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백유경(百喩經)

35. 보물상자의 거울

늘푸른 봄날처럼 2019. 5. 4. 18:05



    보물상자의 거울 .
    옛날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곤궁하여 남에게 많은 빚을 지고 갚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다가
    보물이 가득 차 있는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보물상자 위에는 밝은 거울이 있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어보려고 하다가, 
    그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합장하며 말하였다.
    “나는 빈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소. 
    그대가 이 상자 속에 있는 줄은 몰랐으니, 부디 성내지 마시오.”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으면서 
    나고 죽는 마왕(魔王)의 빚쟁이에게 핍박을 받고는, 
    나고 죽음을 피해 부처님 법 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상자를 보고 거울 속에 비춘 제 얼굴에 미혹된 사람처럼 
    망령되게도 나[我]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곧 거기에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만 타락하여 온갖 공덕의 선정과 도품(道品)과 
    무루(無漏)의 온갖 선(善)을  잃고 삼승(三乘)의 
    도과(道果)를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상자를 버린 것처럼, 
    나[我]라는 견해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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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유경(百喩經)》은 인도의 승려 승가사나
    (僧伽斯那,5세기)가 지었고, 그의 제자 
    구나비지(求那毘地,)가 492년에 한역했다. 
    재미있고 쉬운 비유로 이해하기 어려운 
    붓다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모두 98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