하기가 함들었다. 장비는 조조가 직접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큰소리로 외쳤다. "장익덕이 여기에 있다! 나와 겨룰 자가 없느냐?" 마치 우레와 같은 장비의 포효에 조조의 군사들은 모두 양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무서워했고, 조조가 주저하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장비는 또 한 번 눈을 부라리며 크게 외쳤다. "장익덕이 여기에 있다! 나와 겨룰 자가 없느냐?" 조조는 기세가 꺾여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장비는 그것을 보고 창을 더욱 바싹 당기며 큰소리로 외쳤다. "싸울 테냐! 도망칠 테냐! 확실히 해라!" 조조 옆에 있던 하후걸이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에서 굴러떨어졌고, 조조가 당황하여 말머리를 돌리자 부장들 전원이 뒤를 이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면서 갑옷을 벗어던지고 투구를 떨어뜨린 자가 셀 수 없을 정도였고, 현장은 대혼란에 빠져 같은 편끼리 서로 죽이기도 했다. 그러면 장비가 장판교에서 펼친 이같은 활약은 사실일까? 정사의 <장비전>을 보면, 유비가 조조의 공격을 받아 남으로 후퇴할 때에 확실히 장비에게 후미를 맡겼다고 한다. 이때 장비는 강을 방패로 삼아 다리를 잘라놓고, 창을 겨드랑이에 낀 채 분기탱천하여 소리쳤다. "나는 장익덕이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자는 덤벼라. 죽을 때까지 싸워보자!" 이런 것을 보면, 장비의 활약상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으며 전체가 허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창작할 때, 나관중은 여러 가지로 살을 붙여 과장했다. 첫째로, 사서에는 장비가 장판교에 멈춰서서 조운을 도와 주인을 구하게 했다는 기술이 없다. 둘째로,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추격해 온 것은 확실하지만, 조조와 그의 부장들이 다리 부근에서 장비에게 놀라서 물러났다는 기록은 없다. 셋째로, 하후걸이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말에서 굴러떨어졌 다는 것도 허구이다. 그러므로 장비가 크게 장판교를 시끄럽게 했다는 것은 전부 허구는 아닐지라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장비의 활약은 사실과는 아주 달랐지만, 나관중의 교묘한 각색에 의해 수백 년 동안이나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이를 더욱 과장해 장비가 세 번이나 큰소리를 질러 조조 군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고함 때문에 장판교가 무너지고 강물이 역류했다는 식으로 부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