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시와 산문

「도화원기(桃花源記)」 / 도잠(도연명) (陶潛(陶淵明)

늘푸른 봄날처럼 2019. 4. 2. 15:11

■ 「도화원기(桃花源記)

 

()나라 태원[太元, 동진(東晋) 효무제(孝武帝)의 연호, 376~396] ,

무릉(武陵) 사람이 고기를 잡다가 그만 길을 잃었는데 갑자기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는 숲이 나타났다.

언덕을 끼고 수백 보 앞에는 다른 나무는 없고 향기로운 풀들이 아름답게 깔려 있었고

떨어지는 꽃잎이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숲 끝까지 가 보았다.

 

시냇물이 시작되는 곳에서 숲이 끝나더니 문득 산 하나가 나타났다.

산에는 작은 입구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마치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

어부는 즉시 배에서 내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입구가 아주 좁아서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다시 수십 걸음을 들어가니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넓고 평탄한 땅에 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기름진 밭과 예쁜 연못, 뽕나무, 대나무가 있었다.

길은 서로 이어져 있고, 닭과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오가며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남녀의 옷은 모두 외지 사람 같았고,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얼굴빛이 밝았다.

그들은 어부를 보고 깜짝 놀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어부는 상세히 대답해 주었다.

 

그들은 어부를 집으로 초대해 술상을 차리고, 닭도 잡고, 밥을 지어 대접했다.

마을에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모두 모여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들은 진()나라 때 난을 피해 한 마을 전체가 가족을 거느리고 이 외딴 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이 어느 세상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나라를 알지 못했고 위()나라와 진()나라도 몰랐다.

그들에게 세상에 대해 말해 주니 모두 탄식하며 슬퍼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초대해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어부가 며칠 동안 머물다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자,

그들은 자신들을 바깥세상에 절대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어부는 그곳을 나와 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곳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

 

어부는 무릉군 성 아래 이르러 태수를 알현하고 그곳에 대해 알려 주었다.

태수는 즉시 사람을 시켜 어부가 표시한 곳을 찾도록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남양(南陽)의 유자기(劉子驥)라는 선비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곧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아무도 그곳에 대해 묻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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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이라고 하면 술만 마시는 은둔 시인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난세에 태어나 물질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을 지키려 했던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그의 시에는 술을 노래한 내용이 많고 초월의 경지를 동경한 시도 많다.

그러나 그 사상의 밑바탕에는 농민에 대한 사랑과 노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무렵의 어두운 세상을 한탄하는 시도 있다.

그저 자연을 노래하기만 한 시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이나 귀거래사같은 명문을 남겼고,

특히 도화원기(桃花源記)는 만년에 경도되었던 노장 사상의 유토피아를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