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이십사효 (二十四孝)
236. 이십사효 (二十四孝) / 저작자 곽거경(郭居敬)
1300년대에 만들어진 서민의 도덕 교과서로, 중국과 한국, 일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원나라의 곽거경이 중국의 대표적인 효자 24명의 예를 들었다. 다양한 판본이 있는데, 『전상이십사효시선(全相二十四孝詩選)』에는 한 사람씩 찬양하는 시와 짧은 설명이 붙어 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11명을 소개하기로 한다.
루쉰(魯迅)1)은 그의 풍자적인 소설 『이십사효도(二十四孝圖)』에서 소년 시절에 ‘곽거가 자식을 묻으려 했다’라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처음에 그 아이가 불쌍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 그리고 황금 한 솥을 파내는 데 이르러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나는 다시는 효자가 되라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게 되었고, 혹시 아버지가 효자가 되려는 것은 아닌가 하고 가슴을 졸였다.”
봉건 사상과 싸웠던 노신으로서는 이 봉건 도덕 교과서의 세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이 편찬된 것은 원나라 때이다. 문인 곽거경이 한나라 유향이 편찬한 『효자전(孝子傳)』을 비롯해 역대의 『효자전』에서 24명을 가려낸 것이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뻔한 사상이지만, 수백 년에 걸쳐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온 사상이라 그 영향력은 매우 컸다. 얇은 소책자이지만 그림도 곁들여 있어 민중에게는 『논어』보다 많이 보급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11명 외에 한나라 문제(文帝), 민손(閔損), 중유(仲由), 강혁(江革), 육적(陸績), 당부인(唐夫人), 왕상(王祥), 양향(楊香), 주수창(朱壽昌), 채순(蔡順), 황향(黃香), 왕포(王褒), 황정견(黃庭堅) 등이 24명의 효자에 속한다.
1) 1881~1936.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 1918년 문학혁명을 계기로 『광인일기(狂人日記)』를 발표해 가족 제도와 예교(禮敎)의 폐해를 폭로했다. 이어 『공을기(孔乙己)』, 『고향』, 『축복』 등의 단편 소설과 산문시집 『야초(野草)』를 발표해 중국 근대문학을 확립했다. 대표작인 『아큐정전(阿Q正傳)』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이다.
■ 맹종의 효심이 죽순을 나게 하다
진(晋)나라의 맹종(孟宗)은 자가 공무(恭武)이다. 병들고 연로한 그의 어머니가 한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했다. 맹종은 대나무 숲으로 가 보았지만 죽순이 있을 리 없었다. 맹종은 슬피 울었다. 그러자 갑자기 땅에서 죽순이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맹종은 그것을 캐다가 죽을 끓여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 오맹, 모기를 쫓지 않다
진나라의 오맹(吳猛)은 아직 여덟 살밖에 안된 소년이었지만 효자였다. 집이 가난해 모기장을 칠 수 없었는데, 오맹은 자신의 몸에 앉은 모기를 쫓으려 하지 않았다. 모기가 부모 몸에 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곽거가 자식을 묻으려 하다
한(漢)나라의 곽거(郭居)는 자가 문거(文擧)이다. 그의 자식이 태어나 세 살이 되었다. 곽거의 어머니는 자신의 식사를 줄여서 손자에게 먹이려 했다.
곽거는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는 가난해서 어머니께 음식을 배불리 드시게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식을 묻어 버리기로 하세. 자식은 다시 낳을 수 있지만, 부모는 다시 얻을 수 없지 않은가.”
아내는 울면서 남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자식을 묻으려고 구덩이를 파자, 거기서 황금이 한 솥이나 나왔다.
■ 동영과 직녀
한나라의 동영(董永)은 자가 연년(延年)이다. 집이 가난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도 장례식을 치를 비용이 없자 몸을 팔아 1만 전의 거금을 빌려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얼마 뒤에 길가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는 스스로 동영의 아내가 되어 열심히 일했다. 여자는 한 달 만에 비단 300필을 짜서 동영의 빚을 모두 갚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하늘나라에 사는 직녀(織女)입니다. 당신의 효심에 감동한 천제의 명령으로 당신을 도우러 온 것입니다.”
그러고는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 강시 집 마당에 샘물이 솟다
한나라 강시(姜詩)는 어머니를 잘 모셨다. 어머니가 강물을 마시고 싶어 했으므로 강시의 아내는 늘 멀리 있는 강까지 가서 물을 길어 왔다. 또 어머니가 생선회를 좋아했기 때문에 부부는 늘 물고기를 구해 와 이웃집 노인도 불러 함께 즐겨 잡수시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 마당에 갑자기 물이 솟아오르더니, 그 샘물에서 매일 잉어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 증삼의 예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이름이 삼(參)이다. 어느 날, 증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간 사이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홀로 집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는 증삼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증삼은 이상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증삼은 어머니가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서로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
■ 아버지의 똥을 핥아 그 병상을 알다
남제(南齊)의 유검루(庾黔婁)는 어느 현의 현령으로 부임한 지 열흘도 안 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몸에 이변이 생긴 것 같아 사직한 뒤 집으로 돌아가니 과연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셨다.
그러나 의원도 아버지의 병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고 그저 똥을 핥아서 그 맛이 쓰면 걱정할 것 없다고만 말했다. 유검루는 아버지의 똥을 핥았다. 달콤한 맛이 났다. 유검루는 아버지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병을 자신이 대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그 밖의 효자들
그 밖의 대표적인 효자를 살펴보자.
순(舜) - 요(堯)임금은 순이 효자임을 알고 자신의 딸과 천하를 그에게 주었다.
정란(丁蘭) - 돌아가신 부모님의 목상을 깎아서 마치 부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그 목상을 모셨다.
노래자(老萊子) -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70세가 되어서도 어린애처럼 행동했다.
염자(剡子) - 아버지의 눈병에 잘 듣는다는 사슴의 젖을 구하기 위해 사슴 가죽을 덮어쓰고 사슴의 무리에 섞여 들었다가, 사냥꾼이 쏜 화살에 죽을 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