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약지(略地)
40. 약지(略地) - 점령 후에는 다독여라
무왕이 물었다.
“싸움에 이긴 후 적지 내로 깊숙이 들어가 그 땅을 취하고자 할 때 함락이 쉽지 않은 대성(大城)이 남아 있으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오. 이때 별동대에 해당하는 적의 별군(別軍)이 험조한 곳에 의지해 아군과 대치하면 아군은 적의 성읍을 공격하거나 포위하고자 해도 적의 별군이 갑자기 뛰쳐나와 아군을 압박할까 우려할 수밖에 없소. 만일 성안의 적과 합세해 아군의 앞뒤를 협격하면 아군은 크게 어지러워져 상하가 모두 놀랄 것이오. 이 경우 어찌 대처하는 것이 좋소?”
여상이 대답했다.
“무릇 적의 성읍을 공격하거나 포위하고자 하면 아군의 전차대와 기병대는 반드시 주력부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친 뒤 엄히 경계하면서 성읍의 안팎을 엄중히 차단해 서로 통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성안의 식량이 떨어졌을 때 성 밖에서 식량을 수송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 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고, 적장 또한 이내 항복하고야 말 것입니다.”
무왕이 물었다.
“비록 성안의 식량이 떨어지고 성 밖에서 식량을 수송할 수 없을지라도 성의 안팎이 은밀히 맹서하며 계책을 마련한 뒤 야음을 틈타 결사대를 내보내면 능히 포위망을 뚫을 수 있소. 이때 정예한 적의 전차대와 기병대가 아군의 내부를 찌르거나 외곽을 치면 기습을 당한 아군의 병사들이 크게 당황해하며 혼란에 빠진 나머지 전군이 참패를 당할 수 있소. 이 경우 어찌 대처하는 것이 좋소?”
여상이 대답했다.
“그때는 먼저 아군의 병력을 셋으로 나누고 지형을 자세히 살펴본 뒤 진을 쳐야 합니다. 이어 적의 별군을 포함해 함락이 쉽지 않은 대성과 여타 영루의 소재를 소상히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때 성안에 있는 적군의 도주를 유도하기 위해 짐짓 퇴로를 미리 열어주어야 합니다. 살고자 하는 마음을 부추겨 투지를 없애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중히 수비하여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안의 적군은 두려운 나머지 포위를 돌파한 뒤 이내 숲 속으로 달아나지 않으면 큰 촌락으로 돌아가거나 또는 별군으로 도주하거나 할 것입니다.
이때 아군의 전차대와 기병대는 멀리서 그들의 퇴로를 막아 한 사람이라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안에 남아 있는 병사들은 밖의 사정을 모르는 까닭에 먼저 빠져나간 자들이 무사히 도주한 것으로 생각해 이내 정예한 병사들부터 앞장서서 또다시 빠져나올 것입니다. 결국 성안에는 노약자만 남게 됩니다. 이때를 틈타 아군의 전차대와 기병대가 곧바로 성 밖에서 종횡무진할지라도 이미 성 밖으로 빠져나온 적군은 감히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 성안의 군사와 싸워서는 안 됩니다. 양도를 끊고, 오래도록 굳게 포위해 스스로 항복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성을 함락한 후에는 적국 백성이 쌓아둔 양초를 불태우거나, 민가 등을 무너뜨리거나, 묘지에 심은 수목이나 사당 주변의 나무들을 베거나, 투항한 자를 죽이거나, 포로를 처벌하거나 해서도 안 됩니다. 인의를 보이고, 은덕을 후하게 베풀고, 적국의 사민(士民)에게 이같이 선포합니다.
‘죄는 무도한 너희 나라 군주 한 사람에게 있다. 사민에게는 죄가 없다.’
이같이 하면 천하 사람이 기뻐하며 심복할 것입니다.”
무왕이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