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육도(六韜)

34. 필출(必出)

늘푸른 봄날처럼 2019. 4. 7. 23:30

34. 필출(必出) - 야음을 틈타 탈출하라

 

 

무왕이 물었다.

 

군사를 이끌고 적지로 깊이 들어갔다가 적군이 사방에서 포위하는 바람에 퇴로와 양도가 끊긴 경우가 있을 것이오. 적군은 수도 많고 식량도 풍부할 뿐더러 험조(險阻)한 곳에 머물며 수비가 견고하오. 이때 반드시 포위망을 뚫고 밖으로 나오려면 어찌해야 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반드시 포위망을 뚫고 밖으로 나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와 장비를 포함해 분투하고자 하는 투지입니다. 먼저 적의 포위망에 빈틈이 있는 곳이나 사람이 없는 곳을 정탐해야 합니다. 이를 알 수 있으면 반드시 포위망을 뚫을 수 있습니다. 장병이 검은 깃발과 병기를 들고 입을 함매한 채 야음을 틈타 은밀히 출동합니다. 용력이 있고, 민첩하게 내달리고, 적장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병사를 선봉에 내세웁니다. 이들은 적의 보루를 격파하고 탈출통로를 여는 임무를 맡습니다. 정예병과 강한 쇠뇌를 지닌 부대를 복병으로 삼기 위해 후방에 배치합니다. 노약병과 상이병은 전차병 및 기마병과 함께 중간에 위치합니다. 진용을 갖추면 서행합니다. 놀라거나 당황해서는 안 됩니다.

 

중무장한 전차인 무충대부서로 주력군의 앞뒤를 경계하고, 큰 방패를 좌우로 둘러친 전차인 무익대로모극부서로 적의 화살을 막습니다. 적이 놀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를 틈타 선봉대로 편제된 용감하며 적장을 노릴 만한 병사로 하여금 재빨리 진격하게 합니다. 중간에 있는 노약한 병사와 전차병 및 기마병은 그 뒤를 이어나가고, 후방에 배치된 정예병과 강한 쇠뇌를 지닌 부대는 매복하고 있다가 적이 아군을 추격해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적의 배후를 기습합니다. 이때 횃불을 대거 들고 북을 요란하게 울리며 마치 땅에서 문득 솟아난 듯 혹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이 하여 적군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처럼 전군이 용감히 싸우면 적은 아군을 막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무왕이 물었다.

 

만일 앞에 큰 강이나 넓은 해자 또는 깊은 구덩이가 있을 경우 아군은 이를 건너고자 해도 배나 노의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오. 게다가 적이 보루 안에 머물며 아군의 진로와 퇴로를 막고, 적의 정찰병이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고, 험조한 곳에 빠짐없이 수비병을 배치하고, 전차병과 기마병이 아군의 전방을 요격하고, 적의 용사들이 아군의 후방을 치려 할 때는 어찌해야 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큰 강과 넓은 해자, 깊은 구덩이 등은 원래 적이 천혜의 요새로 생각해 마음을 푹 놓고 수비를 허술히 하는 곳입니다. 수비를 할지라도 그 병력은 틀림없이 소수일 것입니다. 이때는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는 부교인 비강(飛江)이나 전관(轉關) 내지 천황(天潢) 등을 써서 건널 수 있습니다. 포위망을 돌파할 때는 용감한 정예병들로 하여금 지휘에 따라 적진으로 돌진해 적진을 끊고, 사력을 다해 싸우게 합니다. 이에 앞서 아군의 군수품과 식량 등을 모두 태우면서 장병에게 이같이 선포합니다.

 

용감하게 싸우면 살아날 것이고, 조금이라도 주저하며 용기를 내어 싸우지 않으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포위망을 돌파한 후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제2군인 종군(踵軍)으로 하여금 봉화를 올리게 하고, 멀리까지 정찰을 보내 적진의 동정을 살피게 합니다. 이때 반드시 초목이 우거진 곳, 높은 언덕, 험조한 곳에 의지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적의 전차병과 기마병은 감히 멀리까지 추격해오지 못할 것입니다. 봉화를 신호로 활용하면 먼저 포위를 벗어난 자는 봉화가 있는 곳에 이르러 머뭅니다. 이때 4개의 무충진을 만들어 적군의 접근을 막습니다. 이리하면 전군의 장병 모두 정예병이 되어 용감하게 싸우는 셈이 됩니다. 그 누구도 아군의 포위망 돌파를 저지할 수 없습니다.”

 

무왕이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