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백유경(百喩經)

34. 말로만 줄어든 거리

늘푸른 봄날처럼 2019. 5. 2. 22:26



    말로만 줄어든 거리.
    옛날에 왕성(王城)에서 5유순(由旬)1) 정도 떨어진 곳에 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는 맛좋은 물이 있었다. 왕은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맛있는 물을 보내오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몹시 괴로워 그 마을을 피해 멀리 도망가려 하자, 
    그 때 촌주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5유순을 3유순으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에 좀더 가깝게 하여, 
    피로하지 않게 하겠다.”
    그는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고, 왕은 3유순으로 고쳤다.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기뻐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본래 그 5유순이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듣고도 왕의 말을 믿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세계를 벗어나 열반성(涅槃城)으로 향하다가 
    마음에 실증을 느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나고 죽는 멍에를 매고 다시금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법의 왕인 여래께서는 큰 방편을 갖고 계시어 일승(一乘)의 법을 
    셋으로 나누어 말씀하시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행하기 쉽다.'그리고 선을 닦고 덕을 키워, 
    나고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데, 
    뒤에 어떤 사람이 '삼승(三乘)이란 없고 오직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저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1) 유순(由旬): 예전에, 인도에서 거리를 재던 단위.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로서,약 11~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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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유경(百喩經)》은 인도의 승려 승가사나
    (僧伽斯那,5세기)가 지었고, 그의 제자 
    구나비지(求那毘地,)가 492년에 한역했다. 
    재미있고 쉬운 비유로 이해하기 어려운 
    붓다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모두 98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